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에서 왔습니다
오은정 지음 / 미구출판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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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구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상한 나라에서 왔습니다


북에서 온 92년생 시인 '오은정'의 이야기




1992년생이면 2025년 올해 33세의 나이다. 2009년 한국에 도착했다고 한다. 당시 17세의 나이였다. 같은 민족이지만 너무나도 다른 삶을 살아가는 북의 이야기는 순수하게 궁금한 대상이다. 매체의 탈북자들을 통해 북한의 실상에 대해 많이 듣곤 하지만 언제나 새롭고 마치 다른 세계의 일처럼 느껴진다.


<이상한 나라에서 왔습니다>는 북한의 가난한 서민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해변가의 한 마을에서 자란 소녀의 탈북까지의 이야기는 실제로 존재하는 이야기라는 사실이 아직도 좀처럼 믿기지 않는다. 상상 그 이상의 내용에 놀라웠다. 첫 부분에 언급되었던 17살의 탈북이 매우 순탄하게 보였기에 그래도 탈북을 하는 순간은 어렵지 않았다고 생각했으나 그 순간에 다다르기까지의 과정이 정말 다사다난했다. 


나는 두만강을 넘은 순간부터 그리움이라는 병을 얻었다. 두만강을 넘기 전 되새기던 기억은 이제 빛바랜 사진처럼 흐려지고 사람들은 얼굴이 없어졌다. 두만강 너머를 꿈꿨던 나는 이제 하얀 신발을 신고 고향 땅을 밟는 꿈을 꾼다. p15


17세의 오은정, 두만강을 넘는 그 순간의 일화를 책의 맨 처음에 담았다. 하얀 눈이 소복한 추운 겨울 두만강을 건너는 한 소녀의 모습이 그려진다. 얼마나 두려웠을까. 얼마나 아득했을까. 두려움 한편에는 가슴 속의 작은 기대감에 동화를 신고 눈을 밟으며 한 걸음씩 나아갔다. 그럼에도 외할머니댁에 두고 온 어린 동생의 모습이 지워지지 않는다. 책의 후반부에 등장하지만 강을 건넌 이후 한국으로 무사히 들어가기 까지는 더 험난했다. 공안에게 붙잡혀 다시 북송될 수도 있고 그러면 탈북자라는 낙인이 찍혀 더 삼엄한 감시를 받게 된다. 실제 자신의 엄마가 탈북에 실패해 다시 북송되었기에 그 두려움은 온몸을 휘감는다.


바다 마을에서 빨간 팬티만 입고 수영을 즐겼던 소녀, 어린 시절이 가난하고 부모님은 자주 싸웠다. 엄마는 꽃제비에게 밥을 줬고, 아빠는 꽃제비들에게 밥도 주고 돈도 줬다. 그리고 아빤 엄마와 대판 싸웠다. 술마시며 친구들과 노느라 가족에겐 무관심한 아빠, 아등바등 딸을 키우며 악착같이 살아가는 엄마, 먹을게 없어 소나무 속껍질을 먹고 변비가 생겼던 일. 군인 삼촌들에게 몰래 아기 강아지 셰퍼드를 키우고 기른 곰이를 3년이 되는 해에 팔았던 일화. 엄마와 아빠가 싸웠고 엄마가 한동안 집을 나갔다 돌아왔던 일. 시간이 지나고 보니 추억일 수 있으나 그 당시는 죽음의 외줄타기를 하는 느낌이었을 것이다. 한치앞도 알 수 없는 막막함이 눈 앞에 가득했다.


어린 시절의 이야기들은 가난하고 부족했지만 그 안에서 나름 행복하고 즐거워 보였다. 어디나 사람사는 곳은 비슷한 듯 하다. 남녀가 서로 무도회장에서 쪽지를 주고 받고, 해변에서 수영하고 어죽을 끓여 먹고 엄격한 사회 체계 안에서도 그들의 삶은 유유히 흘러간다. 먹을게 넉넉치 않은 곳, 산딸기는 아이들에게 놀이이자 권력이었다. 이런 봄같은 이야기만 가득했다면 좋았겠지만 추운 겨울은 금방 다가왔다.



내가 여기서 김밥을 먹으며 이겨 내는 날들이 많을수록 동생이 고향에서 김밥을 먹을 수 있다. 처음 김밥을 먹었던 추억 위에 지금 내 손에 들린 김밥이 덧씌워진다. p68


김과 밥이 귀해 김밥이란 음식 자체가 귀한 음식인 북한, 반면 한국에서 김밥은 가장 저렴한 음식으로 바쁠 때 한 끼 때우기 위해 먹는 음식이다. 저자 오은정은 이 극명한 차이를 경험하고 피부로 느낀 장본인이다. 엄마가 먼저 탈북을 하고 아빠와 여동생만 남은 상황에서 삶은 점점 피폐해져갔다. 그러다 동생의 기침은 점점 심해졌다. 비교적 잘 살지만 아이가 없던 J 아저씨는 동생을 데려다 키우고 싶다 말한다. 


