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당
레이먼드 카버 지음, 김연수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하도 인기가 많으니까 샀지 카버는 모르는 작가예요. 여러 권을 사고 나서, 혹시나 이 작가가 내 취향이 아니면 어쩌지 하고 걱정했어요. 《우리가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을 먼저 조금 읽다가 역시 후회하게 될 것 같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걸 내려놓고 《대성당》을 읽기 시작했을 때도 그랬어요. 문장은 참 좋은데, "응?" 하는 사이 끝나 버리더라고요.

아, 난 잘 모르겠는걸?

하면서 읽어가다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에 도착했어요. 이건 알 것 같더라고요.

2001 년 추석 연휴 마지막날 집에 돌아와 운동을 하고 돌아온 아버지께서 머리가 아프다며 잠자리에 일찍 들어가셨어요. 평소의 연휴 마지막날과는 달랐지요. 그 전까지는 다들 돌아와 지쳐서는 늘어진 채 티비를 보다가 간신히 요기를 하고, 뉴스를 좀 보고 그러고 다들 잠들었죠. 아버지께서는 그날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운동을 하겠다며 사원 아파트 단지 내 운동실에 가셨어요. 설은 아니었지만 어쩌면 고향에 내려갔다가 새로운 결심을 하셨는지도 모르죠. 자정이 좀 넘어서 발작을 시작했고, 뇌졸중이었죠.

의 사는 조금만 더 늦었으면 죽었을 거라고 했고, 보름 넘게 의식이 없는 상태로 입원해 있었어요. 깨어나려나? 아니면 그냥 돌아가시려나? 의사의 말도 매일 달라졌죠.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었어요. 나는 그 사건으로 별로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살았지만 모르죠. 사실 변했을지도. 그 시간들이 무척이나 길었어요. 무슨 일이 생기는 것도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 것도 모두 재앙의 전조처럼 느껴졌죠. 이제 이전과 같지 않을 거라는 건 분명했어요. 아직도, 중환자실에 다녀올 때 지나간 태화강과 로터리의 교통정체가 잊혀지질 않아요.

소설과 같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건 알 것 같더라고요. 우리 가족의 인생에 나눠먹을 빵은 없었지만요.

다 시 또 길고, 시대를 알 수 없는 미국의 부부 혹은 커플들의 이야기를 지나서 이번에는 "열"을 읽었어요. 이런 이야기를 좋아해요. 어떤 징조 같은 것들. 과학적이지도 않고 설명할 수도 없지만, 그럼에도 알고 있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요.

표 제작인 "대성당"은 "열"만큼 좋지 않았고,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만큼 공감가는 내용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장면들이나 분위기는 마음에 들었어요. 엄마는 내가 너무 낙천적이고 느긋해서 감당하기 힘들 정도라고 하셨어요. 그래도, 저는 낙천적인 이야기가 좋더라고요. 그런 믿음이요.


책은, 제 것은 제책이 잘못 돼서 추운 날 양말을 두 겹 신었을 때 뻣뻣한 발가락처럼, 하드커버 표지가 뻣뻣하게 일어서 있어요. 무거운 걸로 누르면 괜찮으려나 했더니 이번엔 안쪽이 들리더라고요. 하하. 교환할 정도는 아니니까 그냥 가지고 있으려고 해요. 아, "대성당"에 오타가 하나 있는데 발견 하셨나요? 번역이요? 따로 말할 필요가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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