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호수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
정용준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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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호수

내 마음을 따사롭고 감상적으로 만든 소설


오랜만에 한국 소설을 읽었다. 한국 사람이 쓴 한국 소설은 한국 사람만이 깊게 공감할 수 있는 한국의 맛이 있는 소설이다. 다른 언어로 이별과 작별의 차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 미묘한 차이는 장황한 설명이 아니더라도 그저 그 단어가 가진 느낌을 경험적으로 언어적으로 이미 우리는 공감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 소설이 반갑고 친근하게 느껴졌다.

이 책이 정말 소설인가 라는 의구심이 생겼다. 소설은 허구인데 저자 정용준이 직접 경험한 사실에 기반한 내용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온전히 일치하지는 않으나 얼핏 얼핏 주인공 윤기와 저자 정용준이 겹쳐 보이는 것은 분명 합리적 의심이다. 몇몇 구체적 단서들이 있긴하지만 추리놀이는 잠시 접어두겠다. 그냥 나만의 느낌적인 느낌이랄까.

여행지에서 뭔가를 결정하는 용기는 항상 옳아요. 하지만 그 용기는 한 번만 내세요. 그곳에선 뭔가를 결정하면 안 돼요. 그건 용기가 아니에요. 어리석은 거지. (중략) 여행지의 사건을 삶으로 끌고 오지 마세요. 복잡해진답니다.

p42

뭔가 의미 심장한 이 글귀는 되뇌어 읽을 수록 마음에 와 닿는다. 휴식을 위해 일상의 탈출을 위해 이런저런 이유로 떠나는 여행은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도 기쁘게도 행복하게도 만든다. 여행지에서의 설렘은 사람을 용기로 샘 솟게 한다. 그 원동력으로 우리의 삶은 새롭게 리프레쉬 되고 힘을 얻는다. 민영씨가 윤기에게 건넨 이 말은 우리에게도 해당한다. 여행지에서 뭔가를 결정하는 용기가 한 번으로 족하다는 선견지명은 소설을 다 읽은 후에도 기억에 남았다.

처음 여기 왔을 땐 여유롭고 한가한 일상이 좋았어. 해만 기울면 상점들이 문을 닫고 휴일에도 문을 닫지. 밤에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없고 소리 내는 이들도 없어. 순진한 아이들처럼 밤 되면 자는 세계에 요람처럼 누워 한동안 잘 지냈어. 그런데 곧 심심해지더라. 이런 걸 원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어. 세계는 분주하고 나는 여유로운 그런 상태를 원했던 거지. 세계 자체가 여유로우니까 한가함은 심심함으로, 심심함은 지루함으로, 지루함은 게으름으로, 느낌이 달라지더라고.

p95

작가로 살아가는 한윤기는 업무차 빈에 있다. 문득 옛 연인 무주가 떠올라 이메일을 보냈고 그녀를 만나러 스위스로 간다. 그간 연락없이 지냈 두 사람이었다. 하지만 오랜만에 만난 그녀와의 재회는 우려와는 달리 자연스럽고 편안했다. 목수인 무주의 남편은 스위스로 입양되었던 사람으로 한국에 방문했을 때 무주를 만났고 무주는 남편을 따라 스위스로 떠났다. 딸 유나가 태어났고 스위스에서 살고있다.

한가로이 지내는 외국에서의 삶을 꿈꾼다. 나 역시도 그러하며 많은 이들이 그러하지 않을까. 그런 나에게 무주의 말이 남다르게 다가왔다. 여유롭고 한가한 삶을 꿈꾸지만 정작 그러한 세계로 가면 그렇지 않다는 이 말이 공감이 되면서도 마음 한 켠에 의구심이 자리한다. 그래도 한 번쯤 경험해보고 싶은 여유롭고 한가한 일상. 그 때 나 역시 그 여유로움이 게으름으로 변모할까.

