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로맨스 극장에서
우야마 게이스케 지음, 김수지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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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늘 밤, 로맨스 극장에서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만 읽다가 오랜만에 아기자기하고 달콤한 로맨스 소설을 읽고자 선택한 책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에 좋고 동화같은 순수한 이야기에 기분이 좋아지는 소설이다.

영화 소개 프로를 시청하다가 우연히 <오늘 밤, 로맨스 극장에서> 소개 영상을 봤다. 그러다 원작 소설로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다. 엉뚱하지만 유쾌하고 입가에 미소가 머금어지는 내용에 좋은 인상을 갖고 있었다. 책을 읽으며 역시나 통통튀는 매력과 동화같은 힘에 이끌려 끝까지 읽었고 아름다운 이야기에 가슴이 뭉클했다.

어디까지나 소설이기에 너무 감정이입하지 않으려 했지만 안타까우면서도 사랑스러운 이야기에 애절한 마음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두 사람의 첫 만남은 강렬했으며 두 사람의 마지막은 매우 아름다웠다.

지금까지 되는 일이 없었던 나의 일상에 아주 조금은 햇살이 내리쬐는 듯한 기분이들었다. (p135)

영화 감독 지망생 켄지와 흑백 영화 속 미유키 공주와의 첫 만남은 마법과 같다. 천둥이 내리치는 어느 날 두 사람은 만난다. 흑백의 색 그대로의 모습인 미유키 공주는 색을 갖고 싶다. 동경의 대상이었던 미유키 공주를 눈 앞에서 보게된 켄지는 미유키 공주에게 빠져 버린다. 도도하고 새침한 미유키 공주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의 소유자다. 한 마디로 예쁘다. 실제 과거의 영화 배우였으며 지금은 현실 세계에 없지만 그 미유키가 눈 앞에 나타났고 함께하고 있다. 켄지는 기쁘고 행복하며 미유키와의 사랑을 꿈꾼다.

"아무리 많은 시간이 흘러도 소중한 것들이 사라져 가도, 잊고 싶지 않은 것이 있다. 사라지지 않았으면 하는 추억이 있다. 켄지와 함께 한 시간들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었다. (p297)

미유키 공주는 비밀이 있다. 켄지에게 말할 수 없었던 이 비밀은 우리를 참 가슴 아프게 한다. 그리고 우리는 사랑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평생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과연 어떤 것일까. 그저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사랑일까. 지금 내 옆에 함께하는 사람과 따뜻한 온기를 나누는 나는 그 누구보다 행복한 사람임을 새삼스레 느끼게 된다.

결말이 참 궁금했다. 이 소설이 어떻게 끝맺을지. 영화 각본을 집필하는 켄지도 같은 고민이었다. 아름다운 해피 앤딩이었으면 하고 모든 독자가 바라는데 과연 어떻게 해피 앤딩으로 이끌어 갈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그리고 그 결말을 만났을 때 생각치 못한 약간의 반전과 아름다운 이별은 여운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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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의 비밀
신혜선 지음 / artenoir(아르테누아르)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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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의 비밀

재미있다. 강력 추천 미스터리 소설!


소설을 읽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스토리, 반전, 흥미, 가독성... 많은 요인들이 있겠지만 그 중 가장 중요한 한 가지는 바로 '재미'다! 다른 이런 저런 수식여구를 붙일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은 그냥 재미있다. 미스터리 소설로 정말 재미있는 소설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지원해 신인 작가 데뷔를 돕는 국가 프로젝트를 통해 출간한 책이라 한다. 많은 경쟁 상대들 중에서 살아 남은 작품으로 많은 이들의 지지를 얻었고 책으로 나왔다.

4개의 챕터로 구분되는 이야기는 3명의 인물의 시선에서 다뤄진다. 1,2 챕터는 형 병학의 시선, 3챕터는 형사의 시선, 4챕터는 동생 병윤의 시선이다. 책을 중간 정도 읽었을 즈음 어느 정도 윤곽이 보이기 시작했다. 동생의 미스터리한 행동들의 이유와 형의 시선에서 이해할 수 없는 미묘한 것들의 윤곽이다. 하지만 끝까지 읽지 않으면 결코 알 수 없고, 끝에서만이 결론에 도달할 수 밖에 없는 궁금증을 지속적으로 유발한다.

