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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후회는 없다 - 에베레스트에서 사라진 맬러리를 찾아서
피터 퍼스트브룩 지음, 정영목 옮김 / 지호 / 2004년 1월
평점 :
품절
누구나 세계 최고이기를 원한다. 그 방법은 다르지만 최고가 되려고 하는 염원은 각기 다르게 나타난다. 이 책에서 얘기하는 조지 리 멜러리와 앤드루 코민 어빈은 좀 특별하다. 세계 최고봉이라고 하는 에베레스트에 올랐다는 이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고 하는 이들도 있지만 내가 보는 관점에서는 최고봉에 올랐든 그렇지 않았든 우리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이들의 기억은 영원한 산악인으로 최고라고 하는 의미에서 특별하다.
그에 대한 자세한 일상사와 에베레스트의 도전기는 이 책의 내용을 보면 자세하게 서술되어 있으니 읽어 보면 될 것이다. 그의 사생활이나, 그의 생각이나 행동에 대한 작가의 서술에 자세하게 나와 있다. 또한 당시의 산악계의 상황도 자세하게 느낄 수 있도록 세세한 내용별 설명은 인상적이다. 2차 세계대전을 전후한 국가의 위상을 높이는 방법으로 인식되는 (8,000m급)고봉 등정의 업적을 만들기 위한 경쟁적인 상황이 최근에는 스포츠의 한 단면으로 인식되는 상황이고, 최고봉인 8,848m의 고산을 오르는 것이 여러 가지 상황 보다는 경제력에 의한 문제로 축약되어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런 고산등정에 따른 위상이 많이 변화되고 바뀌었지만 당시 1924년의 에베레스트 등정의 과정은 고행의 수도보다도 더한 극한의 도전이라고 생각된다. 사진에 보여지는 모습이 어느 야산에 산책 온 사람들과 같이 간편한 복장—자켓을 입은 모습이 5,000m의 베이스캠프의 모습과 같이 보이지는 않는다—에 단체사진 속의 일부분의 두 사람의 모습은 평범해 보이기도 하고 평온해 보인다. 이런 복장 의 모습으로 최고봉을 올랐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진짜 등정을 했을까 하는 의문이 어찌 보면 이 책의 화두인지도 모르겠다. 정말 올랐다고 하면 1953년에 처음 올랐다고 하는 에드먼드 힐러리와 텐징 노르가이의 초등정 기록을 대폭 수정해야 하는 내용이기도 하지만 인류의 극지탐험의 발자취의 역사를 바꿔야 하는 내용이기에 사람들의 초미의 관심사라고 하겠다. 허나 1999년 영국BBC 방송팀—이 책의 저자 피터 퍼스트브룩의 얘기처럼—의 멜러리 시신발견이 그 진실은 사람들에게 밝혀 주고 있지 않다. 또 다른 멜러리의 동료였던 어빈의 시신이나 그가 소지했던 여러 추정되는 자료가 과연 최고봉 등정에 대한 자료가 있을까라는 의문을 갖게 하지만 결국에는 멜러리와 어빈은 최고봉 등정을 이룩했을까 라는 진실은 영원히 신의 영역에 남겨 놓은 수수께끼라고 하겠다.
최고봉에 멜러리와 어빈이 올랐다가 하산하는 동안에 추락사한 것인지, 아니면 밀어 닥치는 악천후에 돌아서서 하산하다가 불의의 사고를 당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산에 오르는 과정 속에 사람들이 뚫고 나가는 역경의 극복은 한번 생각하게 하는 내용이지 않나 생각해 본다.
작가가 들려주는 최고봉 등정의 역사나 에베레스트의 발견사 등등의 산악사에 대한 이야기는 자세하면서도 다각도로 그 내용을 설명해 주고 있다. 멜러리의 등정시대인 1924년의 상황이나 멜러리의 흔적을 찾는 1999년의 모습에 대한 비교는 산악등반 기술의 변천과 모습을 잘 보여 주고 있으며, 등반대의 구성과 그 속에서 겪는 대원들간의 갈등은 지금이나 당시나 역시 겪는 내용이지만 좀처럼 알 수 없는 내용들로 생각된다. 최고봉 등정이 성공하지 못한 역사적 사실—최후 등정 시도자가 살아 돌아오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한 등정이라고 결론 나 있는 등정이기 때문에 그 문제점에 대한 내용도 잘 보여줄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느 산악 등반기의 내용과는 다르게 당시의 상황과 내용을 현대의 상황에 비추어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이 책에 나오는 내용으로 유추할 때 상황에 따라 최고봉 등정을 성공 했다고도 할 수 있고, 그렇지 않다고도 주장 할 수 있다. 나 개인적으로는 최고봉 등정을 성공했다는 쪽에 의견이 모아지지만 중요한 것이 등정을 성공했을까 아닐까 하는 것 보다는 주인공인 멜러리의 발자취와 그를 통해 당시의 시대상황을 되 짚어 볼 수 있다는데 의미를 두고 싶다. 지금에는 산악등반이 국익과 연관된 내용 보다는 개인의 스포츠정신에 입각한 등정으로 인식 된다. 8,000m급 고봉의 완등이나 무산소 등정 등의 화려한 타이틀의 등반기록들이 그 시발점은 결국 멜러리의 등정과 같이 초등의 역사가 있지 않고는 이런 기록들이 있을 수 없을 것이다.
화려한 등반도구와 기술은 많은 부분에서 극한 상황의 극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지만 그런 도구들은 단지 사람을 도와주는 역할이지 그 자체가 극복하게 하는 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 즉, 극한 극복의 강한 의지가 최고봉에 서게 하는 강력한 힘이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그런 측면에서 생각해 보면 분명 최고봉 등정에는 조지 멜러리의 이름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