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무진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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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집『강산무진』에는 8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그 내용은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보여주고 있다. 어느 잘나가는 회사의 중역 부인에서 외딴섬의 등대지기, 대학 역사전공의 교수, 전직 중소기업 사장이었던 택시운전기사, 강력계 형사, 복서 등 다양한 직업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직업의 주인공들이 그들의 일상 속에 겪는 좀 특이한 삶의 모습과 고뇌를 그려내고 있는 소설들은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그 중에서도 「화장」은 이상문학상 수상집에서 이미 읽었던 내용으로 작가의 탁월한 필체를 느낄 수 있었던 소설이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한다. 뇌종양으로 죽어가는 부인의 죽음을 겪으면서 보여지는 장면장면이 살아 있는 한편의 사진과 같이 뇌리에 새겨진다. 읽었던 내용이지만 이 소설집에 또 엮여 있어 다시 한번 읽어 보지만 먼저 읽을 때의 느낌을 새삼스럽게 다시 느끼게 한다.

     이런 느낌의 단편은 다른 7편의 소설 속에서도 그대로 느껴지게 한다. 각 직업인들의 그들만의 삶의 모습 속에서 느끼게 하는 일상의 모습들이 「화장」에서와 같이 머리 속에서 각인 되어져 온다. 특정 직업의 사람들이 겪는 일상의 일들 중에서 내 머리 속에 각인되게 하는 이유가 뭘까 생각해 본다. 그것은 아마도 그 직업인 만의 삶 속에서 느낄 수 있는 내용을 작가는 절묘하면서도 현실적으로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등대지기의 특정상황에 대한 현장감 있는 묘사는 실지로 등대지기의 삶의 모습을 취재를 통해 채득하였기에 그려낼 수 있는 내용이지 않겠나 상상해 본다. 또한 회사중역이나 그 부인들이 겪을 수 있는 상황들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특정의 설정과 잘 결합하면서 내가 봐 왔던 우리회사의 중역이나 그럴 것이라고 상상되는 모습들을 너무도 현실감 있게 그려내고 있다. 물론 다른 직업들의 내용도 동일한 느낌으로 와 닿는다.

     또 하나 각 소설 속의 등장인물들이 서로 연계되어 관계되는 내용을 보면서 소설집 전체의 짜임새가 느껴진다. 처음 나오는 「배웅」이나 「고향의 그림자」는 서로 다른 설정의 내용과 배경을 그리고 있지만 택시운전기사와 형사라는 직업이 서로 다른 소설의 내용이지만 상호 관련있게 이야기의 전개하면서 뭔가 서로 엮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상상을 하게 한다. 「화장」이나 「언니의 폐경」, 「강산무진」은 회사 중역과 그 부인들의 이야기로 뭔가 공통분모의 상황이 서로 연계성이 있어 보인다.  그렇다고 비슷한 이야기의 연속성을 찾을 수 있는 내용은 아니지만 특정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그들의 삶 속에서 겪는 이야기를 그리면서 마치 나의 삶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그래서 작가의 소설이 재미있으면서도 잘 읽히는 이유 중에 하나라고 생각된다.

     처음 「칼의 노래」를 접하면서 참담한 현실 속에서 고난을 극복하고 미화하는 이야기의 전개 보다는 그 속에 살았던 우리의 현실을 너무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동일한 느낌으로 「남한산성」에 이어 『강산무진』 또한 동일한 맥락 속에 역사적 인물이든 일상의 주변 인물이든 그들의 삶의 모습에 충실하게 우리의 실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책의 발간 순서가 내가 읽는 순서와는 분명 다를 것이다. 작가의 출간과는 관계없이 작가의 글솜씨에 끌려 무작위로 읽고 있지만 등장하는 소설 속의 인물이나 이야기들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현실감 있게 보여줌으로써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미화되고 영웅화 시킨 인물들의 모습 속에서 특정 인물, 특정 직업과 그들의 삶의 모습이 어떤 틀 안에 고정화된 모습이라면 이런 모습과는 다른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본 새로운 해석의 시도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피상적으로 알고 있었던 특정 직업의 모습이거나 어느 한 단편만을 바라봤던 모습을 새롭게 다른 각도에서 들여다 볼 수 있었던 기회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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