동생 병윤의 시선에서 비로소 이해가 되고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한다. 내가 동생 병윤이었다면 어떠했을까, 내가 형 병학의 입장이었다면 어떠했을까. 누구의 편도 들 수 없는 어머니의 모습은 어쩌면 우리가 처한 상황과 닮아 있지 않을까.


**********


형 병학의 시선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6년 동안 집에 오지 않던 동생이 들어왔다. 동생은 무뚝뚝하고 살갑지 않다. 그런 동생이 자신에게 선물이라며 안동 소주를 한 병 가져왔다. 동생이 가져온 아이스 박스에는 의문의 노란 액체와 주사기들이 있다. 동생이 의심스럽다. 동생의 가방에서 몰래 꺼내 본 편지에서 동생의 비밀을 알게 된다. 동생은 형을 죽이기로 결심했다.

오늘 점심에 아버님한테 주사를 놓는 데 성공했어. 몇 달 동안의 노력이 드디어 결실을 맺었어. 일단 축하한다는 말부터 하고 싶어. 당해왔던 모든 사람에게도 축하를 전하고 싶은 날이야. (p29)

형은 동생 병윤을 뒷조사한다. 편지의 주소지를 찾아가고 동생이 지내는 대학교를 찾아가 비밀을 파헤친다. 자신이 알고 있는 동생의 모습과는 다른 또 다른 동생을 마주한다.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매우 좋으며 여자친구와는 동거를 하고 있다. 병학의 여자친구의 아버지에 대한 소식을 들었다. 갑자기 죽었다고 한다. 동생 병윤의 편지 본 내용이 기억난다.

"수의대에서 동물을 살리는 걸 배웠으면, 여기서는 어떻게 하면 맛있게 죽일까를 배워. 최대한 깨끗하게 죽여서 사람들한테 해가 안 가게 하는 거지." (p86)

대사 하나하나가 섬뜩하다. 동생이 가져온 주사기와 노란 액체의 정체는 무엇일까. 동생의 뒤를 쫓는 과정이 흥미롭고 스릴넘친다. 냉혈안 동생의 비밀을 찾아가는 형을 응원하게 된다. 그렇게 우리는 작가의 덫에 빠진다. 책을 읽으며 정신없이 스토리 전개에 빠져들었다. 형의 입장에서 어떻게 해야할지. 어떻게 동생을 막아야 할지. 가족인 동생이 자신을 죽이려 한다면 어떻게 해야할지. 상상만으로도 공포로 다가왔다.


오랜만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읽은 미스터리 소설이다. 글자가 큰 편이며 300페이지 정도로 두껍지 않기에 거의 단숨에 읽었다. 그만큼 몰입도 있게 이야기가 진행되며 뒷 내용이 정말 궁금해 멈출 수 없다. 소설이 짧게 느껴져 아쉬운 느낌이다. 또한 외국 소설을 읽다보면 익숙하지 않는 지명과 이름들로 피로한데 일단 지명 및 이름들이 거부감이 없기에 편안한 느낌마저 든다. 


**********


아주 살짝 아쉬운 점 하나를 적어보련다. 미스터리 소설이라면 피해갈 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소설에서 보여지는 동생의 모습은 매우 치밀하다. 그러나 반대로 매우 허술하다. 자신이 행한 일들에 대해 편지를 적는가 하면 중요한 물건들을 집안에 방치하는 등 무언가 허술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내가 미처 알아내지 못한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은 장점에 의해 가려진다. 신혜선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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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친절한 문학 교과서 작품 읽기 : 고대 가요.향가.고려 가요 편 이토록 친절한 문학 교과서 작품 읽기
하태준 지음 / 다산에듀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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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친절한 문학 교과서 작품 읽기

(고대가요 향가 고려가요 편, 그림으로 마스터하는 고전 문학!)