잘 있는 걸까요? 낯선 방에 누워 있습니다. 오래전 애인의 집에 누워 있어요. 옆방은 그의 남편 방이고 그 옆방엔 그와 그의 딸이 잠들어 있습니다. 왜 나는 여기에 누워 있는 걸까요? 장크트갈렌이 어떤 도시인지 전혀 모르겠어요.

p109

여행지에서의 용기로 옛 애인의 집에 와 있는 윤기. 한 걸음 뒤에서 바라보면 참 재미있는 상황 아닌가. 작가 출신이기에 두 사람의 대화가 남다르다. 참 공감되는 두 사람의 이야기는 삶에 대해, 연인의 이별에 대해, 과거에 대해 자연스럽게 흘러가듯 펼쳐진다. 이별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두 사람은 어쩌면 익숙한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일상의 어느 오후, 어쩌면 그들에겐 아무것도 아닐 장면을 감상적인 눈으로 보고 싶지 않은데 계속 눈이 갔다. 이상하고 아름다웠다. 이래서 민영 씨가 유럽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를 세 개의 호수라고 한 걸까?

p135

길지 않은 작은 책의 이 소설이 참 마음에 든다. 평온하면서도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이 포근한 느낌이 이 소설의 매력이라 생각한다. 자극적이지 않고도 만족스럽게 읽은 소설은 참 오랜만이다. 옛 애인을 재회해 나누는 근황, 함께 과거를 회상하며 나누는 이야기들, 낯선 스위스에서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는 일상, 세 개의 호수를 바라보며 즐기는 그 어느 오후의 따사로움. 감상적이고 싶지 않은데 감상적으로 젖어들게 하는 이 소설은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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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
줄리언 반스 지음, 공진호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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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

반스 스타일의 미술 에세이




맨부커상 수상 소설가 '줄리언 반스'의 새로운 책이다. 13권의 장편 소설, 3권의 소설집, 4권의 범죄소설를 썼고 각종 상을 휩쓸다시피했다. 이제는 미술이다. 그의 미술 에세이 <줄리언 반스의 아주 지적인 미술 산책>은 매우 흡인력 있는 이야기 전개에 놀라웠고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다. 미술 세계에 대해 잘 모르는 독자도 쉽게 다가가 읽을 수 있으며 책을 읽고 난 뒤 다양한 이유로 정말 미술관에 가서 직접 그림을 보고 싶어 졌다. 소설인듯 에세이인듯 그의 이야기에 홀렸다.





어린 시절 우리 집에 걸려 있던 그 누드화의 밋밋함에 대해 내가 느꼈던 바가 옳았다면, 미술의 엄숙함에 대한 나의 추론은 틀렸다. 미술은 단순히 흥분을, 삶의 전율을 포착해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 미술은 가끔 더 큰 기능을 한다. 미술은 바로 그 전율이다.

서문 (p18)

미술에 대해 나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것을 '의식적으로 본다'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의식적으로 보기' 시작하면서 부터 보이기 시작한다. 관심이 생겨난다. 궁금증이 샘솟는다. 그래야 비로소 본질을 보게 되고 알게 된다. 그래야만 제대로 안다고 할 수 있다. 어쩌면 그렇기에 미술이 어려운 예술에 속하는지도 모르겠다. 아는 만큼 보이며, 아는 만큼 전율을 느끼기 때문이다. 줄리언 반스가 소개하는 작품들은 그저 하나의 작품이었지만 지금은 전율을 동반한 작품들로 변모했다.


*****




제리코, <메두사호의 뗏목>

이 그림에 대한 기반 지식을 모르는 상태에서 그림을 본다. 이 뗏목은 왜 메두사호일까. 무언가 갈망하고 혼란스러운 뗏목의 모습에 기괴함과 공포, 희망이라는 메세지가 어렴풋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 뿐이다. 추정을 할 뿐이다.