생존의 나날이었다. 하루하루가 그저 살기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주변 사람들 모두가 그렇게 살아가니 그저 살기 위해 살았다. 엄마와 아빠의 이혼, 엄마의 탈북, 아빠의 사고, 먹기 위한 도둑질, 한겨울 나무하기 등 하나하나 이야기의 무게감이 상당했다.


엄마와 아빠의 보호막이 없어진 순간부터는 지옥의 나날이었다. 물론 선의로 도움을 준 사람들이 많았고 그로 인해 목숨을 연명했다. 하지만 돈이라는게 참 무섭다. 착했던 사람은 사기꾼이 되고, 남자들은 늑대의 모습을 드러냈으며, 먹을 것이 없는 현실은 칼날과도 같았다.


북한에서 라오스로 탈북민들이 모여드는 걸 눈치채곤 라오스 정부에 우리를 북송시키라고 요청했다. 대사관 직원들이 한 사람씩 불러 한국에 가길 희망하는지 면담했다. (중략) 2주 뒤면 한국에 입국한다던 일정이 몇 달 뒤로 미뤄졌다. 갇힌 공간에서 오로지 기다림으로 채워야 하는 하루는 일 년처럼 길었다. p247


이런 지옥과 같은 곳을 떠나 탈북할 수 밖에 없는 구조와 현실이 크게 공감되었다. 나라면 그렇게 용기를 낼 수 있었을까 싶었다. 어린 나이의 소녀이지만 죽음을 무릅쓰고 탈북했다. 지독한 생활력이 없으면 그저 굶어 죽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소녀는 악착같이 버티고 또 버텼다. 


탈북은 하루 이틀의 이야기가 아니다.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계속 될 것이 불보듯 뻔해 보인다. 북한의 실상은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더욱 처참하고 처절하다. 북한이 바뀌지 않는한 탈북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 자명하다. 탈북은 현재 진행형임을 느낀다. 


이 책을 읽고나니 참 내가 행복에 겨워 살고 있었음을 다시금 느낀다. 내 자신도 흙수저의 삶을 살았기에 기회가 참 적었다. 그런데 이마저도 행복한 것임을 이제서야 할게 된다는 게 내 자신이 한심하기까지 느껴진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며 같은 조국의 핏줄이 흐르는 북한 주민들의 실상이 참 가슴이 아파온다.


한 편의 영화를 본 느낌이었다. 분명 시인의 에세이였거늘. 기쁨과 슬픔, 잔잔한 드라마와 스럴러, 스펙터클한 탈북과 현재의 평온함 등 다양한 감정과 상황들이 공존하며 이 책을 읽는 내 자신의 마음도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흥분되고 슬프고, 가슴 아프고 또한 기뻤다. 이런 책을 읽게 해준 저자에게 경의로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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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수업 - 삶에서 무엇을 지켜낼 것인가 스토아철학 4부작
라이언 홀리데이 지음, 이경희 옮김 / 다산초당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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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산초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정의 수업

삶에서 무엇을 지켜낼 것인가

...

라이언 홀리데이 지음

스토아 철학의 네 가지 핵심 덕목 : 용기, 절제, 정의, 지혜


'정의'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책 이름으로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있다. 아주 유명한 트롤리 딜레마에 대해 다루고 있고, 정의에 대해 심도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트롤리 딜레마는 논란의 여지가 가득한 부분이며 정의에 대해 생각해보는 아주 재미난 예제이다. 그러나 트롤리 딜레마 이론이 실제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맞딱드릴 사안인지에 대해 묻는다면 사실 그렇지 않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생각보다 매우 단순하다.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지 중 하나를 선택할 때 좀 더 정의에 가까운 것이 무엇인가라고 물었을 때 사실 직관적으로 무엇이 정의인지를 우리는 알고 있다. 하지만 선뜻 우리가 정의를 선택하기는 매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라이언 홀리데이 <정의 수업>에서는 실제 우리가 마주할 수 있는 생활 속 갈림길에서 정의를 선택한 이들에 대해 다룬다. 나라면 저렇게 하지 못했을 것만 같은 사람, 나도 충분히 저들처럼 살고 있다는 생각 등 나를 되돌아 보게 하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 아주 유익하다. 이 책을 읽고 이 세상이 정의에 기조한 사람들로 가득하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이 조금은 더 나은 곳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라이언 홀리데이(Ryan Holiday)는 스토아 철학의 정신을 계승한 철학자이다. <데일리 필로소피>, <에고라는 적>, <스토아 수업>, <브레이브>, <절제 수업> 등 많은 책들은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설득력있는 이야기들로 많은 독자들을 더 나은 삶으로 그리고 스토아 철학으로 이끈다.



