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을 다해 느긋하겠습니다 - 여유만만 늘보 슬로틸다의 행복한 마이웨이 라이프
단테 파비에로 지음, 타일러 라쉬 옮김 / 와이즈맵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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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을 다해 느긋하겠습니다

내 안의 '슬로틸다'를 만나다






<심슨가족>으로 에미상을 수상한 애니메이터 단테 파비에로의 <최선을 다해 느긋하겠습니다> 를 펼쳤다. 귀여운 나부늘보 캐릭터 '슬로틸다'와 발려견 '피넛'의 평범하면서도 재미난 공감의 일상을 담았다. 귀차니즘은 누구에게나 뗄 수 없는 특성이며 정크푸드는 사랑이다. 사람 사는 것, 다 비슷비슷하다. 게으른 우리의 모습을 그려 놓아 뜨끔하지만 공감하면서 보게 되는 슬로틸다의 모습에 묘한 위안을 받는다. 내 안의 슬로틸다를 만나볼 시간이다.



뛰어난 지식과 입담을 자랑하는 한국말을 한국인보다 잘하는 언어 천재 미국인 '타일러 라쉬'가 번역해 더 관심이 간다. 120페이지 남짓의 슬로틸다 그림 에세이집은 누구나 부담없이 만날 수 있는 책이다.





침대 정리는 왜 해야 하지?

어차피 누울 건데!!

p78

소름끼치도록 나와 비슷한 생각! 침대 정리하면서 하는 생각! 하루 종일 집 밖에서 일하고 돌아와 다시 눕는 침대를 굳이 정리할 필요가 있나 싶은 나의 생각이 잘못되지 않았다고 보듬어 주고 있다. 그래, 나의 귀차니즘은 나만의 것이 아니었다. 누구나 슬로틸다가 가슴 한 켠에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지금 내 몸이 간절히 원하는 '물'은

바로 탄수화'물'~~

p29

다이어트는 일상이다. 배고프니까 먹고, 심심하니까 먹고, 스트레스 받으니까 먹고! 먹지 않으면 버티지 못하니까 먹는거다. 그렇다면 먹지 않는 순간은 다이어트다. 다이어트할 때 물을 많이 먹으라는데, 그래서 탄수화물이 그렇게 먹고 싶나보다. 그런데, 어라? 탄수화물은 carbohydrate 이고, 물은 water 인데? 타일러 라쉬의 번역 능력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이걸 어떻게 이렇게?


사랑해, 피넛

비록 내가 너한테는 두 번째여도...

p118

마지막 챕터의 피넛과의 이야기들도 재미있다.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이 공감할 내용들이 담겨 있다. 피넛의 천진난만한 얼굴을 보면 그저 웃게 된다. 집안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는 댕댕이 피넛일지라도 정말 사랑스럽다. 저자는 피넛을 주인공으로 한 다음 책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무시무시한 '쫌만'의 함정

p48

이 부분도 심히 공감된다. 나와 정말 닮아 있다. 낮잠을 잘 때, 간식 먹을 때, 드라마 볼 때... '쫌만' 법칙이 작용되어 무한 루프의 함정에 빠져 버린다. 주말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뜨금하면서 행복하다. 다들 이렇게 사니까 뭔가 위안이 되는 이 이상한 기분. 슬로틸다의 모습을 보면서 모든 이들이 같은 생각을 할 것만 같다.





조금 느긋하게 살자. 느긋해도 괜찮다. 심슨가족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은 이유 중 하나는 무심코 던지는 말들이 세상의 진리인 경우가 많다는 점에 있다. 슬로틸다를 통해 저자가 무심코 던지는 말들에 놀랍다. 무심하게 우리를 보듬고 있는 저자의 시크함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귀여운 슬로틸다의 도넛에 커피 한잔을 마시며 스마트폰을 보고있는 모습이 놀랍도록 지금의 내 모습이기에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온다. 최선을 다해 느긋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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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렇게 속고 있었다
김규덕 지음 / 휴먼컬처아리랑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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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렇게 속고 있었다

인생을 위한 현실적 조언들




1950년생의 저자 김규덕은 대기업에서 근무하며 회사원으로 살아오다 1996년 산에서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자신의 깨달음을 책에 차곡차곡 담았다. 총 36가지의 주제로 삶의 지혜를 담고 있다. 큰 기대감 없이 읽기 시작했으나 오랜 식견과 뛰어난 통찰력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저자의 철학이 매우 논리적이며 설득력있다.



