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책
니나 게오르게 지음, 김인순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꿈의 책

꿈의 차원을 벗어난 사랑의 연결고리




니나 게오르게는 아마존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이자 150만부 판매부수를 올린 <종이 약국>의 저자이다. 큰 기대감을 안고 <꿈의 책>을 읽기 시작했다. 저자의 표현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글로 표현하기 힘든 세세한 감정선과 기분을 색과 연관 짓거나 몽환적인 꿈과 연결지어 표현하고 있는데 글로 그려지는 것들이 환상적, 몽환적이며 정말 마치 꿈을 꾸는 듯한 기분이 든다.



마치 코마 상태에 빠진 헨리가 있는 중간 세상이 다녀온 듯한 생생한 묘사가 압도적이다. 정말 그런 세상이 존재하는가에 대한 의심이 드는 것이 아니라 정말 그 세상을 믿게 되는 무서운 설득력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마지막의 결말에 가슴이 미어지고 뭉클해진다.

지금 아빠의 얼굴은 사람이 아무도 살지 않는 땅 같다. 지금 아빠의 주름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 더 이상 웃지 않고 더 이상 고통에 시달리지 않고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다. 아빠의 몸도 벌써 오랫동안 비어 있는 집 같다. 더 움츠러들었다. 그리고 쓸쓸함의 베일에 덮여 있다.

p123

열 세살이 된 아들 샘, 아빠 헨리와 아들 샘은 아직 서로 만난 적이 없다. 아들 샘은 아빠 헨리에게 이메일을 보내서 만나자고 했고 헨리는 기쁜 마음에 헨리에게 간다. 아들을 만나러 가는 길에 헨리는 한 소녀를 구하러 물로 뛰어 들게 된다. 다행히 소녀를 구하였으나 헨리는 차에 치이게 되고 헨리는 꿈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헨리는 코마 상태에 빠진다. 아빠를 바라보는 아들 샘의 마음은 슬픔과 혼란 속에 있다.

매디는 '혼미 상태'에 있는 동시에 '코마 상태'에 있다. 그런 상태는 원래 가능하지 않다. 매디는 '수면'이나 '의식 불명'에 이르지 않고 원반들 사이를 오르락내리락한다. 매디의 뜬 눈은 매디의 일부가 '이곳'에 있지만 더 본질적인 부분은 어딘가 아주 다른 곳에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매디와 나 사이를 가로막는 건 얇은 막이나 박편이 아니라 얼음과 고독의 두터운 층이다.

p202

신비한 소녀 매디는 6층 식물층에 있다. 식물과 같은 환자들이 있기에 그렇게 불린다. 샘은 무언가에 이끌려 매디에게 향한다. 그리고 그 소녀를 만나고 사랑이라는 감정에 빠진다. 그 소녀는 아빠 헨리처럼 코마 상태에 빠져있다. 한 순간 가족을 잃고 혼자가 된 소녀 매디는 이 세상에 살아갈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소녀에게 소년 샘이 나타났다.

"때로는 반대일 수도 있어. 네가 어떤 사람을 생각하는 것보다 그 사람이 너를 더 자주 생각할 수 있어. 또 네가 그 사람을 좋아하는 것보다 그 사람이 너를 더 좋아하든지. 사랑은 미련퉁이야."

p269

사랑이라는 감정은 차원을 넘나들고 측정할 수 없는 요상한 존재다. 아주 사람을 미련하게 만드는 재주꾼이다. 이 소설을 읽으며 사랑에 대해 생각한다. 코마에 빠진 남자를 만나러 오는 여자 에디는 어떤 마음에서 달려오는 걸까.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했던 남자 헨리와 헤어졌음에도 이 여인은 왜 달려오게 되었을까. 미련이 남아서일까, 아니면 사랑 때문일까.

가령 부인의 헨리처럼 모든 잠이나 꿈 차원을 훨씬 벗어난, 깊은 코마 상태에 빠진 경우에는 오늘날 의학이 믿는 바에 따르면 꿈을 꿀 수 없다는 거죠. 그 상태에서는 뇌가 꿈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는 거예요. 그렇다면 돌아온 사람들이 하는 얘기는 멀까요? (중략) 누군가가 코마 상태에서 꿈을 꿀 수 없고 주위를 전혀 지각하지 못한다면, 그 사람은 도대체 어디 있었던 걸까요? 그게 꿈도 현실도 아니라면, 돌아온 사람들이 하는 얘기는 뭘까요?

p439

의학적 설명이 불가능한 세상은 존재할까. 존재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코마 상태에 빠진 헨리와 매디는 서로 어느 공간에서 만나는 것일까. 세상엔 설명이 불가한 불가사의한 일들이 벌어진다. 정말 꿈과 같은 일들이 우리 주변에도 벌어진다. 일면식도 없는 소녀를 구하기 위해 강물로 뛰어 드는 남자의 마음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일까. 동정? 의리? 의무감? 정의감? 종군 기자의 기억? 전혀 알지 못하는 상대를 위해 자신을 내 던지는 일이 과연 가능한 것일까. 이 일 부터가 정말 불가사의한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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