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떼가 나왔다 - 제10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안보윤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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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소설을 코믹잔혹극이라고 한다. 소설을 설명하기 위한 이야기는 섬뜩 하다. 예기치 않은 살인과 은폐를 위한 시체의 절단, 이어지는 본의 아닌 유괴, 자신의 외모 중에 미완이라고 느끼는 다리의 절단, 이를 비관한 자살 등의 이야기로 이어지는 섬뜩한 단어들의 나열은 잔혹극이라는 말이 일리가 있다. 거기에 코믹이라는 말이 이야기를 풀어가는 내용이 코믹하다는 얘기이겠다.

     제목에서도 「악어떼가…」라는 이름에서 ‘악어’라는 이미지를 다양하게 보여주고 있다. 유괴된 어린아이의 배에도, 살인을 하고 난 사체를 처리하기 위한 도구 등에도 악어라는 이미지를 얘기하고 있다. 본격적인 의미로는 살인자의 딸이 자살하고 난 한강변에 올라 왔다는 시체들의 모습 속에 어느 TV다큐멘터리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아프리카 세렝게티 평원을 가로지는 누 떼가 강을 건너는 장면과 그 강을 건너는 누를 덥쳐 잡아 먹는 악어들의 모습이 연상된다. 또 다른 이미지는 악어를 상징으로 하는 라코스테라는 상표가 생각난다. 인터넷을 찾아 보니 라코스테가 미국의 다국적 기업인 샘소나이트가 가지고 있는 브랜드 명 중에 하나라는 내용이 조회된다. 이런 이미지들이 이 소설과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일까?

     소설 속에서 보여주는 토막토막 이어지는 백화점 풍경, 경찰과 신문방송의 모습, 외모지향적인 우리의 세태 등을 종합적으로 짤막짤막하게 보여주는 내용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이런 짧은 이야기들이 우리의 세태를 대변하는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그 내용 속에 비판을 하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소설의 이야기는 그저 코믹잔혹극으로 TV드라마에서 보여주는 것과 같이 허무맹랑한 읽을 꺼리로 봐야 하는 것일까?

     요즘 세태는 외모지상주의로 흐르는 경향이 있다. 우리 주변에도 “예쁘면 모든 것이 용서된다”는 얘기도 있듯이 미인에게 주는 특권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성형수술이 유행을 하고, 성형미인이 우리 주변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된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내용이 소설 속에서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런 내용이 지나쳐 멀쩡한 다리를 절단하기를 원하는 모습이 그려지는지도 모르겠다.

     초반부에 나오는 경찰간부의 미숙한 아이의 모습에서도 이런 세태를 여지 없이 보여주고 있다. 잃어 버린 어린 아이를 찾아 생난리(?)를 피우는 경찰들의 모습이나, 그 와중에 백화점의 관계인들의 고초는 이만 저만이 아니다. 아이를 잃어버린 아이엄마의 모습 또한 과장되게 그려지고 있어 이런 모습이 코미디와 같이 느껴진다. 아이 대신으로 개에게 보이는 애정(?)은 지나치리 만치 과장되게 그려지고 있다. 이런 모습의 이야기는 토막토막 잘라서 본다면 우리 주변에서 보여지는 모습들 중에 하나일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나하나 들여다 보면 허무맹랑한 읽은 꺼리라고 하기 보다는 우리의 현재 세태를 너무도 잘 그려내고 있다고 하겠다. 뭔가 본말이 전도된 우리의 주변들을 코믹잔혹극이라는 섬뜩한 이야기 전개로 그려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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