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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일 주일 - 제9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전수찬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6월
평점 :
품절
연상의 유부녀와 연하의 미혼남자 간의 이야기다. 요즘은 연상의 여자와 연하의 남자의 사랑이 보편화되어 이 이야기 또한 그런 세태의 반영인지도 모르겠다. 남편이 출장간 일주일 동안 연하의 남자와 벌이는 이야기로 토요일부터 요일별 소제목이 붙어 이야기가 전개된다.
아버지 나이 마흔이 넘어 태어난 주인공 준태는 아버지와의 세대차이를 몸소 느끼면서 왠지 모를 아버지에 대한 중압감을 좁히지 못하는 벽으로 느끼고 있다. 가까워지는 아버지의 생신에 참석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속에 연상의 여인 기연씨와의 일주일간의 이야기다. 여자에게는 남편이 없는 일주일간의 시간이고, 남자에게는 아버지와의 관계에 대한 생각의 기간으로 작용한다. 일주일은 두 사람에게는 왠지 강박관념으로 자리 잡아 억압된 틀로부터 벗어 날 수 있는 시간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런 고정 틀에서 벗어나 자신을 되돌아 보는 기회이기도 하다.
소설의 내용은 파격이다. 연상의 유부녀와 연하의 미혼 남이 일주일간을 같이 보내면서 벌이는 애정행각(?)은 기존의 틀에서 본다면 분명 불륜의 현장이다. 간혹 TV드라마에 등장하는 이야기로 느껴진다. 하지만 이야기의 전개는 가볍게 풀어 나가고 있다. 마치 연하의 동생이 누나를 찾아와 놀다가는 정도의 가벼움이라고 할 까. 그러면서도 틀에 박힌 고정관념을 벗어나고자 하는 작중 인물들의 모습이나 관계가 쉽지 않지만 편하고 쉽게 읽힌다.
어떤 고정의 틀 속에서 우리를 끼워 맞추는 관계들이 우리 주변에는 너무도 많다. 소설의 내용과 같이 사회적으로 불륜이라는 틀에 끼워진 이야기도 있지만 TV드라마에서 흥미를 위해 많이 보여져서 그런지 연상 유부녀와 연하 미혼 남의 이야기가 부도덕하고 비난 받아야 할 이야기로 느끼기 보다는 그럴 경우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난 이후를 상상해 보면 과연 어떤 모습일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소설에서는 일주일을 그렸지만 일주일이 끝나 연상 녀의 남편이 돌아와 둘의 관계를 알고 벌이는 모습이나, 연상 녀를 데리고 아버지 생일잔치 장소를 찾아가려고 하는 주인공의 모습 속에서 순탄한 삶의 모습은 아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생각이 우리를 틀 속에 고정시키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누구나 고정된 틀 속에서 끼워져 있다는 생각이 드는 내용은 많으리라 생각된다. 소설의 주인공과 같은 성장배경도 있을 것이고, 이 소설과는 다른 내용도 많으리라 생각된다. 그런 고정관념의 내용 속에서 강박관념이 생기고 강박관념을 가지느냐 가지지 않느냐는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여 받아 들이느냐의 문제이지 않나 생각된다. 너무 개념적인 이야기로 흘러온 느낌이 든다. 하지만 소설의 내용과 같이 가볍게 읽히면서 고정된 틀 속에서 강박관념을 갖는 주인공과 그 틀을 깨고자 하는 파격은 한번은 생각해 봄직하지만 이후 상상되는 파장은 쉽게 실천하지 못하는 이유도 된다. 단지 소설 속의 이야기 이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실재하기에는 너무도 부담스럽고 뒷감당이 않되는 이야기다. 아직 우리의 사회가 많이 들어오고 가상으로 봐 왔던 이야기 이지만 우리 사회의 고정 틀을 깨기에는 조금은 특별한 이야기 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