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이 버린 여인들 - 實錄이 말하지 않은 이야기
손경희 지음 / 글항아리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어느 방송의 얘기를 들으니 최근 서점가에서는 「조선」이 화두라고 하는 얘기를 들었다. 이 책을 보니 그런 맥락에서 동일 선상에 올라와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조선시대에 관련된 책들은 무척이나 많이 출간되었다. 왕조실록에 대한 이야기에서 특정사건 사고의 내용을 중심으로 한 내용도 있고, 특정계층의 이야기를 풀어낸 내용도 있고…. 그 중에서 이 책 『조선이 버린 여인들』은 조선시대의 기록에 남은 여인들의 이야기이다.

     기록에 남아 있는 여성들이라고 하면 뭔가 특이한 내용이 내포되어 있다고 생각된다. 남성들도 역사기록에 남는다고 하면 높은 관직에 올랐거나 위대한 업적을 세운 인물 등이 기록에 남는다. 비단 좋은 쪽의 내용이 아니면 도둑이나 역적 등의 시대에 반하는 인물들의 내용이 역사기록에 남는 인물들의 내용일 것이다. 이와 유사하게 여성 또한 동일한 내용으로 역사기록에 남았을 것으로 생각되며, 그 중에서도 이 책에 실린 인물들은 대부분 시대의 상황에서 특이한 사건 사고에 연루된 인물이 주로 등장하는 인물들이라고 하겠다.

     조선시대의 여성에 대한 관점과 여성상은 현대와는 무척 대조적이다. 조선시대 남녀의 관계를 대표하는 '남존여비'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과거 우리들의 알게 모르게 전달되어 오는 여성상에 대한 이미지는 이런 역사적인 배경이 깔려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 밑바탕에는 유교사상이 기본 이념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하겠다. 이는 조선왕조의 태생부터 그 원류를 찾을 수 있다. 역사학에 대한 공부를 따로 한 내용은 아니라 더 구체적인 사상적인 내용이나 시대상에 대한 내용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이 책에 실려 있는 내용을 보면서 느낀 점을 적어 본다.

     우선 책에 실린 인물 33인에 대한 여성들은 대부분 기생 또는 기생이나 종에서 신분 상승이 된 첩의 위치에 있는 여성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인물들이 어찌 보면 그 시대에 특별한 사건사고에 연루되어 기록에 남을 수 있는 인물들의 계층이지 않겠나 생각된다. 이 내용을 보면서 현재의 신문지상에 오르내리는 여성들의 내용을 본다면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즉 뭔가 특이하고 사건사고라고 인식될 수 있는 내용으로 평범하지 않은 직업의 여성이나 그 시대의 사회상에 비견하여 특별함이라는 수식어를 끌어낼 수 있는 내용이 이 책의 인물들의 계층이나 직종의 여성들이지 않을까?

     이렇다 보니 등장인물들의 사회적 위치는 상대적으로 낮았고, 낮은 위치에 대한 기득권층이 살펴주고 보듬어 주어야 할 대상에서 벗어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들을 위한 어떤 정책이나 판결 등이 뒤따르지 못한 이유가 되지 않았을까? 현대의 인본주의 개념에서 당시의 사회제도 중에 있는 판결문이나 처벌규정 등의 내용은 가혹한 내용이고, 남녀를 비교하였을 때 남존여비의 원칙은 그대로 적용되었다고 하겠다. 허나 현대의 기본 사상을 그대로 당시의 내용으로 옮아가 나쁘다고 판단하기에는 뭔가 부족함이 느껴진다.

     얼마 전(3월9일)에 세계여성의 날 100주년이라는 라디오 방송을 들었다. 방송 내용 중에 여성의 참정권에 대한 내용을 얘기하는 중에 실질적으로 여성에게 참정권이 부여 된 시점은 우리의 상식을 뛰어 넘는다. 미국은 1920년, 영국은 1928년, 프랑스 1946년, 한국 1948년이라는 인터넷 검색 결과가 나온다. 여성에 대한 권익측면에서 본다면 참정권의 여러 내용 중에 하나일 것이다. 어찌 보면 생존권이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참정권을 얘기하는 자체가 문제가 있는 내용일 수도 있겠다. 허나 책의 내용은 조선시대를 바라 볼 수 있는 실록의 내용 중에 특정계층, 특정인물의 이야기가 그 당시의 시대상을 어느 정도 보여주는지는 모르겠으나 여성의 지위와 대우에 대한 이야기가 그 시대의 모든 여성에게 적용된 내용으로 인식되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

     흥미위주의 기록을 발굴해 그 당시의 사건 사고에 대한 내용과 읽을 거리를 제공하는 것은 또 다른 지식과 당시를 상상해 볼 수 있는 내용일 것이다. 허나 이 책의 내용과 같이 하나하나의 사건이 당시 여성의 지위를 대표하는 것일까 하는 궁금증이 일고, 역사적 흐름 속에서 여성의 지위와 역할이 어떤 역사적 의미로 인식되어야 할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현대로 얘기하면 연예가의 가십거리를 신문지상에 오르내리는 이야기가 그 당시의 풍속도를 보여주는 이야기는 되겠으나 그 시대의 여성에 대한 권익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관점에서 책에 실린 내용과 이야기의 전개는 왠지 전체를 대표하는 내용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이야기를 풀어간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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