좌초되는 배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매우 절박한 상황이다. 뗏목에 많은 사람들이 올라가 있어 다리가 바닷물에 잠긴 상황, 부족한 물자로 인해 서로 싸움이 벌어졌다. 수일 동안 먹을 것이 모자라 소변을 마셔야 하는 상황, 모든 먹을 것이 소진되어 결국 인육을 먹어야 했다. 그저 살아남기 위해. 그림에서 표현된 상황은 멀리 희망의 배가 나타난 시점이다. 실제 그 시각 멀리 있던 배는 뗏목을 발견하지 못하고 사라진다. 그들은 수일이 지나서야 살아 돌아왔다. 살아남은 15명 중 5명은 오래 살지 못했다. 이 재난 상황을 제리코는 그림으로 남겼다. 이러한 스토리를 한 장의 그림으로 담아내야 했다. 물에 잠긴 뗏목은 물 위에 있어야만 했고, 굶주리는 상황을 표현해야 했으며, 복잡하고도 다양한 이 상황과 심리를 함축적으로 나타내고자 했다. 이러한 상세한 기반 지식과 배경을 알고 다시 보는 제리코의 그림에서 전율을 느낀다.




세잔,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


기대감이 커진 탓일까. 아니면 실제 그림을 마주하지 못해서 그런 것일까. 세잔에 대한 내용을 읽고서는 좀처럼 이해할 수 없었다. 현대 미술의 시작을 열었으며, 세잔의 작품을 발견하고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야 했다는 찬사들이 오고가는 중에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인물이 실제 있는 것처럼, 실제 인물을 직접 만난 듯한 느낌의 밀도, 실물과 대등한 그림을 그렸다는 세잔의 작품을 유심히 살펴봤다. 식견이 부족한 나로서는 좀처럼 어려웠다. 그 전율을 느끼기에는 부족했다. 세잔의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은 여느 평범한 그림으로 다가온다. 직접 이 그림을 본다면 내 생각이 달라질까. 그래서 더 궁금해진다.






드가, <국화 옆의 여인>

드가에 대해 다양한 평가 존재한다. 드가는 여성 혐오자라는 의견과 여성 관찰자라는 평가 중 어떤 것이 실제 드가에 가까울까. 편견이 작용해서일까. 여자와 꽃다발은 다양한 방식으로 그릴 수 있다고 말하는 드가의 호기로움은 그의 '국화 옆의 여인' 그림을 통해 엿볼 수 있다. 별다르게 보이지 않을 수 있으나 여인보다 국화가 돋보이는 독특한 구조는 당시에도 논란이 여지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 정말 여자를 싫어했다면 여자 그림을 왜 그렇게 많이 그렸을까. 나도 모르게 그림을 계속 쳐다보게 된다. 국화 한 번, 여자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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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 다이어리 - 시인을 만나는 설렘, 윤동주, 프랑시스 잠. 장 콕도. 폴 발레리. 보들레르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바라기 노리코. 그리고 정지용. 김영랑. 이상. 백석.
윤동주 100년 포럼 엮음 / starlogo(스타로고)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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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 DIARY

윤동주와 함께하는 5년의 기록





동주 다이어리는 책인 듯, 시집인 듯, 우리와 함께 하고 싶어 하는 다이어리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고 세계가 기억하는 시인 윤동주와 다이어리가 만났다.

5년간 쓸 수 있는 다이어리다. 매일 그의 시 한 구절을 만나본다.

어떤 말이라도 좋다. 그저 내 마음, 기분을 담은 글을 적어본다면 훌륭한 일기가 된다.







동주 DIARY인 만큼 윤동주 시인과 관련된 내용이 알차게 담겨있다.

윤동주 생애 관련 사진들, 지인들의 증언들이 담겨 있으며, 윤동주가 사랑했던 즐겨 읽었던 시들이 듬뿍 담겨 있다.




윤동주의 시와 더불어

프랑시스 잠, 장 콕토, 폴 발레리, 보들레르,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정지용, 김영량, 이상, 백석 등의 시들이 책에 담겨 있다.

시인 윤동주가 즐겨 읽었던 시였으며 그가 즐겨 읽었던만큼 윤동주에게도 큰 영향을 주었을 시들이다.



독서와 사색을 즐겼다는 윤동주, 그를 기리는 이 책은 우리의 마음을 차분하게 정화시킨다.





