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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하거나 죽지않고 살 수 있겠니 - 제5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작
이지형 지음 / 문학동네 / 200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소설 속의 시대 배경이 특이하다. 많은 소설들의 시대적 배경은 대부분 현재를 살아가는 현재형 이거나 아니면 역사 소설의 장소가 대부분인데, 이 소설은 역사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부적절해 보이고 그렇다고 현실적인 이야기가 아닌 일제 점령기의 시대적 배경을 하고 있다. 여느 소설과는 그 느낌이 다르다.
이런 느낌은 시대적 배경을 바탕으로 나오는 추가적인 배경이 다르다. 문화구락부니 댄스홀이니 경성이니 하는 용어가 2, 30년대의 서울의 모습을 비춰 보는 느낌이다. 그러나 등장하는 용어에는 현대를 묻어 내고 있다. 카페 ‘아틀란티스’나, 댄스 모임 ‘이십세기모던이미지댄스구락부’와 카페 ‘스타박스’ 등이 현재를 과거에 각색한 느낌이 든다. 이런 배경 위에 등장하는 인물 또한 재미있다. 조난실과 이해명의 모습도 그렇고 주인공 이해명이 총독부에서 맡고 있는 직업의 내용 또한 전대미문의 내용이기도 하거니와 조난실 또한 양장점의 점원으로 일하면서 가공의 테러 박—테일러 박을 잘못 발음하여 항일독립투사 가공하여 만들어 낼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의 가상의 인물을 그려내는 내용은 코미디의 한 장면을 연상하게 한다.
첫 장을 넘기면서 여느 이수일과 심순애가 등장하는 무성영화를 옆에 있는 읽어주는 성우의 목소리를 듣는 느낌이 든다. 소설을 읽어 가면서 중반을 지나 거의 다 읽어갈 때까지 작가는 소설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독립운동사를 그린 내용도 아니고, 일제 강점기에 핍박 받았던 민족의 모습을 그리는 내용도 아니고, 당시 사람들의 애정행각을 그린 내용도 아니고 도대체 무엇을 이야기 하는 것일까 생각해 본다.
어찌 보면 주인공 이해명을 통해 남자가 여자에게 보이는 감정과 여자가 남자에게 보이는 느낌을 시대적 상황을 일제 강점기로 옮겨놓아 들려 주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쉽게 얘기해서 현재의 남녀에 대한 인식의 방법과 생각이 시대와는 관계 없이 동일한 모습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래서 제목도 『망하고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라는 제목이 붙여진 것은 아닐까?
작가의 의도가 어떤 내용이 되었든 소설의 내용은 특색이 있다. 다른 한편으론 난해한 내용이기도 하지만. 좀체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