뭔가 사회와 동떨어진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 살짝 우려했으나 누구보다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지적하고 우리에게 생각거리를 던진다. 공감되는 저자의 말들에 내 자신을 돌아보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를 다른 사람의 뜻이나 행위에 맞추려 하지 말고 나 자신이 삶의 주인공이 되어 적극적으로 주위와 화합하며 살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삶이 결코 어렵다거나 힘들다 하며 괴로워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2 마음이란? (p24)

책 전반적으로 "나"라는 단어가 많이 등장하고 강조된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나"라는 존재만큼 집중해야 하며 중요한 존재도 없다. "나"라는 존재를 중심에 두고 인생을 즐겁게 살라고 말한다. 나를 중심에 둔 상태에서 주위 사람들과 화합하라는 저자의 말이 와 닿았다. 우리는 내가 중심이 아닌 다른 사람을 중심에 두고 살아가는 듯 하다. 그렇기에 자기 자신의 귀중함을 잊고 흔들리다 중심을 잃고 마음이 위태로워 지나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기억해야 할 어쩌면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듣도 보도 못한 천당이나 극락 등을 찾아 헤맬 것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에 의해 이 땅이 천당도 될 수 있고 지옥으로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11 천국과 지옥 (p78)

사후 세계를 믿느냐면 나 역시 믿지 않는다. 죽음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이 어찌 사후 세계을 알고 운운할 수 있을까 싶다. 논리적으로 따질 부분이 아니라지만 논리적으로 따져야 맞지 않을까. 사실 사후세계가 아닌 지금 살아가는 현재가 매우 중요하다. 지금 이 세상이 천당이 아니라면 내 자신이 잘못 살아간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다.



이곳에서의 삶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사후세계를 생각한다면 그 세상은 정말 내가 원하는 세상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불경에서 극락은 금은보화로 치장되고 금모래가 깔려 있다고 한다. 금은보화의 가치는 현실 세계에서만 귀중한 것임을 잊지 말자. 성경에서 표현된 천당은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다. 그 땅이 얼마나 끈적이겠는가. 그 땅이 정말 천당이라면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곰곰히 생각해 볼 문제다.

나는 그들이 주색잡기에 빠지는 사실을 나무라는 것이 아니고 그들 자신의 입으로 내뱉는 가르침과 대치되는 행동을 하면서도 뻔뻔하게 단상에 올라 착한 선지자인 양 헛소리하는 표리부동한 행위를 나무라는 것이다.

28 사악한 종교인들 (p195)

종교인들에 대한 따끔한 충고가 또한 기억에 남는다. 대부분의 종교인들은 타인이 존경할만한 바른 삶을 살아갈 것이다. 허나 부처와 예수의 뜻을 따라 바른 삶을 살고 금욕할 줄 알아야 할 종교인들은 돈과 큰 집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다. 목사와 승려들의 일탈은 이제 특별한 일이 아니다. 일반인들의 빛과 소금이 되는 존경할만한 종교인들이 많으면 세상이 조금은 더 바른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

*****

이외에도 '마음', '욕심', '평등', '몰입', '운', '사주팔자', '명상', '국가', '정치', '기업', '교육', '대학' 등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각각 짧은 에세이 형태의 글들에서 저자의 깊은 내공이 느껴진다. 우리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서 부터 현 정치 방향에 대한 문제까지 냉철한 지적들도 다루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저자의 시각에서 한번쯤 생각해 볼만한 문제들에 대해 고민해 본다.