트루먼은 낡고 해지도록 읽은 <명상록>에서 이런 구절을 강조했다. "옳은 일이 아니면 행동으로 옮기지 말라. 진실이 아니면 말로 옮기지 말라. (···) 첫째, 아무런 목적이 없거나 분별없는 행동을 하지 말라. 둘째, 자신의 행동이 공동체에 도움을 주는 일인지 확인하라."

그는 항상 시간을 잘 지켰고 정직했으며 성실히 일했다. 아내를 두고 바람을 피우지 않았고 세금도 또박또박 잘 냈다. (중략) 겸손하고 이웃을 도와주는 일을 좋아했다. 그는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사람이었다.

p31

1부 "냉소와 이기심을 넘어서 : 개인의 정의"를 읽고나서 다른 어떤 인물보다도 미국 제 33대 대통령 트루먼에 대한 내용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저자는 트루먼의 삶이 정의에 가장 가까운 삶이라 여긴다. 청렴, 정직, 품위, 덕망과 같은 진부한 가치관을 추구하는 삶이야 말로 바로 정의의 삶이라 말할 수 있다. 트루먼은 사사로운 명예나 부를 쌓는 일은 멀리하고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 원칙을 생각하고 지키는 데 노력했다. 자신의 양심에 따랐다. 인종차별 문제를 해결하는데 노력했고 항상 약속을 지키며 정직했다.


정의를 위해 진실을 말하는 일은 아주 간단해 보이지만 매우 어려운 일일수도 있다. 내가 진실을 말했을 때 내부 고발자가 되는 상황이라면 그 심각성은 이루어 말할 수 없을 정도다. 나의 삶이 송두리째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부 고발을 했을 때 의심, 압력, 비판, 맹비난을 받고 사생활을 파헤쳐지는 상황이 예견되는데 대의를 위해 진실을 말한다는 일은 엄청난 용기와 굳은 결심이 필요한 일이다. 또한 내부 고발로 인해 회사가 휘청거릴 때 피해를 보는 일반 사원들을 생각해 보면 트롤리 딜레마 상황이 떠오른다.



우리는 이런 품위를 언제나 일정하게 지킬 수 있을까? 평소에 사람을 대하는 방식에 별문제 없다가도 피곤하거나, 스트레스를 받거나, 세상의 무게가 우리의 어깨를 짓누르거나, 누군가가 망친 일로 큰 대가를 치러야 할 때 우리의 태도는 어떠한가? 이것이 우리가 생각해 보아야 할 핵심이다.

p90

내 스스로 정의로운 삶을 살고 있는가를 묻는다. 일상을 살아가기도 벅찬 우리에게 정의란 어쩌면 배부른 일인지도 모르겠다. 회사 업무를 보고 집으로 돌아오면 녹초가 되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매일이다. 그럴 때마다 스스로 체력을 길러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내가 피곤하지 않고 마음을 잘 다스려야만 더 품위있고 정의로우며 더 나은 태도를 유지할 원동력이 됨을 잊지 않아야 하겠다.

선의 방관은 악의 승리를 꽃피운다." (중략) 비겁함과 잔인함과, 아빠의 탓으로 전쟁에서 형을 잃은 상실감에 시달렸던 사람으로서 그 말에는 진실이 담겨 있는 듯했다. (중략) 케네디는 악이 존재하는 세상에 중립은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는 암을 무시하면 전이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p177




2부 "책임의 무게를 지탱하려면 : 타인을 위한 정의"에서는 개인의 정의를 넘어 타인을 위한 정의에 대해 생각해볼 좋은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루스벨트는 평생 착취당한 사람들을 위해 투쟁했고 가난한 자들을 도왔다. 린든 B.존슨은 멕시코 아이들이 개만도 못한 대우를 받는 모습을 보았고, 흑인 가정부가 불공평한 대우를 받는 사실을 알았다. 이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 존슨 행정부는 1964년 민권법을 제정했다. 


악이 퍼지는 현실을 우리는 다양한 방식으로 목도한다. 악이 퍼지는 현실은 곧 선의 방관이다. 강력한 하나의 예시로 마약이 사회 전반으로 퍼져나가는 상황과 같다. 아무 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불의를 저지를 수 있다는 말은 우리의 행동을 뒤돌아 보게 한다. 우리가 정의를 지키는 선의 입장이라 할지라도 아무런 행동이 없이 방관하고 있다면 그 자체로 정의가 아닌게 된다. 몸을 낮추어 도움이 필요한 이를 돕고 사회의 문제에 관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저자는 사소한 일에서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쓰레기를 줍는 일, 시련에 빠진 친구를 돕는 일, 자녀를 착하게 키우는 일, 악덕 기업의 물건을 불매하는 일과 같은 작은 일부터 시작한다면 그 영향력은 우리가 바라는 정의에 결국 다다를 것이다.