윤동주 - 서시

윤동주하면 서시, 서시하면 윤동주가 떠오른다.

그의 대표적인 시인 서시는 많은 이들이 기억한다.

매번 시를 보고 읽을 때마다 감회가 새롭다.



식민지의 상황에 처한 시인 윤동주는 한 점 부끄러움 없는 삶을 살아간다.

나라가 처한 상황과 더불어 정신적 고통에도 굴하지 않는 그의 굳은 심지를 엿볼 수 있으며

이러한 그의 다짐은 우리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5년 다이어리

20으로 시작되는 부분은 년도를 적어 넣는 부분이다.

2019, 2020, 2021... 의 오늘이 1월 20일이라면 해당 페이지에 년도를 기입하고 5줄에 내용을 적으면 된다.

매일 일기를 쓰듯 글을 채워 넣으면 자연스럽게 5년의 기록이 쌓인다.

해가 거듭될수록 성장해가는 나를 발견할 수 있을까? 과거의 나를 발견할 수 있는 일기가 될까?

같은 내용의 시 구절을 만나더라도 처한 상황, 날씨 등의 영향으로 매우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 당장은 이 다이어리의 가치를 알기 어려울지 모른다.

시간이 흘러 가득 채워진 나의 다이어리는 나만의 보물이 될 수 있다.





누구에게나 선물이 되는 다이어리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윤동주를 좋아할 것이다.

그의 애국 정신은 시대가 흐를 수록 더욱 빛을 발한다.

5년이 지나도 10년이 지나도 윤동주는 우리의 자랑이다.

친구에게, 지인에게, 동료에게 혹은 나 자신에게 선물이 될 수 있는 다이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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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책
니나 게오르게 지음, 김인순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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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꿈의 책

꿈의 차원을 벗어난 사랑의 연결고리




니나 게오르게는 아마존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이자 150만부 판매부수를 올린 <종이 약국>의 저자이다. 큰 기대감을 안고 <꿈의 책>을 읽기 시작했다. 저자의 표현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글로 표현하기 힘든 세세한 감정선과 기분을 색과 연관 짓거나 몽환적인 꿈과 연결지어 표현하고 있는데 글로 그려지는 것들이 환상적, 몽환적이며 정말 마치 꿈을 꾸는 듯한 기분이 든다.



마치 코마 상태에 빠진 헨리가 있는 중간 세상이 다녀온 듯한 생생한 묘사가 압도적이다. 정말 그런 세상이 존재하는가에 대한 의심이 드는 것이 아니라 정말 그 세상을 믿게 되는 무서운 설득력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마지막의 결말에 가슴이 미어지고 뭉클해진다.

지금 아빠의 얼굴은 사람이 아무도 살지 않는 땅 같다. 지금 아빠의 주름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 더 이상 웃지 않고 더 이상 고통에 시달리지 않고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다. 아빠의 몸도 벌써 오랫동안 비어 있는 집 같다. 더 움츠러들었다. 그리고 쓸쓸함의 베일에 덮여 있다.

p123

열 세살이 된 아들 샘, 아빠 헨리와 아들 샘은 아직 서로 만난 적이 없다. 아들 샘은 아빠 헨리에게 이메일을 보내서 만나자고 했고 헨리는 기쁜 마음에 헨리에게 간다. 아들을 만나러 가는 길에 헨리는 한 소녀를 구하러 물로 뛰어 들게 된다. 다행히 소녀를 구하였으나 헨리는 차에 치이게 되고 헨리는 꿈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헨리는 코마 상태에 빠진다. 아빠를 바라보는 아들 샘의 마음은 슬픔과 혼란 속에 있다.

