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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 길
이스마엘 베아 지음, 송은주 옮김 / 북스코프(아카넷)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스마엘이라는 소년의 이야기다. 지금은 20대의 청년으로 성장하여 이 책을 냈지만,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당시는 12세 소년이었다. 이렇게 나이를 세어보고 비교해 보니 나의 아들녀석과 나이가 동갑이다. 이제 막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를 입학하는 애띈 어린아이의 모습을 막 벗어나려는 모습의 소년이 「소년병」이는 이름으로 총을 들고 사람을 죽이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 이해하기 어렵다.
이 이야기는 시에라리온에서 벌어지는 다이아몬드에 얽혀 피비린내 나는 내전의 현장을 그린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Blood Diamond, 2007)』나 기자 출신의 작가 그레그 캠벨이 쓴 『다이아몬드 잔혹사』의 이야기와 다르지 않다. 영화는 단지 예고편만 봐서 그 내용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고, 『다이아몬드 잔혹사』는 내용을 읽어서 어떤 내용인지는 알고 있지만 이 책과 같이 현장에서 소년병으로 활약(?) 했던 당사자가 쓴 내용이라고 하니 또 다른 의미와 느낌으로 와 닿는다.
이야기는 히팝을 좋아하는 주인공과 그의 형, 친구들이 랩 경연대회 준비를 위해 집을 나섰다가 부모님과 형제들간의 생이별을 하는 길이 되었고, 빗발치는 총탄 속에서 살아 남아 결국은 미국의 현재 양부모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가해자이면서도 피해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억세게 운이 좋았다는 생각도 든다. 무차별적인 파괴와 살육의 현장에서 마약 등의 약의 힘을 빌어 견뎌 왔던 모습은 전쟁을 겪어 보지 못한 우리들은 쉽게 납득되기 어려운 일들이다. 단지 영화 속의 한 장면 정도로 이해된다고 할까!
주인공이 들려주는 전쟁의 상황이나 내전의 혼란 속에서 겪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책을 읽는 내내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의 연속이다. 시에라리온이라는 나라에 대한 정치적 상황이나 경제적 활동들의 내용은 대략 신문지상이나 뉴스를 통해 들었던 내용이고, 전에 읽었던 『다이아몬드 잔혹사』가 전부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인데 책의 내용은 이런 정치적인 내용이나 상황에 대해서는 전혀 배경 설명 없이 단지 내전을 겪었던 과정과 그 나라를 탈출하여 벗어난 이야기가 전부이다. 소년이 겪었던 전쟁의 참상을 그저 담담하게 기억을 더듬어 들려 준다고 하겠다. 왜 전쟁을 하고, 왜 어린 소년이 총을 들고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무차별적으로 죽이고 불지르고 했었는지도 모르는 내용이다. 적이라고 할 수 있는 반군의 어린 소년병 또한 동일한 생각에 동일한 행동을 벌이고 있었다고 한다. 단지 차이점은 반군 쪽에 있느냐, 정부군 쪽에 있느냐 만이 다른 내용이다. 서로 죽이는 방법이나 저지르는 방법은 동일하다. 어찌 보면 이런 내용이 불량청소년들이 무리들의 하챤은 차이점으로 서로 치고 박고 싸우는 모습과 같이 느껴진다. 단지 싸우는 도구가 총이냐 면도칼이냐가 다른 점이지 않을까!
그 참담한 현장에서 벗어나 현재는 미국의 양부모와 같이 나름의 인생을 찾아 새로운 삶을 만들어 가고 있는 주인공의 모습 속에서 대견함도 느껴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억세게 운 좋은 녀석”이라는 생각이 든다. 멋모르는 소년에서 소년병으로, 수용소의 재활 소년을 거쳐 유엔을 방문하여 연사로, 이어 또다시 내전의 소용돌이로 빠져들뻔했다가 천우신조로 벗어나 지금의 모습을 찾을 수 있었던 주인공의 이야기는 어느 모험 소설을 넘어서는 파란만장한 그의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파란만장한 이야기 속에 왜 이런 삶을 나이 어린 소년들에게 강요하는 현실이 되었는지는 모른다. 단지 그들의 고통을 너무도 적나라 하게 보여줌에 사람들이 많이 읽게 하는 감동이 스며있다는 생각이 든다. 읽는 사람은 그저 흥미와 감동의 이야기로 읽고 있지만 당사자는 아직도 악몽에 시달리고 있는 모습은 연민을 자아내게 한다.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들 중에 하나일 것이다. 이런 일을 겪었던 시기 또한 나의 아들녀석의 나이에 겪었다고 한다면 이 또한 기가 막힐 따름이다. 우리 아이에게는 일어나서도 안되고, 일어날수도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인데 세계의 어느 곳에서는 이런 일들이 벌어 지고 있다고 하니 답답함이 밀려 든다. 뭔가 이런 일들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을 찾아 행동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