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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수업 - 삶에서 무엇을 지켜낼 것인가 ㅣ 스토아철학 4부작
라이언 홀리데이 지음, 이경희 옮김 / 다산초당 / 2024년 12월
평점 :
* 다산초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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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수업
삶에서 무엇을 지켜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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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홀리데이 지음
스토아 철학의 네 가지 핵심 덕목 : 용기, 절제, 정의, 지혜
'정의'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책 이름으로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있다. 아주 유명한 트롤리 딜레마에 대해 다루고 있고, 정의에 대해 심도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트롤리 딜레마는 논란의 여지가 가득한 부분이며 정의에 대해 생각해보는 아주 재미난 예제이다. 그러나 트롤리 딜레마 이론이 실제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맞딱드릴 사안인지에 대해 묻는다면 사실 그렇지 않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생각보다 매우 단순하다.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지 중 하나를 선택할 때 좀 더 정의에 가까운 것이 무엇인가라고 물었을 때 사실 직관적으로 무엇이 정의인지를 우리는 알고 있다. 하지만 선뜻 우리가 정의를 선택하기는 매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라이언 홀리데이 <정의 수업>에서는 실제 우리가 마주할 수 있는 생활 속 갈림길에서 정의를 선택한 이들에 대해 다룬다. 나라면 저렇게 하지 못했을 것만 같은 사람, 나도 충분히 저들처럼 살고 있다는 생각 등 나를 되돌아 보게 하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 아주 유익하다. 이 책을 읽고 이 세상이 정의에 기조한 사람들로 가득하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이 조금은 더 나은 곳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라이언 홀리데이(Ryan Holiday)는 스토아 철학의 정신을 계승한 철학자이다. <데일리 필로소피>, <에고라는 적>, <스토아 수업>, <브레이브>, <절제 수업> 등 많은 책들은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설득력있는 이야기들로 많은 독자들을 더 나은 삶으로 그리고 스토아 철학으로 이끈다.
트루먼은 낡고 해지도록 읽은 <명상록>에서 이런 구절을 강조했다. "옳은 일이 아니면 행동으로 옮기지 말라. 진실이 아니면 말로 옮기지 말라. (···) 첫째, 아무런 목적이 없거나 분별없는 행동을 하지 말라. 둘째, 자신의 행동이 공동체에 도움을 주는 일인지 확인하라."
그는 항상 시간을 잘 지켰고 정직했으며 성실히 일했다. 아내를 두고 바람을 피우지 않았고 세금도 또박또박 잘 냈다. (중략) 겸손하고 이웃을 도와주는 일을 좋아했다. 그는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사람이었다.
1부 "냉소와 이기심을 넘어서 : 개인의 정의"를 읽고나서 다른 어떤 인물보다도 미국 제 33대 대통령 트루먼에 대한 내용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저자는 트루먼의 삶이 정의에 가장 가까운 삶이라 여긴다. 청렴, 정직, 품위, 덕망과 같은 진부한 가치관을 추구하는 삶이야 말로 바로 정의의 삶이라 말할 수 있다. 트루먼은 사사로운 명예나 부를 쌓는 일은 멀리하고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 원칙을 생각하고 지키는 데 노력했다. 자신의 양심에 따랐다. 인종차별 문제를 해결하는데 노력했고 항상 약속을 지키며 정직했다.
정의를 위해 진실을 말하는 일은 아주 간단해 보이지만 매우 어려운 일일수도 있다. 내가 진실을 말했을 때 내부 고발자가 되는 상황이라면 그 심각성은 이루어 말할 수 없을 정도다. 나의 삶이 송두리째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부 고발을 했을 때 의심, 압력, 비판, 맹비난을 받고 사생활을 파헤쳐지는 상황이 예견되는데 대의를 위해 진실을 말한다는 일은 엄청난 용기와 굳은 결심이 필요한 일이다. 또한 내부 고발로 인해 회사가 휘청거릴 때 피해를 보는 일반 사원들을 생각해 보면 트롤리 딜레마 상황이 떠오른다.
우리는 이런 품위를 언제나 일정하게 지킬 수 있을까? 평소에 사람을 대하는 방식에 별문제 없다가도 피곤하거나, 스트레스를 받거나, 세상의 무게가 우리의 어깨를 짓누르거나, 누군가가 망친 일로 큰 대가를 치러야 할 때 우리의 태도는 어떠한가? 이것이 우리가 생각해 보아야 할 핵심이다.
내 스스로 정의로운 삶을 살고 있는가를 묻는다. 일상을 살아가기도 벅찬 우리에게 정의란 어쩌면 배부른 일인지도 모르겠다. 회사 업무를 보고 집으로 돌아오면 녹초가 되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매일이다. 그럴 때마다 스스로 체력을 길러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내가 피곤하지 않고 마음을 잘 다스려야만 더 품위있고 정의로우며 더 나은 태도를 유지할 원동력이 됨을 잊지 않아야 하겠다.