매디는 '혼미 상태'에 있는 동시에 '코마 상태'에 있다. 그런 상태는 원래 가능하지 않다. 매디는 '수면'이나 '의식 불명'에 이르지 않고 원반들 사이를 오르락내리락한다. 매디의 뜬 눈은 매디의 일부가 '이곳'에 있지만 더 본질적인 부분은 어딘가 아주 다른 곳에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매디와 나 사이를 가로막는 건 얇은 막이나 박편이 아니라 얼음과 고독의 두터운 층이다.

p202

신비한 소녀 매디는 6층 식물층에 있다. 식물과 같은 환자들이 있기에 그렇게 불린다. 샘은 무언가에 이끌려 매디에게 향한다. 그리고 그 소녀를 만나고 사랑이라는 감정에 빠진다. 그 소녀는 아빠 헨리처럼 코마 상태에 빠져있다. 한 순간 가족을 잃고 혼자가 된 소녀 매디는 이 세상에 살아갈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소녀에게 소년 샘이 나타났다.

"때로는 반대일 수도 있어. 네가 어떤 사람을 생각하는 것보다 그 사람이 너를 더 자주 생각할 수 있어. 또 네가 그 사람을 좋아하는 것보다 그 사람이 너를 더 좋아하든지. 사랑은 미련퉁이야."

p269

사랑이라는 감정은 차원을 넘나들고 측정할 수 없는 요상한 존재다. 아주 사람을 미련하게 만드는 재주꾼이다. 이 소설을 읽으며 사랑에 대해 생각한다. 코마에 빠진 남자를 만나러 오는 여자 에디는 어떤 마음에서 달려오는 걸까.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했던 남자 헨리와 헤어졌음에도 이 여인은 왜 달려오게 되었을까. 미련이 남아서일까, 아니면 사랑 때문일까.

가령 부인의 헨리처럼 모든 잠이나 꿈 차원을 훨씬 벗어난, 깊은 코마 상태에 빠진 경우에는 오늘날 의학이 믿는 바에 따르면 꿈을 꿀 수 없다는 거죠. 그 상태에서는 뇌가 꿈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는 거예요. 그렇다면 돌아온 사람들이 하는 얘기는 멀까요? (중략) 누군가가 코마 상태에서 꿈을 꿀 수 없고 주위를 전혀 지각하지 못한다면, 그 사람은 도대체 어디 있었던 걸까요? 그게 꿈도 현실도 아니라면, 돌아온 사람들이 하는 얘기는 뭘까요?

p439

의학적 설명이 불가능한 세상은 존재할까. 존재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코마 상태에 빠진 헨리와 매디는 서로 어느 공간에서 만나는 것일까. 세상엔 설명이 불가한 불가사의한 일들이 벌어진다. 정말 꿈과 같은 일들이 우리 주변에도 벌어진다. 일면식도 없는 소녀를 구하기 위해 강물로 뛰어 드는 남자의 마음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일까. 동정? 의리? 의무감? 정의감? 종군 기자의 기억? 전혀 알지 못하는 상대를 위해 자신을 내 던지는 일이 과연 가능한 것일까. 이 일 부터가 정말 불가사의한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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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와 잘 지내지 맙시다 - '셀프헬프 유튜버' 오마르의 아주 다양한 문제들
오마르 지음 / 팩토리나인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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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와 잘 지내지 맙시다

솔직 담백 공감 사이다 오마르의 말,말,말





이 책의 저자 '오마르'는 유튜버, 라디오 출연, 강연, 글쓰기하며 이야기꾼으로 살아간다. <모두와 잘 지내지 맙시다>는 저자의 촌철살인 솔직 담백 공감 사이다 발언 등을 꾹꾹 눌러 담은 그의 에세이집이다. 다루는 주제마다 모두 속 시원하게 자신의 견해를 밝히며 뼈와 살이 되는 충고를 던지는 그의 이야기 방식은 재미와 더불어 날 것 그대로의 지혜들을 담고 있다.