정의를 위한 좋은 생각이나 대의명분이나 타당한 개념 등은 저절로 받아들여질 수 없다. 오히려 사람들이 이런 개념을 의식적으로 받아들일 때까지 노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영향력이 있어야 하고 매우 강력한 동맹 세력을 결집해야 한다. 또한 장애물이 생기거나 저항에 부딪히면 이를 극복해야 한다.

p201

그저 나 혼자만 정의에 가까운 인생을 살아간다면 충분할 것이라 생각했으나 이 책을 보고 나의 생각이 잘못된 것임을 알았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이 정의로 다가가는 어떠한 변화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나의 행동에 영향력이 있어야 하며 저항에 맞서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선한 영향력이란 단어가 떠오른다. 나의 선한 행동이 주변 사람들에게 혹은 불특정 다수에게 긍정의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데 있다. 어쩌면 평범하게 살아가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 중 하나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간디는 평화, 평등, 정의, 그리고 무엇보다 최고의 가치인 사랑 등의 보편적 이상을 진정으로 믿었기 때문에 사회개혁가가 되었다.

p268

3부 "사랑과 연민으로 나아가는 길 : 세상을 향한 정의" 에서 20년간 인종차별에 대한 투쟁을 한 간디의 일화는 매우 귀감이 되었다. 간디는 비폭력 투쟁의 포문을 열었고 다음 세기로 넘어가면서 수백만 명이 희생되는 투쟁으로 이어졌다. '사티아그라하(Satyagraha)' 운동은 '확고한 진리', '사랑의 힘'의 뜻으로 불의에 맞서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비폭력 저항의 기조였다. 변호사로 충분히 돈을 벌 수 있음에도 스스로 가난한 이들의 삶을 살았고, 금욕주의와 이타심의 삶을 살았다.


폭력에 맞서는 비폭력 저항은 온갖 학살과 고통이 난무했지만 간디는 비폭력 저항의 기조를 밀고 나갔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그의 영혼을 꺾을 수 없었다. 34년 동안 열여덟 번이나 시행했던 그의 단식투쟁은 매우 효과적이었다. 간디는 총을 쏘지 않고 정복자들을 몰아냈다.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평화 시위를 현재도 진행 중인 대한민국의 모습과 겹쳐진다.


우주비행사들이 푸른 지구를 바라보며 경험한 조망 효과는 스토아학파 철학자인 히에로클레스가 약 2000년 전에 사람들에게 가르치려고 했던 동심원 이론과 같다. (중략) 간디가 인류를 '위대한 하나'라고 했던 것을 우주비행사가 경험하는 것이다. (중략) 인류가 '위대한 하나'라는 사실에 진정한 경외심을 느끼게 되면 겸손에만 머물러 있지 않게 된다. 더욱 관대해지고 더욱 용기를 갖게 되고 더욱 옳은 일에 헌신하게 된다.

p336

'공동체', '하나의 생명체'라는 표현들이 나온다. 지구의 모든 사람들은 서로 다르지 않음에도 세계의 반은 굶주리고 있다. 모든 인간은 공정과 존중과 존엄을 누릴 가치가 있다. 간디가 주창하는 평화, 평등, 정의는 온 인류를 구원하는 길인 셈이다. 나와 우리 가족만 괜찮으면 상관없다는 개인주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본다.


책을 읽고 나니 지금까지 내 자신이 착하면 된다는 생각을 뒤흔든다. 그저 나만 옳으면 된다는 생각은 악을 방관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세상의 온갖 불평등과 고통을 나는 그저 묵인하고 살아가는 것이었다. 전 인류는 하나의 형제와도 같은데 나는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았다.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스토아철학에 대해 좀 더 관심이 생겨난다. 이 책 <정의 수업>은 여러 번 읽고 싶다. 그의 다른 책 <브레이브>, <절제 수업>에도 관심이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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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스터 그리기 스페셜 도감 마스터
서울문화사 편집부 지음 / 서울문화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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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문화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포켓몬스터 그리기 스페셜 도감 마스터




제가 어린 시절에도 존재했던 포켓몬스터가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되어서도 인기가 있다는 현실이 참 신기합니다. 그래서 포켓몬스터 도감이 반가웠습니다. 피카츄를 알고 있는 아이가 재미있게 포켓몬스터 그리기를 하면 재미있겠다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오랜 시간이 흐른만큼 포켓몬스터의 세상도 많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포켓몬스터 소개


1997년부터 2022년까지 1세대 포켓몬스터의 주인공은 '한지우'였습니다. 지우의 파트너 포켓몬은 피카츄였지요. 귀여운 피카츄의 백만볼트 전기는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널 용서하지 않겠다!' 하지만 아쉽게도 2022년 12월 '한지우'는 공식 하차했습니다.

