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질병 판매학
레이 모이니헌.앨런 커셀스 지음, 홍혜걸 옮김 / 알마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있으면 많은 대부분을 이룰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돈은 가히 만능이라고 할 수 있다. 만능의 요술지팡이를 얻기 위해 다들 돈을 모으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고 연구해 낸다. 이런 부를 만들어 내는 과정 속에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신성시 되던 과거의 인식과는 다르게 하나의 부를 축적하기 위한 방편으로 삼는 이야기가 있다. 사람의 생명을 살려내는 ‘의술(醫術)’이라는 이름으로 의사나 병원에 대한 나름의 성역과도 같은 의미를 많이 부여하고 있었다. 물론 지금에도 이런 성역화된 권위는 일부 남아 있기는 하지만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인식되어지면서 의사라는 직업 또한 돈벌이 직업 중에 하나라는 인식이 많아진 것도 변화된 세태의 현상이라고 하겠다. 그런 인식의 변화의 저변에 질병을 통한 돈벌이 수단으로 바뀌어진 이야기가 이 책에 실려 있다.
가정의학이라는 이름으로 민간 요법 등이 통용되던 과거와는 달리 요즘은 조금만 몸에 이상이 있으면 병원을 찾고 의사들의 진찰과 진료를 받는다. 이런 과정 속에 전문화된 의학기술을 이용하여 부를 축적하는 의사들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내용이 제약회사일 것이다. 첨단의 만병통치약을 만들고 못 고치는 병이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세분화된 약들이 나오고 있다. 이런 약과 의학기술이 결합되어 부를 축적하는 방편으로 변화된 모습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다.
책에 실린 고콜레스트롤, 고혈압, 골다공증, 과민성 대장증후군, ….. 이런 질병의 이름들은 최근 들어 많이 들어온 질병이다. 질병 같지 않은 질병으로 우리들 곁에 다가와 있다. 책 내용으로 보면 제약회사가 약을 팔기 위해 의사를 통한 질병의 발명과 그로 인한 판촉 활동의 내용이라고 한다. 책에 실린 10가지 질병들이 대표적인 내용으로 거론된 사항이지만 많은 부분에 있어서 질병의 경계가 애매모호한 내용들이 많으리라 생각된다. 산업화되고 고밀도의 도시생활에서 마주하고 있는 질병 아닌 질병과 자연생리 현상이 질병으로 둔갑하여 돈벌이 수단으로 바뀌어지고 있다.
책에 실린 내용은 미국의 얘기이다. 미국의 제약산업과 의료산업의 구조가 우리와는 약간 다르지만 최근 들어 의사의 진료와 약제사의 약을 판매하는 방법이 의사와 약사들의 숫한 단체행동을 겪으면서 현재는 의사의 처방전을 가지고 약을 살 수 있는 구조로 바뀌어 왔다. 이는 일부 미국의 구조를 따르는 변화된 모습이라고 느껴지지만 미국과는 또 다른 모습이다. 결국 책에 실린 내용과 같이 제약회사가 의사들에게 베푸는 각종 혜택들(?)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그들의 판촉전략에 병에 대한 판단이 연계된다는 내용으로 이해 된다. 이는 한국의 의료산업 또한 이 책의 내용과 무관하지 않다는 내용으로 이해 된다.
책의 내용과 같이 각종 논문과 연계되는 보도사실, 일부 비주류로 밀리면서 폭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거대 조직의 사회에서 적나라하게 들어나는 기회가 미국이 우리나라 보다 많다는 느낌이 든다. 이런 이야기는 비단 우리나라에서도 발생하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음성적으로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의사들의 밥벌이 수단으로 전락하는 모습을 본다. 간혹 TV드라마에 비춰지는 의사들의 모습을 통해 산업화되는 부의 축적 수단으로 전락하는 모습이 좋다 나쁘다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책에서 얘기하는 저자의 얘기처럼 자연적인 생리 현상이 질병으로 둔갑하여 오도되는 모습은 막아야 하지 않나 생각된다. 전문지식을 기반으로 나름의 권위를 만들고 그 권위를 휘둘러 병을 만들고, 그 병을 통해 부를 축적하는 방편으로 삼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