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림에 대한 기반 지식을 모르는 상태에서 그림을 본다. 이 뗏목은 왜 메두사호일까. 무언가 갈망하고 혼란스러운 뗏목의 모습에 기괴함과 공포, 희망이라는 메세지가 어렴풋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 뿐이다. 추정을 할 뿐이다.
좌초되는 배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매우 절박한 상황이다. 뗏목에 많은 사람들이 올라가 있어 다리가 바닷물에 잠긴 상황, 부족한 물자로 인해 서로 싸움이 벌어졌다. 수일 동안 먹을 것이 모자라 소변을 마셔야 하는 상황, 모든 먹을 것이 소진되어 결국 인육을 먹어야 했다. 그저 살아남기 위해. 그림에서 표현된 상황은 멀리 희망의 배가 나타난 시점이다. 실제 그 시각 멀리 있던 배는 뗏목을 발견하지 못하고 사라진다. 그들은 수일이 지나서야 살아 돌아왔다. 살아남은 15명 중 5명은 오래 살지 못했다. 이 재난 상황을 제리코는 그림으로 남겼다. 이러한 스토리를 한 장의 그림으로 담아내야 했다. 물에 잠긴 뗏목은 물 위에 있어야만 했고, 굶주리는 상황을 표현해야 했으며, 복잡하고도 다양한 이 상황과 심리를 함축적으로 나타내고자 했다. 이러한 상세한 기반 지식과 배경을 알고 다시 보는 제리코의 그림에서 전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