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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로니아공화국
김대현 지음 / 다산책방 / 2018년 6월
평점 :
나의 아로니아 공화국
꿈의 나라, 아로니아 공화국으로 오세요
2028년이면 엄청 먼 미래로 느껴지는데 고작 10년 후의 미래다. 10년 후의 나의 미래는 어떨까. 잘 예측은 되지 않지만 사실 뻔하다. 이렇게 회사원으로 생활하고 있을거다. 어쩌면 내가 만들어 놓은 틀에 나를 가두고 있지 않나 싶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 책은 매우 색다르고 꿈과 같다. 새로운 국가를 건설한다는 얼토당토않은 일로 치부되는 일이 아로니아공화국 대통령 김강현의 눈 앞에서 벌어졌다.
김강현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삥 뜯고 다니던 키만 큰 문제아가 아버지를 통해 새 사람으로 거듭난 이야기. 또한 미카엘라를 만나 미카엘이 되고 서울대학교 법학과에 진학하고 검사가 된 이야기. 실존하는 인물이 아닐까 충분히 설득력있는 인물 김강현은 옳은 일에 옳다고 말할 줄 아는 인물이었다.
나는 백민정이 식탁에 막 내려놓은 주스병에 눈길이 멈췄다. 까맣고 동그란 열매들이 대롱대롱 매달린 가지와 싱그러운 푸르른 잎사귀 그림이 붙어 있는 길쭉한 주스병, ARONIA.
"아로니아로 하죠." (p197)
설정이 미래가 아니었다면 아로니아공화국을 검색해봤을 것만 같다. 정말 아로니아공화국이 실재할 것만 같다. 혹은 현재 큰놈 하나 작은놈 하나 그리고 JFEN 위에서 실제 아로니아 공화국이 만들어지고 있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다. 어떻게 이렇게 세세하고 자세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 싶다.
66조원... 아니다, 125조원이다. 아로니아공화국 건설에 필요한 돈이다. 돈이 많은 이들에게 돈은 이미 돈이 아니겠지만 이게 가능한 돈일까 싶다. 김강현도 이 부분을 의심스러워 했다. 정말 가능할까에 대한 의심의 여지가 많은 부분인데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는 그 돈의 가능성. 백민정의 브리핑은 가능성을 의심하기에 앞서 그녀의 포부와 이룩한 업적에 매료되었다. 매우 강렬했다. 실제로 이런 사람이라면 125조원도 가능해 보일 것만 같다.
"재밌고 신나는 국가를 만들라요. 재밌고 신나는 국가의 구성원들이랑 징하고 멋지게 살아불라요." (p205)
가능성에 대한 의심은 계속된다. 아로니아공화국에 대한 김강현의 생각을 아내에게 말했을 때, 아내는 아로니아가 성공할 확률을 묻는다. 이 물음 자체가 남편을 믿는 아내의 마음에 묻어있긴 하지만 그 대답이 가관이다. 이쯤되면 아로니아는 무슨 종교 단체같다. 종교 단체와 닮았다고 해야할까. 믿는 건 자유이나 나를 믿으면 광명이 열릴지니. 실체를 보기 전 모든 이들은 그 가능성에 대해 모두 같은 의심을 갖게 될 것이다.
"아로니아가 성공할 확률은?"
나는 한 번도 확률을 따지지 않았다.
"성공할 확률 0퍼센트, 실패할 확률도 0퍼센트" (p279)
김준현의 먹방 평균 1억명이 시청한다는 개인 방송 '꾸르륵꾸르륵', 코드 레드가 선언되었을 때 23억명이 동시 시청한 방송이다. 아무리 기술이 좋아졌다고 세계 인구의 절반 동시 접속을 수용하는 서버가 있을리 만무하지만 10년 뒤는 아무도 모르니 애교로 봐주자.
아로니아공화국은 중국에 우호적인 동맹관계이며 미국과는 적대적이다. 일본은 약삭빠르게 분위기를 보고 있고, 한국은 미국에 대항한 아로니아공화국에 비난을 쏟는다. 작은 나라지만 국가다. 아로니아공화국 내에서도 정치적 이념이 달라 머슬아로니아플랜당이 창당되고 그린머슬아로니아당으로 이름도 바꾼다. 소설이지만 시대 상황을 반영한 시대반영 소설이다. 이쯤에서 이 소설의 장르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다. SF공상과학 소설? 정치 역사 소설? 생각보다 좀 어렵다.
다른 이념이 존중받는 국가, 1표 차이로 당락이 좌우되는 투표의 당위성(억지스러운 면은 좀 있지만), 국가 내에서의 정치적 견해들, 국가 간 관계 등 픽션에 기반했으며 현실을 투영한 복잡 미묘한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실 그 무엇이 중요하랴 소설인 것을.
"한국이 싫어서 새로운 국가를 만들겠다는 건 결코 아닙니다." (p281)
사실 좀 오해했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얼마나 싫으면 새로운 국가를 만들겠다는 건가. 허나 그들은 단순히 현재의 국가가 불만족 스러워 새로운 국가를 만드는 게 아니다. 오히려 만족스럽고 미련이 없어서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저 재밌고 신나는 일을 하고 싶었던 거다. 아로니아공화국! 모두가 꿈꾸는 유토피아에 살고 싶다는 그 꿈을 현실화한다고 말하는 게 맞을까. 어쩌면 그 유토피아가 아로니아공화국과 닮아 있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