선의 방관은 악의 승리를 꽃피운다." (중략) 비겁함과 잔인함과, 아빠의 탓으로 전쟁에서 형을 잃은 상실감에 시달렸던 사람으로서 그 말에는 진실이 담겨 있는 듯했다. (중략) 케네디는 악이 존재하는 세상에 중립은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는 암을 무시하면 전이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2부 "책임의 무게를 지탱하려면 : 타인을 위한 정의"에서는 개인의 정의를 넘어 타인을 위한 정의에 대해 생각해볼 좋은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루스벨트는 평생 착취당한 사람들을 위해 투쟁했고 가난한 자들을 도왔다. 린든 B.존슨은 멕시코 아이들이 개만도 못한 대우를 받는 모습을 보았고, 흑인 가정부가 불공평한 대우를 받는 사실을 알았다. 이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 존슨 행정부는 1964년 민권법을 제정했다.
악이 퍼지는 현실을 우리는 다양한 방식으로 목도한다. 악이 퍼지는 현실은 곧 선의 방관이다. 강력한 하나의 예시로 마약이 사회 전반으로 퍼져나가는 상황과 같다. 아무 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불의를 저지를 수 있다는 말은 우리의 행동을 뒤돌아 보게 한다. 우리가 정의를 지키는 선의 입장이라 할지라도 아무런 행동이 없이 방관하고 있다면 그 자체로 정의가 아닌게 된다. 몸을 낮추어 도움이 필요한 이를 돕고 사회의 문제에 관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저자는 사소한 일에서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쓰레기를 줍는 일, 시련에 빠진 친구를 돕는 일, 자녀를 착하게 키우는 일, 악덕 기업의 물건을 불매하는 일과 같은 작은 일부터 시작한다면 그 영향력은 우리가 바라는 정의에 결국 다다를 것이다.
정의를 위한 좋은 생각이나 대의명분이나 타당한 개념 등은 저절로 받아들여질 수 없다. 오히려 사람들이 이런 개념을 의식적으로 받아들일 때까지 노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영향력이 있어야 하고 매우 강력한 동맹 세력을 결집해야 한다. 또한 장애물이 생기거나 저항에 부딪히면 이를 극복해야 한다.
그저 나 혼자만 정의에 가까운 인생을 살아간다면 충분할 것이라 생각했으나 이 책을 보고 나의 생각이 잘못된 것임을 알았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이 정의로 다가가는 어떠한 변화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나의 행동에 영향력이 있어야 하며 저항에 맞서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선한 영향력이란 단어가 떠오른다. 나의 선한 행동이 주변 사람들에게 혹은 불특정 다수에게 긍정의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데 있다. 어쩌면 평범하게 살아가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 중 하나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간디는 평화, 평등, 정의, 그리고 무엇보다 최고의 가치인 사랑 등의 보편적 이상을 진정으로 믿었기 때문에 사회개혁가가 되었다.
3부 "사랑과 연민으로 나아가는 길 : 세상을 향한 정의" 에서 20년간 인종차별에 대한 투쟁을 한 간디의 일화는 매우 귀감이 되었다. 간디는 비폭력 투쟁의 포문을 열었고 다음 세기로 넘어가면서 수백만 명이 희생되는 투쟁으로 이어졌다. '사티아그라하(Satyagraha)' 운동은 '확고한 진리', '사랑의 힘'의 뜻으로 불의에 맞서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비폭력 저항의 기조였다. 변호사로 충분히 돈을 벌 수 있음에도 스스로 가난한 이들의 삶을 살았고, 금욕주의와 이타심의 삶을 살았다.
폭력에 맞서는 비폭력 저항은 온갖 학살과 고통이 난무했지만 간디는 비폭력 저항의 기조를 밀고 나갔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그의 영혼을 꺾을 수 없었다. 34년 동안 열여덟 번이나 시행했던 그의 단식투쟁은 매우 효과적이었다. 간디는 총을 쏘지 않고 정복자들을 몰아냈다.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평화 시위를 현재도 진행 중인 대한민국의 모습과 겹쳐진다.
우주비행사들이 푸른 지구를 바라보며 경험한 조망 효과는 스토아학파 철학자인 히에로클레스가 약 2000년 전에 사람들에게 가르치려고 했던 동심원 이론과 같다. (중략) 간디가 인류를 '위대한 하나'라고 했던 것을 우주비행사가 경험하는 것이다. (중략) 인류가 '위대한 하나'라는 사실에 진정한 경외심을 느끼게 되면 겸손에만 머물러 있지 않게 된다. 더욱 관대해지고 더욱 용기를 갖게 되고 더욱 옳은 일에 헌신하게 된다.
'공동체', '하나의 생명체'라는 표현들이 나온다. 지구의 모든 사람들은 서로 다르지 않음에도 세계의 반은 굶주리고 있다. 모든 인간은 공정과 존중과 존엄을 누릴 가치가 있다. 간디가 주창하는 평화, 평등, 정의는 온 인류를 구원하는 길인 셈이다. 나와 우리 가족만 괜찮으면 상관없다는 개인주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본다.
책을 읽고 나니 지금까지 내 자신이 착하면 된다는 생각을 뒤흔든다. 그저 나만 옳으면 된다는 생각은 악을 방관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세상의 온갖 불평등과 고통을 나는 그저 묵인하고 살아가는 것이었다. 전 인류는 하나의 형제와도 같은데 나는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았다.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스토아철학에 대해 좀 더 관심이 생겨난다. 이 책 <정의 수업>은 여러 번 읽고 싶다. 그의 다른 책 <브레이브>, <절제 수업>에도 관심이 생겨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