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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에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
전경린 지음 / 문학동네 / 199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에 대한 것, 속박 받는다는 것, 여자라는 것, 삶이라는 것 등에 대한 생각을 해 본다. 이 소설 ‘내생에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을 보면서 이런 주제들에 대한 생각을 해 본다. 가장 많은 의미와 생각을 하게 하는 단어로는 『여자』라는 단어에 의미가 더해 진다. 특히 한국에 사는 여성들에 대한 생각을 해 본다.
사랑하면 상대를 구속하고, 속박하고, 속박 받으면서 사는 것이 사랑이라고들 생각하고 느끼면서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우리의 사회규범이라는 범주 속에 남자, 여자의 차이와 남녀의 성 도덕이라는 범주 속에서 각기 다른 형태의 반응과 받아들이는 방법이 서로 다르다는 생각을 해 본다. 남녀차별이라는 단어로는 그 표현이 거칠게 느껴지고, 단지 그 속해 있는 사회 속에서 인식 되어지는 차이라고 생각된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 미흔과 그 남편 효경, 그리고 부정의 상대자로 등장하는 규. 그 밖에도 주변 조연으로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의 모습 속에 한국의 사회가 안고 있는 삶의 토대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배경으로 나오는 수몰지구의 쓰러져가는 폐허 속의 부희가 살았던 집의 모습은 미흔과 효경, 규의 관계가 부적절하게 이어지면서 몰락해 가는 모습을 또 다른 모습으로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서 화자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미흔은 이제 30대 초반의 전형적인 가정주부가 남편의 외도와 그로 인한 본의 아닌 피해자로서 모습이나 따분한 일상에서 만난 옆집남자 규와의 애정행각(?)은 또 다른 자기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보여지고 있다. 허나 이런 모습이 사회 속의 규범을 벗어난 일탈된 모습으로 결국에는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남편 효경이 벌이는 미흔에 대한 집착은 사랑이라고 느껴지기 보다는 소유욕에 의한 집착과도 같게 느껴진다.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은 사람마다 각기 다른 삶들을 만들며 살아가고 있다. 그 중에서도 부부간의 살아가는 모습 속에는 많은 이유와 삶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그런 모습 속에 과연 어떤 삶과 부부간의 삶이 바람직한 내용일까 생각해 본다. 이런 생각의 주 관점은 역시 나를 중심으로 한 이기적인 발상에서 시작함이 맞지 않을까 생각된다. 철저히 나를 중심으로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미흔의 삶은 사회의 통념 속에 지탄 받아야 할 인물일까? 미흔을 중심으로 한 주변 마을 사람들의 수근거림들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이 합당할까? 또한 남편 효경으로부터 퍼부어지는 숫한 폭력을 받아들여야 하고, 견뎌내야만 하는가 하는 생각도 해 본다. 남자는 괜챤고 여자는 안된다는 생각이나, 여자는 가정을 지키고 자녀를 양육하는 주된 임무를 수행하는 주체로서 본인의 의무를 망각한 행위로 당연히 지탄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옳을까? 미흔의 입장에서 보면 사랑을 찾았고, 남편에게서 충족되지 않는 자신의 행복을 찾았던 한 여자라는 것이 모두이지 않았나 생각된다. 소설의 줄거리가 남편의 외도와 이어지는 부부간의 거리감, 그에 상반된 여자의 이웃남자와의 통정은 이야기 구도상에서 보여지는 모습이지만 나는 남녀평등 등등의 구호내용을 얘기하려는 것 보다는 순전히 나를 중심으로 한 이기적인 발상에서 바라본다면 당연히 사랑—여자가 보여주는 외간남자와의 통정이 사랑이었을까 하는 것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내용이지만—을 찾고 이를 통해 행복하고 싶어하는 모습은 결코 지탄받아야 할 대상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마치 어느 TV드라마 속에서 보여주는 부부클리닉의 한 이야기와 같은 내용이지만 여자의 생각과 우리 주변에 둘러쳐져 있는 틀 속에서 우리들을 정형화되고, 규정화 시키는 모습을 통해 개인의 삶의 행복을 추구하는 내용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