중,고등학생 시절, 나는 국어 중에서도 문학 분야 공부가 쉽지 않았다. 그 중에서도 특히나 고전 문학은 이해하기 힘들뿐더러 왜 공부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괴리감을 느꼈던 분야다. 지금은 고전의 가치와 우리의 뿌리를 이해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지만 그 당시 참 쉽지 않았다. 내가 공부하던 시절에 이 책을 만났더라면 어땠을까. 조금은 쉽게 작품을 이해하고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지 않았을까. 변명아닌 푸념이 들러 붙는다.


제목에서 강조하듯 이 책은 참 친절하다. 고전 문학을 공부해야 하는 학생들의 입장에서 이 책은 많은 도움이 된다. 바로 그림 때문이다. 암기를 통해 문학을 이해해야 하는 학생들은 참 괴롭다. 잘 외워지지도 않고 외운다 한들 잘 응용하기도 쉽지 않고, 많은 시간을 소비해야 하나 싶다. 그런데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이 책을 읽는다면 암기하려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고전 문학을 이해할 수 있다. 이야기와 그림이 함께 나와 이해를 돕고 자연스럽게 연상되기에 참 친절하다.


요즘 학생들은 나름의 고충이 있겠지만 정보의 홍수 안에서 좋은 정보를 찾아내는 고충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많은 서적과 문제집들이 있고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느냐의 문제에서 이것 저것 모두 보게 된다. 학생시절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있다. 여러 책을 많이 보는 것도 다양한 문제를 접하기에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한 권을 반복해서 봐야 한다고 하셨다. 한 번 봤을 때 보이지 않던 부분이 다시금 책을 볼 때 보이게 되고 더욱 기억에 남기 때문이라 하셨다. 고전 문학 분야를 공부하기 위한 기본서로 이 책을 선택해도 좋을 듯 하다. 이런 기본서는 여러 번 읽기도 편하고 기억에도 잘 남는다.




제 1장 고대가요 : 공무도하가, 황조가, 구지가, 정읍사

제 2장 향가 : 서동요, 모죽지랑가, 도솔가, 제망매가, 찬기파랑가, 안민가, 처용가

제 3장 고려 가요 : 가시리, 청산별곡, 서경별곡, 정과정, 동동



찬기파랑가의 한 페이지다. 수채화 그림과 함께 자세한 설명이 함께하고 있다. 


찬기파랑가의 전문과 원문, 핵심 정리까지 알차게 담았다. 잘 외우는 학생은 이 핵심 정리만 제대로 외워도 문학 분야는 통달이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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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게으름뱅이의 모험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추지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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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게으름뱅이의 모험


모리미 도미히코 지음



2009년부터 2010년까지 아사히 신문에서 연재된 읽을거리로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았다. 연재가 종료된 후 떨어지는 완성도를 다시 붙잡기 위해 새로운 책으로 발간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약 8년 전의 소설이지만 지금 읽어도 무언가 신선하고 색다른 매력이 있다. 어느 시대의 책인지는 중요치 않은 듯 하다.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느냐가 관건이다. 이 책이 독자들의 마음을 어떻게 뒤 흔드는지 그 매력을 찾아 보자.


일본의 일본스러움이 가득 묻어 있다. 익살스럽고도 재치있는 표현들이 일본의 맛이 살려있다. 엉뚱하면서도 설득력 있다는 말이 어울린다. 또한 소설은 교토의 실제 거리명을 사용해 사실감을 더했지만 그냥 더했을 뿐 허구의 느낌은 지울 수 없다.  올해 초에 다녀온 일본 여행에서 교토의 거리를 걸었던 기억이 아주 아주 약간의 도움이 되었다. 


왜 제목에 게으름뱅이라는 단어를 넣었어야만 했는지는 주인공 고와다를 만나면 바로 알 수 있다. 그는 게으름뱅이다. 게을러지기로 결심한 매우 논리적인 게으름뱅이다. 그의 대사 하나 하나가 철학적이며 이상하리만큼 닮고 싶은 구석이 있다. 고와다는 스스로 게을러지기 위해 노력하며 최고의 휴가를 만끽하고자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 아무 것도 안하고 있지만 더 아무 것도 안하고 싶은 그 마음을 능가한다. 이를테면, 게으른 행동 중이라 매우 바쁘다고 한다.



