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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를 부위별로 팝니다
애니 체니 지음, 임유진 옮김 / 알마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책의 제목이 무척이나 자극적이다. 내용 또한 엽기 수준이다. 우리의 장례문화를 비추어 이런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단지 시신기증의 절차와 내용이 잘 알려지지 않아 미국의 사례—이 책에 소개된 내용과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도 든다.
우리의 장례문화는 유교, 불교의 전통에 많은 부분이 결부되어 있다. 특히 유교적인 관습에 따라 매장문화와 삼우제, 49제(탈상), 절기마다의 성묘는 이 책에 나온 사례와 같은 시체도둑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장례를 치르고 이어지는 삼우제의 기원이 옛날 들짐승들의 시신 훼손을 막기 위한 일환으로 생긴 의례절차라는 얘기도 들었다. 이런 우리네 장례절차를 본다고 하면 이 책의 이야기는 완전히 남의 나라 이야기가 될 것이다. 허나 우리의 장례문화도 변화되고 있으며, 최근 들어 매장 보다는 화장이 권장되고 있으며, 나아가 학문연구를 위한 시신기증도 많이 알려져 있어 선행으로 비춰지고 있다.
이런 일련의 장례문화에 대한 내용이 이 책을 보면서 내가 지금까지 느끼고 있던 것과는 다른 상업적인 발상에서 시체까지도 상업화된 미국의 현실이 아연실색하게 한다. 학문 연구를 위한 실험용 시체의 필요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사후 연구용 시체기증에 대한 의사를 밝히는 사람도 많다. 이런 선의의 시신기증이 장사 속으로 바뀌어 절단과 부위별 분해 조작의 상황은 마치 육가공 업자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가끔 TV화면을 통해 시스템화된 육가공 과정과 비슷하게 인간의 시체를 이런 모습과 동일시 되고 동일하게 취급 된다는 것은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된다. 대학에서의 생체해부 실험의 과정을 봐도 이와 동일한 과정을 거치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다른 취지는 목적하고자 하는 방법의 내용이 다르지 않나 생각된다. 하나는 돈을 위한 가공이고, 다른 하나는 의료기술의 발전을 위한 실험이라는 것이 다른데 그 경계가 애매하다.
미국의 의료산업은 눈에 띄게 발전해 있다. 또한 이런 의료기술은 우리들에게 고액의 대가를 지불하게 하는 내용이다. 그 이면에는 이 책에서 보여주는 것과 같이 고액의 부위별 생체실험용 시체의 매매가 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하는 상상을 해 본다. 결국은 우리도 이런 시체 매매에 들어간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고 하겠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좋으냐 나쁘냐를 놓고 손쉽게 판단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런 미국의 상황이 우리나라의 의료계 일부에서는 벌어지지 않으리라고 장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고. 실험용 시신의 부족은 결국 의료발전의 낙후를 뜻하는 것이 아닐까?
사후에 대부분 화장되어 먼지로 사라지는 현재의 장례문화의 변화를 보면서 시신 기증을 통해 후세의 복지를 위해 기여한다고 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 중에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죽은 사람들의 선의를 악용하여 돈벌이의 수단으로 삼는 시체매매자들은 제도적인 장치로 막아야 할 내용이지 않겠나 생각된다. 미국의 대학병원, 군 관계자, 의료기기 제조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체를 필요로 한다. 하다 못해 TV에서 보이는 CSI의 각종 실험 장면에서 보여지는 내용이 현실에서는 진짜 시체를 가지고 실험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런 시체의 수요는 결국 공급의 방법을 찾게 되고 그 공급이 돈벌이의 수단으로 바뀌게 되는 악순환을 적절한 시스템을 통해 바뀌어야 할 내용이지 않겠나 생각된다.
충격적이고 선정적인 시체에 대한 이야기가 지금은 미국의 이야기 이지만 뭐지 않아 우리들의 주변에서도 벌어질 내용이지 않나 생각된다. 또한 돌아가신 분들의 학문 연구를 위한 시신기증은 그들의 의미 있는 결정을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되지는 않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