책에서도 언급했지만 많은 지식을 쌓고 책을 아무리 많이 읽더라도 세상의 모든 지식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작은 지식에 불과하다. 내가 많이 안다고 해도 평생 세상의 99%의 지식은 접하지도 못한다. 편협한 지식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렇기에 우리는 평생 부단히 배우고 익히며 자신의 마음을 돌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저자가 전하는 인생의 현실적 조언들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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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 미트 - 인간과 동물 모두를 구할 대담한 식량 혁명
폴 샤피로 지음, 이진구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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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 미트

고기의 미래 '청정 고기'를 맛보다




가축으로 부터 고기를 얻기 위해 지속적으로 증가되는 문제들이 있다. 토지 사용, 물 소비, 곡식 소비, 온실가스 배출, 항생제 문제, 질병, 폐기물 처리 등의 다양한 문제가 발생된다. 우리는 그저 식탁에서 맛있게 고기를 먹기만 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생명 윤리 문제, 자연 환경 파괴 등의 문제가 있다는 점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고기에 대한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잘 몰랐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 같다. 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이 생각 이상이었다. 기존의 고기가 인간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해를 입히기도 한다. 항상제 및 환경 문제는 직접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빠른 시일 안에 우리는 마트에서 청정 고기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존의 고기 생산 체제에서 완전히 벗어난 새로운 시도의 청정 고기는 많은 기업이 관심을 갖고 열정적 투자가 이루어 지고 있다.

우리는 30년 안에 더 이상 어떤 동물도 죽이지 않고 모두 동일한 맛의 청정고기나 식물성 고기를 먹게 되리라 믿습니다. 언젠가 우리는 할아버지 세대가 고기를 먹기 위해 동물을 죽이던 모습을 돌아보며 옛날에는 그런 시절도 있었다고 이야기할 것입니다.

p29

5년 혹은 10년, 늦는다면 30년 안에 새로운 패러다임은 우리 생활 안에 녹아들 것이다. 지금은 시작 단계에 불과하지만 이미 청정 고기 제조는 성공했다. 청정 고기를 사용해 만든 1개에 33만 달러짜리 햄버거 시식회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상용화를 위한 복잡한 과정을 해결하고 소비자 인식이 좋아진다면 무리없이 청정 고기를 식탁에서 만나는 날이 도래할 것이다.



세상은 변한다고 역사가 말해준다. 고래 기름을 얻기 위해 수많은 고래들이 사냥되었으나 등유의 발견으로 고래 사냥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에디슨의 전구가 개발된 이후 등유는 찾아 보기 힘들다. 과거의 이동 수단이었던 말과 마차의 시대에서 사람들은 모두 빠른 말을 원했다. 핸리 포드의 내연 기관에 의해 길거리에서 말을 찾아보기 힘들어 졌다. 이렇게 시대는 새로운 개발에 의해 점차적으로 변모한다. 비윤리적이며 각종 문제를 안고 있는 공장식 사육이 청정 고기로 자연스럽게 이동할 날이 머지 않았다.

현대화된 무두질의 특징으로서 이때도 폐수는 그냥 하수도로 흘려보내게 된다. 환경법이 느슨한 인도, 방글라데시 등 대규모 가죽 생산 국가에서 이런 일이 흔하다. (중략) 2009년 가죽 공장 때문에 갠지스강이 심각하게 오염되자 정부는 인도 가죽의 중심지 칸푸르에서 규정을 심각하게 지키지 않는 작업장을 100곳 이상 강제 폐쇄했다.

p129

가죽을 만드는 일이 환경을 파괴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치 못했다. 가죽을 생활에서 사용하기 위해서는 무두질이 필수적이다. 과거와 달리 현대는 화학적 방식으로 무두질을 한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화학적 폐기물이 발생하고 이는 심각한 환경 오염의 원인이 된다. 그런데 이런 청정 고기 생산 방식처럼 실험실에서 청청 가죽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환경 오염 문제를 해결할 뿐 아니라 소 도축도 필요가 없다.



