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점이 온다 - 기술이 인간을 초월하는 순간
레이 커즈와일 지음, 김명남.장시형 옮김, 진대제 감수 / 김영사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 어느 서점에 들러 이 책을 봤다. 첫눈에 그 두께에 압도되어 첫 장을 펼쳐보니 과학기술에 관련된 내용이다. 일단 책의 두께가 압권이다. 내용 또한 획기적이다. 다방면에 걸쳐 미래를 예측하는 저자의 설명은 마치 여느 영화 속 장면들을 연상하게 한다. ‘터미네이터’나 ‘아이 로봇’과 같은 공상과학 영화와 같은 이야기들—터미네이터의 이야기 줄거리가 시간을 거슬러 오가는 얘기가 나오긴 하지만 로봇과 인간과의 대결 구도나 강력한 로봇 세상의 도래를 이야기하는 내용이나 지성을 가지게 되는 로봇이야기들—이 다양하게 망라되어 이론적 수치를 보여주는 내용은 과연 그럴까 하면서도 믿게 되는 힘이 느껴진다.

     책의 내용에는 많은 내용의 주제와 그에 따른 설명이 있지만 그 핵심은 G N R로 표현될 수 있겠다. G(Genetics)는 유전학, N(Nanotechnology)은 나노기술, R(Robotics)은 로봇공학을 가리킨다. 두 개의 장에 걸쳐 G N R에 대한 내용을 특별히 다루고 있는데 그 결정체는 ‘나노봇’이라는 단어로 축약되겠다. 사람의 몸을 하나의 기계라는 표현을 하고 있다. 비단 이 책에서만 하는 이야기는 아니고 리처드 도킨스가 쓴 『이기적 유전자』에서도 생존기계라는 표현으로 몸에 대한 표현을 하는 것을 봤던 기억이 난다. 기계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기계라는 단어에서 오는 선입견이 금속성의 물질로 만들어져 특정의 기능을 하는 물체로 인식되어 사람의 몸도 하나의 기계라고 하는데 있어서는 왠지 이질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기계라는 표현 속에는 저자가 설명하고자 하는 몸에 대한 몇 가지 버전—현재의 생물학적 몸을 버전1이라고 하면, 버전2는 나노봇에 의한 보수되고 강화된 생물학적 몸이고, 버전3은 생물학적 몸을 벗어난 현재와 전혀 다른 몸을 가리킨다—의 몸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몸을 기계라는 표현으로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가 열거하고 설명하는 수학적 통계 수치와 각종 물리법칙들의 데이터는 버전3으로 불리는 지금과 전혀 다른 몸을 갖게 된다는 이야기는 공상과학 소설에나 나오는 이야기 같다. 이 단계에 이르게 되는 내용의 핵심은 결국 현재 풀리지 않은 사람의 뇌 기능에 대한 역분석을 통해 이루어지고 그 실행 방법으로 보여주는 것이 나노봇이라고 한다. 인간게놈분석이나 단층촬영 방법의 정밀도가 높아지면서 저자가 이야기하는 내용이 하나하나 현실감 있는 이야기로 바뀌어 가고 있다. 결국 이런 이야기의 결론에는 “사람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이른다. 이 질문에 대한 논란과 답을 저자는 나름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무척이나 철학적이다. 몸은 바꿀 수 있는 하나의 형체이고 그 속에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정체성(?)이 이 몸, 저 몸으로 바꿀 수 있는 상황으로 바뀌어 가는 시대가 도래한다는 이야기는 믿기지 않는 이야기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폭발적으로 확대되면 사람의 모든 기능에 대한 분석을 통해 해석되고, 이런 기능은 현재의 생물학적 몸을 벗어나 전혀 다른 모습을 그린다고 하는 이야기는 쉽게 이해되지는 않는다. 마치 인터넷과 같은 사이버 공간에 떠도는 하나의 소프트웨어 덩어리(?)가 사람이라고 정의되는 내용이지 않을까? 옛날 영화 중에 ‘론머맨(The Lawnmower Man)’이 생각난다. 영화의 줄거리의 내용이나 마지막에 사이버 공간에 남아있는 실체가 과연 사람일까 하는 의문도 들지만 영화를 봤던 시점과 지금의 시점에는 많은 부분에 있어 그냥 공상과학 영화 같은 허무맹랑함이 많이 줄어 들고 더욱 현실화 되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이런 류의 영화 이야기도 이 책에서 보여지는 내용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특이점’은 천체물리 용어로 블랙홀 관련된 내용에서 유추한 단어인데 과학기술의 발달이 비약적으로 전개되어 특이점에 이른다는 저자의 이야기는 공상과학 소설 속의 이야기 같다. 각종 통계데이터를 바탕으로 설명하는 저자의 미래세계의 예측은 많은 부분에서 공감이 가는 반면 또 다른 면에서는 과연 그렇게 될까 하는 의구심도 많이 든다. 버전3의 몸을 이야기 할 때는 “사람이 과연 어떤 것일까?”라는 원초적인 질문에서 정답이라고 내세워 말할 수 있는 내용이 애매모호하여 누구도 정답이라고 얘기하지 못하는 상황이 도래할 것이다. 몸을 바꿀 수 있는 상황에서 과연 정신을 가지고 있는 것이 인간이라고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찌 되었든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과학기술의 끝이 저자가 이야기 하는 특이점에 다다르는 순간에 가까워 오고 있다는 것은 체감적으로 느껴지는 상황이다. 그렇지 않은 면도 있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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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특이점이 온다 -레이 커즈와일
    from 김재호의 디지털보단 아날로그 2009-06-21 21:38 
    특이점이 온다 - 레이 커즈와일 지음, 김명남.장시형 옮김, 진대제 감수/김영사 회사에 과학을 아주 좋아하는 사람에게서 이 책의 이야기를 처음 들었다. 앞으로 변할 미래 세계의 모습을 담은 책인데, 그리 멀지 않은 미래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변화를 예언하고 있어서 나는 사이비같은 이야기라 생각하고 한귀로 흘려들었다. 그러던 어느날 진대제의 열정을 경영하라라는 책을 아주 재미있게 읽고는, 그가 쓴 다른 책이 없을까 하고 찾아봤는데 이 책이 떡하니 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