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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의 비밀
신혜선 지음 / artenoir(아르테누아르) / 2018년 7월
평점 :
동생의 비밀
재미있다. 강력 추천 미스터리 소설!
소설을 읽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스토리, 반전, 흥미, 가독성... 많은 요인들이 있겠지만 그 중 가장 중요한 한 가지는 바로 '재미'다! 다른 이런 저런 수식여구를 붙일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은 그냥 재미있다. 미스터리 소설로 정말 재미있는 소설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지원해 신인 작가 데뷔를 돕는 국가 프로젝트를 통해 출간한 책이라 한다. 많은 경쟁 상대들 중에서 살아 남은 작품으로 많은 이들의 지지를 얻었고 책으로 나왔다.
4개의 챕터로 구분되는 이야기는 3명의 인물의 시선에서 다뤄진다. 1,2 챕터는 형 병학의 시선, 3챕터는 형사의 시선, 4챕터는 동생 병윤의 시선이다. 책을 중간 정도 읽었을 즈음 어느 정도 윤곽이 보이기 시작했다. 동생의 미스터리한 행동들의 이유와 형의 시선에서 이해할 수 없는 미묘한 것들의 윤곽이다. 하지만 끝까지 읽지 않으면 결코 알 수 없고, 끝에서만이 결론에 도달할 수 밖에 없는 궁금증을 지속적으로 유발한다.
동생 병윤의 시선에서 비로소 이해가 되고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한다. 내가 동생 병윤이었다면 어떠했을까, 내가 형 병학의 입장이었다면 어떠했을까. 누구의 편도 들 수 없는 어머니의 모습은 어쩌면 우리가 처한 상황과 닮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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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병학의 시선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6년 동안 집에 오지 않던 동생이 들어왔다. 동생은 무뚝뚝하고 살갑지 않다. 그런 동생이 자신에게 선물이라며 안동 소주를 한 병 가져왔다. 동생이 가져온 아이스 박스에는 의문의 노란 액체와 주사기들이 있다. 동생이 의심스럽다. 동생의 가방에서 몰래 꺼내 본 편지에서 동생의 비밀을 알게 된다. 동생은 형을 죽이기로 결심했다.
오늘 점심에 아버님한테 주사를 놓는 데 성공했어. 몇 달 동안의 노력이 드디어 결실을 맺었어. 일단 축하한다는 말부터 하고 싶어. 당해왔던 모든 사람에게도 축하를 전하고 싶은 날이야. (p29)
형은 동생 병윤을 뒷조사한다. 편지의 주소지를 찾아가고 동생이 지내는 대학교를 찾아가 비밀을 파헤친다. 자신이 알고 있는 동생의 모습과는 다른 또 다른 동생을 마주한다.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매우 좋으며 여자친구와는 동거를 하고 있다. 병학의 여자친구의 아버지에 대한 소식을 들었다. 갑자기 죽었다고 한다. 동생 병윤의 편지 본 내용이 기억난다.
"수의대에서 동물을 살리는 걸 배웠으면, 여기서는 어떻게 하면 맛있게 죽일까를 배워. 최대한 깨끗하게 죽여서 사람들한테 해가 안 가게 하는 거지." (p86)
대사 하나하나가 섬뜩하다. 동생이 가져온 주사기와 노란 액체의 정체는 무엇일까. 동생의 뒤를 쫓는 과정이 흥미롭고 스릴넘친다. 냉혈안 동생의 비밀을 찾아가는 형을 응원하게 된다. 그렇게 우리는 작가의 덫에 빠진다. 책을 읽으며 정신없이 스토리 전개에 빠져들었다. 형의 입장에서 어떻게 해야할지. 어떻게 동생을 막아야 할지. 가족인 동생이 자신을 죽이려 한다면 어떻게 해야할지. 상상만으로도 공포로 다가왔다.
오랜만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읽은 미스터리 소설이다. 글자가 큰 편이며 300페이지 정도로 두껍지 않기에 거의 단숨에 읽었다. 그만큼 몰입도 있게 이야기가 진행되며 뒷 내용이 정말 궁금해 멈출 수 없다. 소설이 짧게 느껴져 아쉬운 느낌이다. 또한 외국 소설을 읽다보면 익숙하지 않는 지명과 이름들로 피로한데 일단 지명 및 이름들이 거부감이 없기에 편안한 느낌마저 든다.
아주 살짝 아쉬운 점 하나를 적어보련다. 미스터리 소설이라면 피해갈 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소설에서 보여지는 동생의 모습은 매우 치밀하다. 그러나 반대로 매우 허술하다. 자신이 행한 일들에 대해 편지를 적는가 하면 중요한 물건들을 집안에 방치하는 등 무언가 허술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내가 미처 알아내지 못한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은 장점에 의해 가려진다. 신혜선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