실험실에서 생산된 가죽은 사람이 먹는 청정 고기만틈의 거부감도 없다. 필요한 가죽을 요구에 맞게 비교적 손쉽게 제작할 수 있다. 실제 거미줄로 옷을 제작해 판매한 일이 있다. 실험실에서 생산되는 가죽이 의류 및 패션 업계의 미래가 되는 날은 바로 코 앞에 있다. 매우 기대되는 분야다.

배양 고기의 이점을 전혀 언급하지 않고 이런 질문만 했을 때는 대학생 응답자 가운데 61퍼센트가 '아마도 먹을 것이다' 또는 '꼭 먹겠다'라고 답변했다. 배양 고기의 윤리적, 신체적, 환경적 이점을 들었을 때는 동일하게 답변한 사람이 77퍼센트로 치솟았다.

p174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나 역시 인위적으로 실험실에서 만들어지는 고기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 하지만 그 실체를 알고 나니 오히려 더 건강하고 사람에게 이로운 고기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저 정보를 접했을 뿐인데도 청정 고기에 대한 나의 인식이 180도 달라졌다. 그렇기에 나는 청정 고기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충분히 개선될 수 있다고 본다. 그저 시간의 문제가 아닐까.



한 가지 의외의 사실은 청정 고기에 대해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더 관심을 보인다는 데 있다. 고기 자체에 관심이 없는 채식 주의자들이 오히려 청정 고기에 거부감을 보인다. 유전자 조작 혹은 인위적 생산으로 치부하기에 그런 듯 하다. 반대로 공장식 사육에 거부감을 갖고 고기를 먹지 않는 채식 주의자 혹은 고기 반대 주의자들은 청정 고기를 환영한다.

간드, 판드야, 다타는 실제로 효모세포를 만들어 우유 단백질을 생산할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중략) 그리고 2014년 6월, 판드야는 <뉴사이언티스트>의 '빅 아이디어' 코너에 "소를 키우지 마세요, 그래도 우유는 마실 수 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실었다.

p247

젖소에게서 우유를 얻기 위해 소의 임신기, 착유기 유지, 호르몬 및 항생제 사용 등 윤리적 문제들 역시 발생한다. 방금 태어난 송아지와 어미소를 분리 시키고 젖이 잘 나오도록 하는 방식은 말만 들어도 비윤리적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모른채 우리는 우유를 마신다. 표모 세포를 만들어 우유 단백질을 만든다는 방식은 획기적이다. 우유를 젖소가 아닌 맥주처럼 만드는 방식을 연구한다. 청정 고기를 만드는 것보다 훨씬 간단하다고 한다.



인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고기 소비 역시 증가한다. 세계 고기 소비는 점차 늘어가면서 환경은 파괴되고 비윤리는 자행되고 있다. 클린 미트는 우리의 미래다. 우리가 적극적으로 받아들어야만 하는 미래의 방향이다. 새로운 것에 대한 거부는 항상 있어왔다. 본능적으로 인간은 낯선 것에 거부감을 보인다. 아직 가야할 길, 해결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 있지만 허무맹랑한 이야기들이 아닌 현실적인 과학이다. 우리의 식탁이 어떻게 달라질지 벌써부터 흥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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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웃으면서 살아갑니다
단노 도모후미.오쿠노 슈지 지음, 민경욱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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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웃으면서 살아갑니다

아직 젊은 내게 치매가 찾아 온다면...






저자 단노 도모후미에게 치매가 찾아왔다. 그의 나이 서른 아홉이었다. 상상만으로도 답답하고 울분이 터질 것만 같다. 세상이 끝날 것만 같은 심정이지 않을까. 직접 그런 상황을 겪은 저자는 자신의 상태를 받아 들이고 회사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해내며 일을 하다 지금은 강연을 하고 있다. TV에도 출연해 사람들이 알아보기도 한다. 저자는 현재 치매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그의 주변 사람들과 가족들의 모습을 어떠할까. 치매의 발병에서부터 현재까지 담담하게 써내려간 저자의 이야기가 내 가슴을 뜨겁게 한다.