그의 글들을 통해서 내 자신을 돌아보기도 했으며 내 주변을 돌아보기도 했다. 말로 설명할 수 없었던 미묘한 그 무언가를 속 시원하게 글로 표현한 것들이 매우 공감되고 설득력 있으며 독자의 이해에 기반하고 있다. 아무리 재미있는 이야기도 재미있다는 말을 듣고 들으면 재미없을 수 있으니 큰 기대 없이 읽는 것을 추천한다. 가볍게 읽다보면 공감대가 형성되고 그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탕수육은 부먹이냐, 찍먹이냐에 대해 논란이 많다. 우선 나는 강경한 찍먹임을 밝힌다. 그리고 왜 찍먹이 우리가 다 함께 나아가야 할 방향인가에 대해 그 분명한 이유를 말하려 한다. (중략) 찍먹은 부먹을 방해하지 않는다. 하지만 부먹은 찍먹을 아예 없애버린다.

찍먹은 부먹을 방해하지 않는다 (p63)

매우 공감되는 내용이다. 나 역시 강경한 찍먹이기에 더욱 공감한다. '찍먹은 부먹을 방해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왜 이렇게 멋지게 들리는지. 그저 부먹을 이해할 수 없는 종족으로만 여겼으나 왜 찍먹이 피해를 봐야하는지에 대해 논리적으로 생각해 본적이 없는데, 오마르의 설득력 있는 주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매우 훌륭한 그의 정리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부디 널리 이 내용이 퍼져서 세상의 부먹들이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효리 씨가 한 TV프로그램에 나와 그런 말을 하더라. "세상에 별 남자, 별 여자 없더라." 자, 그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완벽한 짝은 죽을 때까지 찾을 수 없고, 이해와 노력 없이 잘 굴러가는 연예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막상 나를 좋아한다고 하면 왜 마음이 식어버릴까 (p104)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라 했던가. 연예를 시작할 때 상대에 대한 기대를 많이 할 수록 크게 실망한다. 처음엔 잘해주다가 나중에는 시들해지는 것이 사람이 변해서가 아니라 원래 그런 것이다. 당연한 흐름이다. 꾸준히 잘하는 사람은 오히려 의심을 해야한다. 다 비슷비슷하다. 그 중에 그나마 나은 사람 고르는 거다. 이해와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주옥같은 멘트들이 가슴에 와 닿는다.



흔치 않은데, 절대적으로 진리라고 믿는 말이 하나 있다. '혼자서 행복할 수 없는 사람은 함께여도 행복할 수 없다.' 연애가 당신 삶을 꽃밭으로 바꿔줄 거라 기대하지 말라. 타인과의 행복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반드시 홀로 행복할 수 있어야 한다.

왜 우리는 연애를 해도 행복하지 않을까? (p142)

이 말 역시 기억해 두고 싶다. 스스로 행복을 찾지 못하는 사람이 어찌 타인과의 행복을 꿈꿀 수 있겠는가. 타인에게서 찾는 행복이라는 말 자체가 모순이다. 행복은 자기 자신에게서 찾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역시 연애를 시작하면서 상대에게 기대하는 심리가 서로의 불화의 씨앗이 되며 헤어짐의 발단이 된다. 상대에게 기대하기 이전에 잘 해주고 기대하지 않으면 그만이거늘. 말처럼 쉽지 않기에 연애지만 이러한 마인드 컨트롤은 필요하다.


착하다는 말, 듣기 좋다. 좋은 사람이라는 평가도 달콤하지. 근데 그 말 듣자고 굳이 잘 맞지도 않는 사람들과 잘 지내고 열심히 잘해줄 필요는 없잖나. 그건 결국 자신을 갉아먹는 일이다. 그래, 내 옛 친구 B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 남들 비위 맞추느라 자신의 의사를 외면하지 말자. 좋은 이미지를 위안 삼으며 스트레스를 모르는 척하는 건 한계가 있다.

모두와 잘 지내지 맙시다 (p234)

정말 멋진 말이다. 착한 사람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자. 좀 착하지 않으면 어떤가. 나 역시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기본적 습성이 있다. 좋은 사람이 되면 뭐하겠는가. 계속 좋은 사람이 되어야할 뿐이다. 조금 까칠하지만 일 잘하는 사람이 더 좋은 평가를 받는다. 좋은 사람은 평가 잘 안 좋게 줘도 이해할 거라 생각하나 보다. 굳이 내 스스로 스트레스를 만드는 일을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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