그리고 2023년부터 새로운 주인공 '리코'를 중심으로 2세대 포켓몬스터가 시작되었습니다. 3인 주인공 체제는 동일해 보입니다. 리코와 로드, 프리드 이렇게 3명입니다. 코믹했던 적들의 모습과 달리 어딘가 진중해 보이는 적 '도트'와 '아메시오'의 모습도 보입니다.

<포켓몬스터 그리기 스페셜 도감 마스터>는 2세대 포켓몬스터 등장인물들 소개부터 시작됩니다.


2세대 포켓몬스터

<포켓몬스터 그리기 스페셜 도감 마스터> 에는 총 83여 종류의 포켓몬이 등장합니다.

1장 새로운 포켓몬에서는 No.0025 캡틴 피카츄를 시작으로 No.900~1000번대의 포켓몬들이 주로 등장합니다.

2장 반가운 포켓몬에서는 No.0005 리자드, No.0008 어니부기, No.0069 모다피, No.0086 쥬쥬 등 반가운 포켓몬스터도 많이 등장합니다.

3장 포켓몬의 다른 모습에서는 익히 알고 있는 포켓몬이지만 다른 모습을 한 포켓몬들이 소개되고 있어요.

4장에서는 다른 그림 찾기, 미로찾기, 규칙 완성, 설명이 다른 카드 찾기, 그림자 주인 찾기와 같은 놀이가 담겨 있어요.

도감은 이렇게 포켓몬의 모습과 간단한 소개, 타입, 키, 몸무게가 나옵니다. 옆에는 포켓몬을 그리는 순서가 나와 있어요. 스케치북에 그리는 순서를 따라 그려볼 수 있어요. 그림 그리기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좋은 포켓몬 도감입니다.


포켓몬스터 최애는 피카츄

우리집 둘째가 포켓몬 잠옷을 입고 왔어요. 캡틴 피카츄가 나온 페이지를 펼치고 자기 옷에 나온 피카츄와 같다면서 좋아합니다. 아이가 좋아하니 저 역시 기분이 좋습니다. 첫째는 그림그리기를 곧 잘 해서 피카츄를 그리겠다고 스케치북을 펼쳤는데, 둘째는 이 책은 자기거라며 안된다고 합니다. 별 것 아닌 일에 둘이 아주 티격태격합니다. 이게 아닌데... 뭐... 현실 남매의 일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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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사회 - 왜 우리는 희망하는 법을 잃어버렸나?
한병철 지음, 최지수 옮김 / 다산초당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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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산초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불안사회

왜 우리는 희망하는 법을 잃어버렸나?



저자 한병철의 이력이 매우 독특하다. 고려대학교 금속공학을 전공했으나, 독일의 프라이부르크대학과 뮌헨대학에서 철학, 독일 문학, 가톨릭 신학을 공부했다. 또한 베를린예술대학에서 철학,문화학 교수를 했다. 예사롭지 않은 이력이다. 그의 대표작 <피로사회(2012)>는 주요 언론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불안사회>는 매우 철학적인 책이다. 160페이지의 작은 판형의 책으로 행간도 넓어 보기에 좋다. 하지만 내용은 철학적인 사유가 한껏 더해져 쉽사리 넘기기 힘들다. 뭔가 엄청나게 두꺼운 책에서 핵심만 추려내 작은 한 권의 책이 탄생된 느낌이랄까. 저자의 깊이 있는 안목과 지식이 어우러져 현대 사회와 더불어 미래를 통찰하는 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를 허투루 넘기기가 쉽지 않았고, 그 문장을 이해하는 동시에 내적 감탄이 흘러 나왔다.





현재의 사회를 저자는 <불안사회>라 말한다. 종말론, 기후 위기, 우울감, 혐오 등 불안의 분위기가 사회에 만연하다.


처음엔 불안사회를 타파하기 위해 긍정적 사고를 갖자는 의미이겠거니 생각했으나 절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저자는 '긍정성', '낙관주의'를 경계한다. 긍정심리학은 사회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돌린다. 스스로 고통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기의 행복과 안녕에만 집중하기에 사회 연대를 끊는 결과를 낳는다. 낙관주의 역시 미래의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기에 새로운 것에 대해 눈이 멀게 되며 굳이 애쓰지 않게 된다.


<불안사회>의 주요 키워드는 바로 '희망'이다.