사람들은 치매라면 중증인 사람을 떠올립니다. 치매에 관한 회의에 가면 대체로 중증인 사람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이야기를 합니다. '환자'라는 말은 그런 이미지를 강조할 뿐입니다. 치매라는 병을 가지고 있지만 활기차게 살아가는 사람을 '환자'라고 부름으로써 '지독한 병에 걸린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심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환자'라고 부르지 말아요 (p71)

눈이 나빠 안경을 쓰는 사람에게 '환자'라는 말을 쓰지 않고 눈이 망가졌다고 말하지 않는다. 머리가 망가진 것이 아니다. 그저 기억력이 안 좋은 것 뿐이다. 사람들의 인식이 참 중요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치매가 심각한 중증 질병이라고만 인식하고 있다. '환자'라고 생각하는 순간 사람들의 행동 또한 다르다. 우리와 같은 하나의 일원으로 생각하고 함께해 주길 바라고 있다.

때때로 사장님 얼굴도 잊어 곤란할 때가 있습니다. '이 사람, 높은 사람인데' 이런 느낌은 드는데 누군지 몰라 옆에 있는 사람에게 "저 사람, 누구야?"라고 물으면 "사장님이야"하며 웃습니다. 사장님의 얼굴을 잊다니 원래는 한소리 들어야 정상일 텐데 우리 회사는 웃고 마니까 오히려 괜찮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에 만날 때는 기억 못할지도 몰라요 (p97)

사람의 이름과 얼굴을 잊고, 컴퓨터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며, 양치를 두세번하며, 일상의 단어를 잊는다. 점차적으로 실수가 늘고 잊는 것들이 많아 진다. 하지만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상황에 맞게 대처하면 그저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일상이 된다. 사장님 얼굴을 잊는 게 사실 뭐 그리 대수일까. 다시 알려주면 그만이다. 치매의 상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사장님과 동료들의 모습이 참 멋있게 느껴진다.

치매라는 사실을 숨기지만 않으면 대부분의 일은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치매를 공개하면 모두 친절하다는 걸 깨닫습니다. 내가 이만큼 공개할 수 있었던 것은 친절한 사람과 점점 더 많이 접촉해왔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중에는 무례한 사람도 있겠지만 그 사람과는 어울리지 않으면 그만입니다.

틀려도 모두가 웃는 얼굴 (p114)

자신의 목에 카드를 걸고 다닌다. 치매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한 카드를 사람들에게 보여 주면 사람들은 적극 도와준다. 카드를 통해 이해를 시키면 도움을 받기 수월하고 금방 해결할 수 있다. 치매를 숨기기 보다 드러내면 좀 더 편해진다고 한다. 아직은 우리가 사는 세상이 따뜻하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날 보고 "치매 같지 않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치매 같지 않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요? 그것은 '치매는 심각하고 우울한 병'으로 착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병에 대해 웃으며 얘기하는 나 같은 사람은 '치매 환자'가 아닌 것이 됩니다.

편견은 내 안에도 있다 (p208)

치매에 대한 자세에 따라 얼마든지 행복도가 달라질 수 있다. 얼마든지 치매에 대처하며 살아갈 수 있다. 방에 틀어 박혀 남은 삶을 허비하느냐, 밖으로 나와 남은 인생을 즐기느냐는 본인의 선택이 된다. 이 책을 통해 치매에 대한 대처 자세에 대해 한 수 배웠다. 이 책은 처음에 읽기가 사실 꺼려졌다. 나와 치매는 아무 먼 얘기라고 치부했고 큰 관심사가 아니었다. 그저 약간의 호기심때문에 읽게 되었다. 치매에 걸린 사람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떠할지 작은 호기심이었다. 지금은 이 책을 읽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고난 후 치매에 대한 나의 인식이 변화했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 또한 달라졌다. 모든 것은 내 마음 먹기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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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정치는 왜 퇴보하는가 - 청년세대의 정치무관심, 그리고 기성세대의 정치과잉
안성민 지음 / 디벨롭어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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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정치는 왜 퇴보하는가