"있잖아, '굴러가는 돌멩이에 이끼가 끼지 않는다.'라는 말 알아?"

"압니다."

"다시 말해 부지런해지자는 거야. 알겠지?"

"... 좀 더 이끼가 끼어 부드러워지겠습니다." (p57)



단순히 넘어 갈 수 있을 법한 문장인데 참 재치있다. 말장난일지 모르겠으나 인생에서 사실 정답이 어디있겠는가. 게으른 삶이 잘 못된 것이라 누가 규정할 수 있겠는가. 참 별 것 아닌 듯 하지만 매우 철학적이지 않은가. 


소설의 줄거리는 고와다와 함께 폼포코 가면의 등장으로 진행된다. 폼포코 가면은 정의의 사도로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돕는 자다. 사소한 도움에서부터 도움을 선사하고 다닌다. 그는 미래를 위해 2대 폼포코 가면을 찾는다. 그 대상으로 우리의 주인공 고와다가 선택되었다. 폼포코 가면은 우리 게으름뱅이 고와다를 어떻게 2대 폼포코 가면으로 만들 수 있을까?



"자네는 그저 막연히 움직이기를 그만두기만 하면 쉴 수 있다고 믿고 있지. 그러나 사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움직임을 멈추는 게 아니야. 올바른 리듬을 유지하는 일이지. 참치처럼 게속 헤엄치며 피로 너머로 돌파하는 것. 이것이 비결이다. 따라서 이 몸은 피로하지 않다. 익숙해지는 거야. 고와다 군. 그뿐이다. 적응하면 돼." (p146)



어디서 들어봄 직한 멘트인데 일단은 접어 두자. 이 멘트가 참 기억에 남는다. 고와다가 느낀 것처럼 낯설지 않은 멘트인데 이 말을 누군가에게서 들었는데... 아무튼 고와다의 사상과는 전혀 다르다. 지속적인 움직임은 게으름뱅이 고와다와는 거리가 멀다. 폼포코 가면이 아무리 설득한다고 해도 그 의지는 굳건하다. 아, 매력적이다.


고와다는 과연 제 2대 폼포코 가면이 될 것인지. 된다면 어떻게 될 것인지. 안 된다면 폼포코 가면이 포기할 것인지. 관전 포인트가 되겠다.


이 소설은 부담없이 가볍게 읽기에 좋다. 그렇다고 매우 가볍다 할 수도 없다. 멘트 하나하나 그냥 흘려 버릴 수 없는 재미있고 의미있는 말들이 많기에 또한 매력적이다. 일본 문화가 아직은 나에게 익숙하지 않기에 낯선 부분들이 더러 있었다. 관심을 가지는 만큼 더 재미있을 수 있는 부분이기에 호불호가 있을 것 같다. 다른 이유를 막론하고 집에서 빈둥빈둥 게으름피우는 우리가 약간의 공감을 갖고 읽을만한 소설이라 생각한다. 마치 내가 여행을 하듯 이 책을 읽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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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로니아공화국
김대현 지음 / 다산책방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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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로니아 공화국


꿈의 나라, 아로니아 공화국으로 오세요



2028년이면 엄청 먼 미래로 느껴지는데 고작 10년 후의 미래다. 10년 후의 나의 미래는 어떨까. 잘 예측은 되지 않지만 사실 뻔하다. 이렇게 회사원으로 생활하고 있을거다. 어쩌면 내가 만들어 놓은 틀에 나를 가두고 있지 않나 싶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 책은 매우 색다르고 꿈과 같다. 새로운 국가를 건설한다는 얼토당토않은 일로 치부되는 일이 아로니아공화국 대통령 김강현의 눈 앞에서 벌어졌다.


김강현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삥 뜯고 다니던 키만 큰 문제아가 아버지를 통해 새 사람으로 거듭난 이야기. 또한 미카엘라를 만나 미카엘이 되고 서울대학교 법학과에 진학하고 검사가 된 이야기. 실존하는 인물이 아닐까 충분히 설득력있는 인물 김강현은 옳은 일에 옳다고 말할 줄 아는 인물이었다. 