희망은 삶의 부정성을 외면하지 않는다. 오히려 부정성을 기억하려 하는 것이 희망이다. 희망은 사람들을 분리하지 않고 연결하며 화해시킨다. 희망의 주체는 '우리'다.  p26






인간은 희망할 수 있기 때문에 행위할 수 있다. 새로운 시작은 희망 없이는 불가능하다. 희망의 정신이 행위에 영감을 불어넣는다. 즉, 새로운 것에 대한 열정을 불어넣는다. 행위는 그로 인해 정념이 된다. 앞을 향하여 꿈꾸지 않는 이는 새로운 시작을 감행할 수 없다. 희망의 정신이 결여된 행위는 단순한 행동이나 문제 해결로 전락한다. p74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나에게 귀감이 되는 내용이다. 모두에게 희망찬 새해가 되었으면 한다. 우리의 미래에 희망이 가득하다면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열정의 근간이 된다.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는 원동력 즉, 행위의 연료가 희망이다. 그저 회사원으로 아무런 목적이나 열정없이 일을 하고 변화가 없는 삶을 영위하는 자체가 어쩌면 희망이 결여된 모습일지 모르겠다.





희망이 지닌 부정성은 작가 잉게보르크 바흐만이 말한 '그럼에도 불구하고'로 응축된다. (중략) 그날은 오지 않을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올 것이라고 믿는다.p84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단어가 이렇게나 매력적이었나. "희망은 절대적 재앙에 맞선다(p83)"는 우리가 희망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는 이유를 부여한다. 희망이 있다면 지금 불행하고 힘들고 지칠지언정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 우리가 원하는 곳에 다다를 것이라 믿는다. 그저 단어 하나가 현실의 고난 따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 수 있다니 참 매력적이지 않은가.


마치 우리가 유토피아를 꿈꾸는 것과 같다. 정말 유토피아가 존재하지 않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지만, 그러나 그 언젠가 우리가 사는 이 곳이 유토피아가 될 수 있다고 믿는 것, 혹은 우리가 유토피아에 도달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사는 것,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가 된다.


한국의 불안사회에서 벗어나 외국으로 가는 이들도 어쩌면 그 희망의 끈을 잡고 싶어서 일 것이다. 한국에서는 그 희망이 좀처럼 보이지 않기에 희망을 찾아 외국으로 나가는 게 아닐까. 그들은 희망을 품고 있기에 그나마 낫다. 희망조차 없이 그저 현실에 안주하는 모습이 오히려 더욱 안타깝게 느껴진다.





사랑뿐 아니라 희망도 자체적인 인식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사랑과 달리 희망은 기존의 것이 아닌 앞으로 도래할 것으로 향해 있다. 희망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을 인식한다. 희망의 시간성은 기존성이 아니라 미래성이다. 희망의 인식은 과거가 아닌 미래를 향한다. 희망은 '가능한 것을 향한 열정'으로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 아직 태어나지 않은 것에 시선을 맞춘다. 희망은 현실에 미래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p115


희망은 우리가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기 전에 가능성의 영역을 열어준다.(p117)

꿈을 키우는 것이 희망이다. 희망은 그들을 미래로 구출시킨다.(p122) 

희망하는 이는 예측 불가능한 것, 모든 경우의 수에서 벗어난 가능성을 고려한다.(p133)


희망은 어쩌면 뜬구름 잡는 망상과 같은지도 모르겠다. 현재 존재하지 않는 미래의 그 어느 것에 대해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희망을 가져야 하고 그 희망을 통해 무기력에서 벗어나야 한다. 불안사회에 희망은 우리를 나아가게 하고 미래의 가능성을 열어주며, 꿈을 키워나가게 돕는다.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하게 하는 희망의 힘은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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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땅 식료품점
제임스 맥브라이드 지음, 박지민 옮김 / 미래지향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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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출판 미래지향'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하늘과 땅 식료품점


The Heaven & Earth Grocery Store





이 책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2023년 아마존, 반스 앤 노블에서 '올해의 책 종합 1위' 라는 점이었다. 많은 이들의 이 책에 수많은 찬사를 보내는 덕분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겨났다.




2023년 아마존 '올해의 책 종합 1위'

2023년 반스 앤 노블 '올해의 책 종합 1위'

타임지 · 워싱턴 포스트 올해 최고의 책

독자선정 뉴욕타임즈 21세기 최고의 책 100

2024년 미의회 도서관상 수상

A24 & 스티븐 스필버그 영화화 확정

버락 오바마 2023년 올해의 추천 도서




제임스 맥브라이드 (1957년생)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 작가, 재즈 뮤지션



저자의 이력을 알고 이 책을 보는 것이 좋다. 저자의 삶이 곧 책에서 묘사된 모습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목사 아버지와 폴란드 출신 유대인 이민자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흑인의 삶을 살았던 그의 소설들은 흑인, 유대인, 장애인 등이 다수 등장한다. 미국 소시민의 삶과 역사에서 부터 인종 차별, 이민자, 장애인 들에 대한 편견, 차별 및 오해에 대한 내용을 소설에 담았다.