대한민국 청년들이 꼭 읽어야 할 책






기존과는 다르게 책을 모두 읽은 후 저자 정보를 읽었다. 현재 정치계의 큰 영향력 있는 깨어있는 분이 책을 썼으리라 생각했다. 그만큼 청년 정치의 문제를 정확하게 꿰뚫고 있으며 매우 날카롭다. 명확한 분석과 식견이 저자의 깊은 내공을 가늠하게 했다. 그런데 저자 정보를 읽고 살짝 의아했다. 경영학 박사출신의 12년차 직장인이자 84년생의 저자 안성민이다. 박사 학위를 가졌다는 것만 다르며, 나와 나이도 비슷한 한 가정의 아빠로 살아가는 저자가 이런 책을 냈다니 사뭇 대단하게 느껴진다.



청년들이 몸소 체험하고 있는 현 상황을 정확하게 찌르고 있기에 묘한 공감의 희열을 느끼게 된다. 저자의 논리에 공감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나도 모르게 웃고 있다. 나만 느끼는 사회 문제가 아닌 청년들 대부분이 느끼는 사회적 현상임을 이 책을 통해 확인한다. 세대 간의 차이가 대립과 불통이 될 수도 있지만 성장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표현 또한 마음에 들었다. 한 방향에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닌 다양한 시각에서의 접근에 칭찬하고 싶다.

다양한 역사적 사건을 온몸으로 겪으며 성인이 된 청년들은 높은 교육 수준과 다양한 스펙을 자랑하지만, 삶의 질은 예전보다 떨어졌고,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는 여건에 놓였다.

안쓰러운 'IMF 키즈' (p45)

IMF 세대를 겪은 세대의 자녀들 'IMF 키즈'라는 단어는 현 2030을 대표한다. 경제적 불안감, 치열한 교육열의 희생양, 입시 전쟁터의 경쟁, 미국발 금융 위기까지 순탄치 않은 역사의 한복판에서 경쟁이 일상이 된 삶을 살아간다. 성실하면 된다는 어른들의 말을 믿고 열심히 살았건만 엄청난 좌절감과 만나는 세대다.



서평의 부제로 '대한민국 청년들이 꼭 읽어야 할 책'이라 적었지만 청년뿐 아니라 기성세대로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자발적 아웃사이더 기질로 살아 남아 취업 시장에서 성공한 이들과 기존의 집단주의 세대 그리고 그들 사이에 끼인 세대. 세대의 간극은 시작부터 이미 크다. 나는 끼인 세대인가 개인주의 세대인가. 이것조차 혼란스럽다. 세대마다 추구하는 바와 살아온 세상이 다르다. 온전한 이해는 어렵더라도 청년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최소한 이런 책을 읽어야 하지 않을까.



1인 가구가 증가하며, 비혼을 선언한다. 저출산으로 인구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지만 이를 해결하고자 펴내는 정책들은 별다른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 문제의 실상 파악에 초점을 맞춰 근본 문제 해결에 힘을 쏟아야 하건만 모든 정책들은 제자리 걸음이다.

청년들을 둘러싼 여러 사회문제가 계속 수면 위로 올라오고 국가 경쟁력을 좀먹고 있는데도 여전히 이들을 대변할 수 있는 청년 정치인은 없다. 20대 총선에서 당선된 국회의원의 평균 나이가 55.5세였으니 임기를 마칠 때는 59.5세가 된다. 환갑을 넘겼거나 눈앞에 둔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대한민국 국회가 운영된다는 이야기다. 환장할 노릇이다.