나는 백민정이 식탁에 막 내려놓은 주스병에 눈길이 멈췄다. 까맣고 동그란 열매들이 대롱대롱 매달린 가지와 싱그러운 푸르른 잎사귀 그림이 붙어 있는 길쭉한 주스병, ARONIA. 

"아로니아로 하죠." (p197)


설정이 미래가 아니었다면 아로니아공화국을 검색해봤을 것만 같다. 정말 아로니아공화국이 실재할 것만 같다. 혹은 현재 큰놈 하나 작은놈 하나 그리고 JFEN 위에서 실제 아로니아 공화국이 만들어지고 있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다. 어떻게 이렇게 세세하고 자세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 싶다.


66조원... 아니다, 125조원이다. 아로니아공화국 건설에 필요한 돈이다. 돈이 많은 이들에게 돈은 이미 돈이 아니겠지만 이게 가능한 돈일까 싶다. 김강현도 이 부분을 의심스러워 했다. 정말 가능할까에 대한 의심의 여지가 많은 부분인데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는 그 돈의 가능성. 백민정의 브리핑은 가능성을 의심하기에 앞서 그녀의 포부와 이룩한 업적에 매료되었다. 매우 강렬했다. 실제로 이런 사람이라면 125조원도 가능해 보일 것만 같다.


"재밌고 신나는 국가를 만들라요. 재밌고 신나는 국가의 구성원들이랑 징하고 멋지게 살아불라요." (p205)


가능성에 대한 의심은 계속된다. 아로니아공화국에 대한 김강현의 생각을 아내에게 말했을 때, 아내는 아로니아가 성공할 확률을 묻는다. 이 물음 자체가 남편을 믿는 아내의 마음에 묻어있긴 하지만 그 대답이 가관이다. 이쯤되면 아로니아는 무슨 종교 단체같다. 종교 단체와 닮았다고 해야할까. 믿는 건 자유이나 나를 믿으면 광명이 열릴지니. 실체를 보기 전 모든 이들은 그 가능성에 대해 모두 같은 의심을 갖게 될 것이다. 

"아로니아가 성공할 확률은?"

나는 한 번도 확률을 따지지 않았다.

"성공할 확률 0퍼센트, 실패할 확률도 0퍼센트" (p279)

김준현의 먹방 평균 1억명이 시청한다는 개인 방송 '꾸르륵꾸르륵', 코드 레드가 선언되었을 때 23억명이 동시 시청한 방송이다. 아무리 기술이 좋아졌다고 세계 인구의 절반 동시 접속을 수용하는 서버가 있을리 만무하지만 10년 뒤는 아무도 모르니 애교로 봐주자. 


아로니아공화국은 중국에 우호적인 동맹관계이며 미국과는 적대적이다. 일본은 약삭빠르게 분위기를 보고 있고, 한국은 미국에 대항한 아로니아공화국에 비난을 쏟는다. 작은 나라지만 국가다. 아로니아공화국 내에서도 정치적 이념이 달라 머슬아로니아플랜당이 창당되고 그린머슬아로니아당으로 이름도 바꾼다. 소설이지만 시대 상황을 반영한 시대반영 소설이다. 이쯤에서 이 소설의 장르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다. SF공상과학 소설? 정치 역사 소설? 생각보다 좀 어렵다.


다른 이념이 존중받는 국가, 1표 차이로 당락이 좌우되는 투표의 당위성(억지스러운 면은 좀 있지만), 국가 내에서의 정치적 견해들, 국가 간 관계 등 픽션에 기반했으며 현실을 투영한 복잡 미묘한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실 그 무엇이 중요하랴 소설인 것을.


"한국이 싫어서 새로운 국가를 만들겠다는 건 결코 아닙니다." (p281)


사실 좀 오해했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얼마나 싫으면 새로운 국가를 만들겠다는 건가. 허나 그들은 단순히 현재의 국가가 불만족 스러워 새로운 국가를 만드는 게 아니다. 오히려 만족스럽고 미련이 없어서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저 재밌고 신나는 일을 하고 싶었던 거다. 아로니아공화국! 모두가 꿈꾸는 유토피아에 살고 싶다는 그 꿈을 현실화한다고 말하는 게 맞을까. 어쩌면 그 유토피아가 아로니아공화국과 닮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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