1996년 <컬러 오브 워터> 어머니와 가족에 관한 에세이,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2년 이상 등재, 고등학교 대학교 교재에 등재

2003년 <안나 성당의 기적> 2차 세계대전 실화 바탕의 소설, 2008년 '성 안나의 기적' 영화화

2009년 <아직 불리지 않은 노래> 흑인 노예 문제 소설, 작가로서의 입지 확고히 함

2009년 <더 굿 로드 버드> 내셔널 북 어워드 수상, 2013년 전미도서상 수상작, 국가인문훈장 수상

2020년 <어메이징 브루클린> 아마존 2020년 베스트 셀러 1위, 2020년 뉴욕타임즈 최고의 도서 TOP10 등

2024년 타임지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그의 책들 중에서 특히 <어메이징 브루클린>은 오프라 윈프리 2020년 북클럽 선정 TOP 20, 버락 오바마 선정 '올해의 책'으로 다음에 읽어보고 싶은 책으로 나의 리스트에 올려두었다.





치킨힐의 등장 인물들


모셰, 초나, 도도


487페이지에 달하는 상당한 분량의 장편소설이다. 소설의 배경은 펜실베이니아 포츠타운의 작은 마을 치킨힐이다. 축복받은 땅, 기회의 땅의 미국에서 꿈을 실현하고자 모여든 이들이 살고 있는 작은 마을이다. 다양한 인종이 서로 잘 어우러져 살고 있으나 미국이라는 나라는 차별이 만연한 나라다. 무심하게 서술되는 이야기 속에 그 뿌리 깊숙한 차별의 심연을 느낄 수 있다.



새로운 챕터가 시작될 때마다 거의 매번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한다. 여러 인물이 등장하기 때문에 각 인물들의 서사가 마치 단편과 같은 느낌으로 각 챕터마다 담겨 있다. 각각의 이야기가 분리된 듯한 내용이기에 다양한 인물들을 파악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그 인물들은 하늘과 땅 식료품점과 연관된 인물들이다. 핵심 인물인 '모셰'와 '초나' 그리고 '도도'와 연관된 인물들로의 서사가 더해지면서 조금씩 그 영역이 확장되어 간다.



주요 인물들에게만 서사를 부여하는 여느 소설과는 그 결이 좀 달랐다. 위기감을 고조시키는 인물 '닥'의 이야기는 매우 흥미로웠다. 악역이지만 마냥 미워할 수만 없는 이유는 그 서사를 통해 인물이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되는 탓이다. 물론 그의 몸쓸 시도는 지탄받아 마땅하다. 초나의 옆집의 많은 흑인 아이들을 키우는 초나의 옛 친구 '버나스'와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도 나름 흥미로웠다. 소원해진 두 사람의 관계였으나 도도를 숨겨주는데 거리낌이 없었던 버나스의 모습에서 특별한 인연의 끈이 느껴졌다랄까. '버나스'가 단순히 '도도'를 자신의 아이들과 함께 숨겨주는 내용이 나왔더라면 그 감흥이 덜했을 것 같은데, 그 둘의 오랜 뒷 이야기를 안다면 치킨힐의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유대감과 끈끈하게 연결된 보이지 않는 실을 우리는 느끼게 된다.


뿐만 아니라 '네이트', '애디', '페이퍼', '패티', '이삭', '빅솝', '노만' 등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하고 각 등장인물은 각각의 사연들로 연결되어 소설의 말미에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며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다. 모두가 그 목적을 달성하기까지 없어서는 안되는 사람들이었고, 그들의 힘이 더해져 치킨힐의 정의는 이뤄진다.








"무게가 다르면 저울을 바꿔야 한다고. 하느님은 잘못을 전부 다 알고 계신다고." (중략) "그 말은 그 아이를 펜허스트에서 빼내지 않으면 문제가 생길거라는 뜻이야."

p237



소설의 초반에는 해골이 등장한다. 1972년 도심 개발로 땅을 파다 오래된 우물 바닥에서 발견된 해골의 정체에 대한 의문을 남긴 채, 소설의 시간은 47년 전으로 돌아가 모셰의 이야기로 부터 시작한다. 모셰는 다리를 저는 초나에게 반했다. 모셰는 초나를 아내로 맞이한다. 불편한 몸이지만 항상 밝고 사람들을 위할 줄 아는 매력적인 여인이다. 그녀는 유색인, 유대인, 흑인들과 거리감을 두지 않고 친하게 지낸다. 모셰는 유대인 극장을 운영한다. 모셰는 유대인 극장을 운영하는 사업가로 미래를 위해 하늘과 땅 식료품점을 번화가로 옮기자는 제안을 한다. 하지만 초나는 지금의 삶을 만족하며 치킨힐의 애정을 갖고 현 위치를 고수한다.


