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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 미국 진보 세력은 왜 선거에서 패배하는가
조지 레이코프 지음, 유나영 옮김 / 삼인 / 200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1.
오랜만에 책을 끝까지 읽었어요.
책이 쉽고 페이지도 적어서 금방 읽을 수 있었지만, 다른 걸 하며 노느라 마지막 페이지를 덮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렸네요.
이 책은 보수주의자들의 선전적인 선동에 놀아나지 않는 방법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프레임이라고 부릅니다. 요컨대 ‘대한민국 대운하 사업’을 ‘4대강 살리기 사업’ 같은 걸로 바꾸는 거죠. 실제로 그 사업은 실질적인 이익이 날 전망이 전무하고, 각국의 전문가들이 모두 반대하는 선전성 사업에 불과한데도 불구하고 거기에다가 ‘4대 강 살리기’라는 이름을 붙여서 마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4개의 강이 현재 죽어있다는(그러므로 되살려야 한다는) 선전을 하고 있죠. 만약 4대 강이 심각한 문제를 겪고 있다고 할지라도, 4대강 살리기 사업과 그 문제들 사이에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계획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선동적인 이름 붙이기를 통해서 대중의 눈을 속이고, 논점을 흐리는 것이 바로 보수주의자들의 방법이라는 점을 지적해요.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 읽었으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해요. 저는 이 책을 작년에 시위가 한참 격화되면서 진보주의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나올 때 어느 분이 읽고 감상을 올려주신 것으로 알게되었어요. (어쩌면 대선 때 였을지도 몰라요) 한참 잊고 있었는데, 도서관 컴퓨터에서 로쟈님의 블로그를 알게 되었죠. 그 김에 이 책과 《프레임 전쟁》을 빌렸어요. 《프레임 전쟁》도 함께 읽고 난 후에 감상을 쓰는 것이 더 좋을 것 같기도 한데, 잊어버릴 것 같아서 간단하게라도 적어 두려고 해요.
어쩌면 이 책의 내용은 전혀 새롭지 않을지도 몰라요. 저자가 주장하는대로 저자는 ‘프레임’이라고 하는 프레임을 세우고, 좀 더 쉬운 의사소통 방법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죠. 이 책의 가장 중요한 사실은 “진실만으로는 사람을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이고, 우리는 그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자주 그 사실을 망각한다는 걸 다시 떠올릴 수 있다는 거예요. 진실을 상대가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설명하는 것, 그것이 제일 중요한 거겠죠. 우리가 모르는 것이 아닌데도 어쩜 이렇게 새롭게 들리나 모르겠어요.
이 책의 단점은 웹 사이트에 시간 간격을 두고 새로운 독자들을 대상으로 연재된 글을 모으다 보니, 저자의 주장을 이해하기 위한 핵심 요소를 설명하는 것이 몇 번이나 반복하는 것이예요. 그 밖에는 어쩜 대단하게 느껴지지 않을지도 모르겠어요. 대단치 않은 책이니까, “그럼 어디, 나도?”하고 많은 분들이 도전해 보셨으면 해요.
2.
인지과학에는 이러한 현상을 가리키는 용어가 있습니다. 이것을 ‘저低인지(hypocognition)’라고 하는데, 필요한 생각, 즉 한두 단어로 불러일으킬 수 있는 비교적 단순하고 고정된 프레임이 결여된 상태를 의미합니다.
‘ 저인지’라는 개념은 1950년대 타히티에 대한 연구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 연구를 수행한 인류학자 밥 레비Bob Levy는 심리치료사로서 뒤늦게 인류학 연구에 뛰어든 사람입니다. 그는 왜 타히티에는 그렇게 자살률이 높은지 의문을 풀고자 연구를 시작했고, 타히티어에 ‘슬픔’이라는 개념을 지닌 단어가 없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물론 그들도 슬픔을 느끼고 경험하지만, 그것을 이름 붙일 개념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것입니다. 따라서 그들은 그것을 정상적인 감정으로 여길 수가 없었습니다. 슬픔을 치유하는 의식도, 슬픔을 위로하는 관습도 없었습니다. 그들은 절실히 필요한 개념을 결여했기 때문에, 그렇게 높은 자살률을 보일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60쪽 - 61쪽
제 가 자주 가는 채팅실에서 이 부분에 대해서 조금 이야기를 했었어요. 저자는 이 분야의 전문가이기 때문에 아주 흰소리를 하는 것 같진 않아요. 다만 이쪽 학계에서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네요. 이건 “스트레스라는 단어가 생기기 전에는 스트레스 질환으로 앓는 사람이 없었다.”는 의견과 정반대되는 의견 같거든요. 제가 알기로는 이런 의견 모두 지지자를 가지고 있고, 따라서 많은 논란이 있지요. 어느 쪽이 옳은지는 잘 모르겠어요. 아니 옳고 그른 문제가 아닐 수도 있겠네요. 누구나 정말 열불이 터지는데 뭐라 말을 못하고 붕어처럼 뻐끔뻐끔 할 때의 갑갑함을 기억할테니까요. 반대의 경우도 있을 거라고 봐요.
위키피디아에 hypocognition를 검색해 보았는데, 일단은 나오지 않네요. 전 위키피디아를 전적으로 신뢰하진 않지만 그 단어가 얼마나 유명한 단어인가를 알아볼 수 있는 척도로는 아주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
ps.
버락 오바마의 'change'는 이 책과 관련이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