찰스 다윈의 비글호 항해기
찰스 다윈 지음, 권혜련 외 옮김, 최재천 감수 / 샘터사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1831/12/27 영국 남단 테번포트 출발
     ~1836/10/2 영국 팰머스 도착

     최근 진화론에 대한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책들이 많이 나온다. 그 대표적인 책으로는 『이기적인 유전자』(리처드 도킨스 지음, 홍영남 옮김 | 을유문화사, 2002년, 2006년 증보 개정판이 나와 있음)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이에 이어지는 각종 진화론을 근간으로 한 책들이 많이 출판되고 있다. 그 내용은 분자생물학이나 유전공학, 기생충학 등을 기반으로 한 과학기술의 발달로 확인되고 알게 된 여러 자연현상이 진화론을 더욱 강력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학교에서 배웠던 진화론의 실체는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무지함을 느끼게 한다. 다윈의 진화론에 대한 학창시절 배웠던 내용은 단순히 암기과목 정도의 내용이고, 진화론에 이은 자연선택설, 자연도태설 등 진화론에 이은 생물 발달사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나는 전부라는 느낌이다. 그나마 다윈의 진화론에 대한 책으로 『종의 기원』도 읽었지만 읽은 지도 오래되어 책의 내용도 기억에 남아 있지 않은 상태이다.

     그런 다윈의 진화론에 대한 동인으로 작용했던 내용으로 유명한 비글호와 그 여행기를 담은 『비글호 항해기』는 다윈이 진화론을 펼치는데 있어서 어떤 영감을 불러 일으켰는지를 조금이나마 이해 할 수 있지 않겠나 생각된다. 또한 기독교에 기반을 둔 창조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창조론을 부정하는 것은 결국은 사회적인 몰락과 죽음을 결심해야 하는 분위기라는 막연한 추측에 이 비글호 항해를 통해 그에 반하는 진화론을 주장하게 된 동인은 무엇일까? 이런 궁금증을 일부 나마 해소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책을 읽게 되었다.

     막상 책을 선택—책이 2개의 출판사에서 거의 동시에 동명의 책이 출판되었다. 하나는 가람기획에서 출판되었고, 다른 하나는 내가 읽은 샘터사에서 출판되었다—하고 매 장마다 펼쳐지는 다윈의 이야기는 지루하다. 탐험 여행기로 현재 시점으로 본다고 하면 이야기의 내용이 마치 호화유람과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남미대륙의 미지를 돌아보는 과정은 당시 상황에서는 위험하고 힘든 여행일 것이고, 간헐적으로 생명의 위험을 느낄 수 있는 여행임에는 분명한데 그 상황이 현대로 옮아 온다고 하면 마치 호화 유람선을 타고 여행하는 느낌을 받게 한다. 그렇다고 어렵게 어렵게 펼쳐지는 모험의 여행기를 원한 것은 아니지만….

     당시 다윈의 비글호 여행은 국가에서 지원하는 특별한 탐사단 이라고 하겠다. 그에 따른 증서에 대한 위력도 다윈의 여행기 속에 간헐적으로 설명되고 있다. 탐사여행의 내용 속에는 다양한 주변환경에 대한 관찰로 이어지는데 당시의 과학기술 수준을 모르니 다윈의 서술 내용이 어느 정도 과학적인지에 대해서는 가늠하기가 어렵다. 현대의 경제적 관점에서 바라보게 끔 훈련이 되어서 그런지 자꾸 읽으면서 다윈의 여행이 엄청난 비용이 수반되는 여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는 곳 마다 채집하는 동식물의 표본과 그 표본의 보관 등이 하루 이틀의 여행이 아닌 5년 가까운 기간 동안 진행이 된 내용이라고 한다면 비글호가 마치 다윈의 수집품 저장고와 같은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상상해 본다.

     내용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갈라파고스 군도의 생물상에 대한 이야기는 다윈의 진화론이 탄생한 지역이라고 까지 얘기하는 장소로 다양한 동물군상을 바탕으로 진화론에 대한 이론이 정립되었다는 이야기에는 다소 의아한 면이 느껴진다. 역사학자들의 많은 고증과 연구를 거쳐 이런 결론이 나왔겠지만 단지 다윈의 갈라파고스 여행일지의 내용만으로는 진화론에 대한 이야기와는 사뭇 거리감이 느껴진다. 단지 그 지역의 생물 군상으로 면밀히 보고 왔다는 정도이지 않을까?

     책을 보면서 다윈의 사회적 입지와 당시 영국에서 세계탐사여행을 지원해주는 배경에 대해서는 알 수 없지만 다윈이 이야기하는 내용으로 유추할 경우 나름의 확고한 입지를 확보했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하게 한다. 강력한 후원자가 있든지 아니면 영국의 시대적 상황에 부합되는 기회가 특별히 좋았는지는 좀더 공부를 해야 할 내용이지만 다윈의 일지상에 나오는 이야기는 나름의 특별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국가 탐사대의 대장과 같은 역할이라고 할까….

     어떤 이론이나 주장이 나름의 확고한 틀 속에 고정되어 버리면 그 이론이나 주장이 발현되었던 상황과는 다르게 이해되고 치장되어지는 느낌을 갖게 한다. 또한 이론의 결과만을 얘기하지 그 과정의 얘기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른 시각으로 달리 보여지고 이해된다는 생각도 든다. 다윈의 진화론과 그에 엮어지는 비글호 항해 내용은 단지 이 책 한 권으로 모두를 이해하고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앞에서 이 책을 읽게 된 나의 궁금증과는 사뭇 거리감이 있다. 너무 많은 기대를 했던 것도 있을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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