모셰와 초나 둘 사이에 아이는 생기지 않았고, 그들에게 흑인 아이인 도도가 찾아온다. 도도는 불의의 사고로 귀머거리가 되었다. 다행히 사람의 입을 읽어 어느 정도의 대화가 가능하고 영민한 아이다. 초나는 이런 도도를 자신의 아이처럼 보듬는다. 그런데 주정부 관계자들은 도도를 쫓았다. 부모를 잃고 장애가 있는 도도를 12살이 되었지만 학교에 가지 않기에 보호라는 명목으로 데려가려 한다. 결국 도도는 적발되고, 펜허스트 정신병원에 갇히게 된다.


돈 많은 유대인이 특별 병실에 돈을 내는 것도, 흑인들이 물밀듯 몰려오는 것도 특이한 일이었다. 간호사들은 자기들끼리 이 나라가 지옥으로 가는 중인 가 보다고 쑥덕거렸다.

p259


그냥 흘러 보낼 수 있는 구절인데 이 부분이 유독 내 마음에 남았다. 초나가 닥과의 일로 인해 가지고 있던 지병이 악화된 것인지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초나가 쌓은 덕망을 알 수 있듯 치킨힐의 다양한 인종들의 사람들은 병문안을 온다. 극장을 운영하며 돈을 많이 벌었던 모셰였지만 특별 병실에 머문다는 사실이 특이한 사실로 비춰진다는 부분이 상당한 차별과 편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렇게 서술 안에서 던지는 한 구절 한 마디 안에 그 당시의 시대상을 알 수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빛나는 검은 머리에 반짝이는 눈, 편안한 미소와 마법의 구슬을 가졌던 그분에 대한 기억은 지워지지 않았다. 그리고 캄캄한 어둠 속 등대처럼, 태양이 다시 뜰 때까지 밤새 손가락을 맞대고 있던 그 친구도 잊을 수가 없었다. 그 손가락에 대한 기억, 외롭고 하얗던 손가락, 우정과 연대의 그 손길은 밝게 빛나는 별처럼 그의 기억 속에 반짝이고 있었다.

p482


펜허스트 정신병원이 등장한다. 실제 미국에서 악명이 높은 병원으로 도도는 귀가 안들리는 부분을 제외하면 정상임에도 장애로 인해 강제 구금을 당한다. 그곳에서 몽키팬츠를 만난다. 몽키팬츠는 현시대의 병명으로는 뇌성마비로 극심한 신체적 장애를 가진 소년이며 도도처럼 영민하다. 도도는 귀머거리, 몽키팬츠는 뇌성마비로 대화가 거의 불가하지만 영민한 두 소년은 손가락과 수신호로 암호를 만들어 대화를 해나간다.



처음엔 몽키팬츠의 역할이 무엇일지 궁금했으나 그 사실을 알고 나니 마음이 숙연해졌다. 친구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물었을 때 과연 나는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도도가 영원히 몽키팬츠를 잊을 수 없는 것은 그 상황이 되었을 때 몽키팬츠와 같은 용감한 모습을 보일 수 없을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소설의 마지막으로 치달을 때까지도 퍼레이드, 코트의 색, 회당과 파이프, 맨홀 뚜껑 등이 어떻게 연결이 되는 것인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저자는 섬세하고도 교묘하게 흩뿌린 단서들을 하나로 연결짓는다. 그렇게 소설의 에필로그에 이르렀고, 모든 사건의 결말이 드러나고 나의 마음은 평온해졌다. 마치 마라톤 경주를 끝낸 느낌이었다. 소설의 끝을 향해 달려가는 매 순간, 결승선을 통과하는 그 순간까지 그 끝을 알기 어려울 정도로 나를 뒤흔들었다.


도도를 펜허스트 정신병원에서 구출하는 장면은 사실상 그 계획을 세우는 과정을 통해 미리 설명하고 있는데 실제로 어떤 우여곡절이 있었는지를 조금 자세히 그리고 스펙트클하게 구성했어도 좋았을 것 같다. 소설을 읽으면서 그토록 기다린 희열의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소설은 나의 바람대로 권선징악의 결말을 선사한다. 마음이 평안해져서 좋았다. 남을 위하는 삶을 사는 사람에게는 분명 구원의 손길이 찾아올 것이며, 다른 이에게 고통과 두려움을 주는 사람은 분명 죄를 달게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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