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사회 - 왜 우리는 희망하는 법을 잃어버렸나?
한병철 지음, 최지수 옮김 / 다산초당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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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산초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불안사회

왜 우리는 희망하는 법을 잃어버렸나?



저자 한병철의 이력이 매우 독특하다. 고려대학교 금속공학을 전공했으나, 독일의 프라이부르크대학과 뮌헨대학에서 철학, 독일 문학, 가톨릭 신학을 공부했다. 또한 베를린예술대학에서 철학,문화학 교수를 했다. 예사롭지 않은 이력이다. 그의 대표작 <피로사회(2012)>는 주요 언론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불안사회>는 매우 철학적인 책이다. 160페이지의 작은 판형의 책으로 행간도 넓어 보기에 좋다. 하지만 내용은 철학적인 사유가 한껏 더해져 쉽사리 넘기기 힘들다. 뭔가 엄청나게 두꺼운 책에서 핵심만 추려내 작은 한 권의 책이 탄생된 느낌이랄까. 저자의 깊이 있는 안목과 지식이 어우러져 현대 사회와 더불어 미래를 통찰하는 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를 허투루 넘기기가 쉽지 않았고, 그 문장을 이해하는 동시에 내적 감탄이 흘러 나왔다.





현재의 사회를 저자는 <불안사회>라 말한다. 종말론, 기후 위기, 우울감, 혐오 등 불안의 분위기가 사회에 만연하다.


처음엔 불안사회를 타파하기 위해 긍정적 사고를 갖자는 의미이겠거니 생각했으나 절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저자는 '긍정성', '낙관주의'를 경계한다. 긍정심리학은 사회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돌린다. 스스로 고통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기의 행복과 안녕에만 집중하기에 사회 연대를 끊는 결과를 낳는다. 낙관주의 역시 미래의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기에 새로운 것에 대해 눈이 멀게 되며 굳이 애쓰지 않게 된다.


<불안사회>의 주요 키워드는 바로 '희망'이다.


희망은 삶의 부정성을 외면하지 않는다. 오히려 부정성을 기억하려 하는 것이 희망이다. 희망은 사람들을 분리하지 않고 연결하며 화해시킨다. 희망의 주체는 '우리'다.  p26






인간은 희망할 수 있기 때문에 행위할 수 있다. 새로운 시작은 희망 없이는 불가능하다. 희망의 정신이 행위에 영감을 불어넣는다. 즉, 새로운 것에 대한 열정을 불어넣는다. 행위는 그로 인해 정념이 된다. 앞을 향하여 꿈꾸지 않는 이는 새로운 시작을 감행할 수 없다. 희망의 정신이 결여된 행위는 단순한 행동이나 문제 해결로 전락한다. p74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나에게 귀감이 되는 내용이다. 모두에게 희망찬 새해가 되었으면 한다. 우리의 미래에 희망이 가득하다면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열정의 근간이 된다.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는 원동력 즉, 행위의 연료가 희망이다. 그저 회사원으로 아무런 목적이나 열정없이 일을 하고 변화가 없는 삶을 영위하는 자체가 어쩌면 희망이 결여된 모습일지 모르겠다.





희망이 지닌 부정성은 작가 잉게보르크 바흐만이 말한 '그럼에도 불구하고'로 응축된다. (중략) 그날은 오지 않을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올 것이라고 믿는다.p84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단어가 이렇게나 매력적이었나. "희망은 절대적 재앙에 맞선다(p83)"는 우리가 희망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는 이유를 부여한다. 희망이 있다면 지금 불행하고 힘들고 지칠지언정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 우리가 원하는 곳에 다다를 것이라 믿는다. 그저 단어 하나가 현실의 고난 따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 수 있다니 참 매력적이지 않은가.


마치 우리가 유토피아를 꿈꾸는 것과 같다. 정말 유토피아가 존재하지 않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지만, 그러나 그 언젠가 우리가 사는 이 곳이 유토피아가 될 수 있다고 믿는 것, 혹은 우리가 유토피아에 도달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사는 것,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가 된다.


한국의 불안사회에서 벗어나 외국으로 가는 이들도 어쩌면 그 희망의 끈을 잡고 싶어서 일 것이다. 한국에서는 그 희망이 좀처럼 보이지 않기에 희망을 찾아 외국으로 나가는 게 아닐까. 그들은 희망을 품고 있기에 그나마 낫다. 희망조차 없이 그저 현실에 안주하는 모습이 오히려 더욱 안타깝게 느껴진다.





사랑뿐 아니라 희망도 자체적인 인식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사랑과 달리 희망은 기존의 것이 아닌 앞으로 도래할 것으로 향해 있다. 희망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을 인식한다. 희망의 시간성은 기존성이 아니라 미래성이다. 희망의 인식은 과거가 아닌 미래를 향한다. 희망은 '가능한 것을 향한 열정'으로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 아직 태어나지 않은 것에 시선을 맞춘다. 희망은 현실에 미래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p115


희망은 우리가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기 전에 가능성의 영역을 열어준다.(p117)

꿈을 키우는 것이 희망이다. 희망은 그들을 미래로 구출시킨다.(p122) 

희망하는 이는 예측 불가능한 것, 모든 경우의 수에서 벗어난 가능성을 고려한다.(p133)


희망은 어쩌면 뜬구름 잡는 망상과 같은지도 모르겠다. 현재 존재하지 않는 미래의 그 어느 것에 대해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희망을 가져야 하고 그 희망을 통해 무기력에서 벗어나야 한다. 불안사회에 희망은 우리를 나아가게 하고 미래의 가능성을 열어주며, 꿈을 키워나가게 돕는다.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하게 하는 희망의 힘은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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