청년 정치, 언제까지 탁상논의만 할 건가? (p135)

청년들의 정치 참여가 절실하다. 노령화된 정치에 '상식과 비상식'의 대결 구호를 외치던 '안철수' 방식이 지속되지 못하여 아쉬울 따름이다. 기존의 정치 방식이 변화가 필요하다. 기성 세대들이 모여 있는 정치가 어찌 청년들을 위한 정책을 펼칠 수 있을까. 청년들을 제대로 이해나 하고 있을까. 그들이 살았던 세상과 청년들이 살아가는 세상이 이렇게 다른데 이해는 커녕 질책과 나무람으로 청년들을 대하는 그들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현재 대한민국에서 정치적 여론을 주도하는 세대를 40대라고 보는 의견이 많기 때문이다. 40대는 청년층과 기성세대 사이에 낀 중간자라 어떠한 결정을 내리건 간에 자신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세대이다. 그렇기에 그을은 윗세대를 지지하자니 자신의 자식 세대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까 걱정이고, 그렇다고 후배 세대를 지지하자니 몇 년 뒤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칠까봐 두려워 한다.

정치 혐오에 기름 붓는 '세대 갈등' (p176)

정치를 외면하는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어느 세대들 보다 40대의 입장은 참 어렵다. 기성 세대인 5,60대와 청년 세대인 2,30대의 차이는크나 큰 거리감이 존재한다. 어떻게 그 간극을 줄일 수 있을까. 정치적으로 어떠한 정책을 추친할 때 반드시 어느 한 쪽이 피해를 본다. 그렇기에 참 어렵다. 어느 세대에도 끼지 못하는 40대의 입장은 참 난감하다. 정치를 혐오하기 까지 하는 청년들에게 정치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일까.

2015년 조사에서는 '부와 가난의 대물림'에 대해 거의 모든 계층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응답했으나 특히 30대는 94.2%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답해 모든 연령 중 부정적 인식이 가장 강했다.

'계층이동 사다리'는 사라지고 있다 (p210)

열심히 노력하면 상위 계층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믿음이 사라진 대한민국이다. '계층 사다리'가 눈 앞에서 사라졌다. 미래의 주역인 30대는 이 커다란 벽 앞에서 뒤집을 수 없는 자신들의 처지를 실감하고 있다. 부의 양극화가 이토록 심각한 수준으로 치달은 현 시점에서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과연 어디일까. 열심히 노력하면 될 것이라 믿었고 노력하며 열심히 살아왔는데 건물주 아들은 건물 하나 받아서 취업도 하지 않고 놀고 먹는 것을 보면 자괴감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청년들이 정치를 하려면 열정이나 패기와 같은 애매한 단어가 아니라 정말 잘할 수 있는 것을 내세워 기성 정치인들과 차별화해야 한다. (중략) 기성 정치인들에게 "해보셨어요?"라고 당당하게 질문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었다는 점을 강하게 주장해야 승산이 있다.

'열정과 패기'만으로는 절대 세상을 바꿀 수 없다 (p248)

기성 정치인과 정면 충돌하는 청년 정치인은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할 것이다. 경력직만 대우 받는 정치판에서 청년 정치인의 현 세대 경험이란 칼이 필요하다. 직접 정치에 뛰어들지 않더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윤창호법의 일화는 우리에게 귀감이 된다. 음주 운전자 가중 처벌을 위해 윤창호의 친구들이 발벗고 나선 결과로 이례적으로 3개월만에 법이 통과되었다. 부당하고 잘못된 법을 바꾸기 위한 노력은 실질적 결과로 가져올 수 있다.



법안을 만들어 달라는 적극적 요청이 아니더라도 청년들은 최소한 투표를 해야 한다. 아주 최소한의 노력이 바로 투표다. 정치에 대한 혐오는 간극만 더 키울 뿐이다. 더 많은 관심이 긍정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이 된다. 소셜 네트워크를 통한 의견 피력도 좋다. 비전통적 정치 참여가 점차적으로 확대되는 방향은 매우 긍정적이다. 기억하자. 촛불이 잘못된 대한민국을 뒤집은 것처럼 대한민국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힘이 분명 우리에게는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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