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 - 인생의 굽잇길에서 공자를 만나다, 개정판 내 인생의 사서四書
신정근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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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

인생이 막막한 사십대에게 공자가 전하는 삶의 지혜들





저자 신정근은 현재 성균과대학교 유학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며 유학대학장, 유학대학원장, 유교문화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누구나 동양고전을 쉽게 읽고 깊이 이해하도록 돕고자 힘쓰고 있다. 다양한 동양 고전 풀이 책 10권 발간과 더불어 활발한 강연을 이어가고 있다.



기존의 논어는 순서에 따라 20편의 어록이 담겨 있다. 이 책은 기존의 논어와는 조금 다른 구성이다. 우리의 관심사가 단어 형태로 먼저 제시되고, 그 단어에 맞는 논어의 구절이 나온다. 저자는 나의 관심사에 따라 논어를 끌어온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독자를 중심에 둔 친절하고 착한 책이라 생각한다.



하나의 단어를 제시하고, 그 단어를 설명할 수 있는 적절한 논어의 한 구절을 가져와 네 글자로 제시하며, 제시된 구절의 저자의 현대적 해석이 담겨 있다. 입문으로 구절의 현대적 맥락을 소개, 승당에서 원문 제시, 입실은 원문 한자어 뜻 풀이, 여언은 현대 관점의 방안 제시하고 있다. 입문과 여언을 통한 현대적 맥락 소개 및 현대 관점의 방안 제시가 이 책이 읽기 편한 이유다.



논어가 한자이며 옛 학문이기에 우리에게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친절한 설명과 더불어 현대적 관점의 풀이는 논어가 우리 생활에 충분히 적용할 수 있는 내용으로 다가온다.



총 6강의 대주제를 기반으로 총 101가지의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공자의 인생 매뉴얼, 감동 리더십, 최고의 인물,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할 때, 인생의 꽃을 피우는 가르침, 흔들리지 않는 나만의 가치까지 1강부터 6강까지 마흔에 접어든 이들의 고민을 어루 만져 줄 구절들과 우리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제시하고 있다.



07 변화 : 새것은 옛것 속에 들어 있다

온고지신 溫故知新 02.11/027

(p40)

옛 논어를 읽어야 하는 이유를 묻는다면, 온고지신이라 답할 수 있다. 옛것을 읽혀서 새것을 뽑아내는 것은 충분히 스승이 될 만하다며 공 선생님이 들려주었다. 유선 전화기에서 무선 전화기로, 스마트폰으로 변화의 예시가 아주 적절하다. 새것은 어느 날 하루 아침에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옛것의 진화로 탄생한 것이다. 과거가 현재의 얼굴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변화라는 단어를 생각해 본다. 변해야 살아남는다는 구호로 혁신을 외치는 우리 사회는 공자의 말을 잘 기억해둬야 한다. 혁신은 하루 아침에 나오는 것이 아닌 옛것에서 태어나는 것임을 말이다. 이렇게 답은 이미 나와있다. 논어를 읽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옛 공 선생님의 지혜가 옛것이지만 잘 익히고 갈고 닦아 우리 미래의 재료로 활용되어야 하는 것이다.



33 몰입 : 고기 맛을 까맣게 잃다

부지육미 不知肉味 (07.14/165)

(p129)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몰입'에 대해 생각해 본다. 먹는 둥 마는 둥 하며 게임에 열중한 적은 많으나 일을 하거나 미래를 위한 노력을 하면서 열중한 적이 있나 싶다. 고기 맛을 잃을 정도의 몰입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에 준하는 몰입이 필요한 시기라 생각한다. 몰입이 필요한 때에 '부지육미'를 기억하고 목표에 몰입하는 내가 되고 싶다.



누군가에게 본보기가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 회사 혹은 가정에서 내가 생산적인 활동을 열심히 몰입해서 임한다면 주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한다. 아이 앞에서 책을 읽는 모습을 보인다거나 회사에서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모두에게 좋은 평판과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76 중심 : 늘 낮은 자세로 임하소서

려이하인 慮以下人 (12.20/314)

(p273)

'4강 어떻게 살아야할지 막막한 당신에게'의 '중심'은 회사 생활을 하면서 사이에 끼인 내 현실의 정답을 찾고 싶어 자세히 읽었다. 유명인을 예로 들어 제시했지만 회사 생활을 하는 나에게 적용하기에도 아주 적절한 조언이었다. 올바른 윤리 의식, 경청의 자세, 상대에 대한 배려다. 사실 이 답이 매우 간단해서 놀라웠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니 이 세 가지를 잘 지키기는 쉽지 않은 길이다.



윤리 의식은 매우 기본적이기에 항상 유념해야할 부분이기에 논외로 하겠다. 그러나 내가 일이 바쁜 이유로 여유가 없다보면 언제든 상대의 말을 잘 듣지 못한다거나 상대에 대한 배려가 없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나는 열심히 듣고 있으나 잘못된 나의 태도로 상대는 내가 경청하지 않는다고 오해를 할 수도 있는 것이 사람사는 세상이다. 기본 중의 기본이기에 유념하고 또 유념 해야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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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을 잘라드립니다 - 하버드 교수가 사랑한 이발사의 행복학개론
탈 벤 샤하르 지음, 서유라 옮김 / 청림출판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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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걱정을 잘라드립니다

이발사 '아비'에게 듣는 삶의 지혜




저자 '탈 벤 샤하르'는 하버드대학교 교수로 학생들에게 '긍정심리학'과 '리더십 심리학'을 가르친다. 자신이 머리를 자르기 위해 찾는 단골 이발소의 '아비 페레츠'와의 대화를 통해 얻은 지혜를 책에 담았다. 세계 최고의 행복학 교수는 아비의 조언으로 깨달음을 얻고 돈을 지불하며 덤으로 머리도 자른다.



항상 사람들로 가득한 아비의 이발소는 사람들의 안식처다.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마음의 위안을 얻고 돌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머리를 자르는 위해 이발소를 가는 것인지 마음의 위안을 얻으려 가는 것인지. '아비'와 대화가 하고 싶은 저자는 이발소에 들러 차 한 잔을 마시는 시간이 그렇게 좋았나 보다.



프랑스 철학자 볼테르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세계적 교수이기에 이발사 '아비'의 말이 "평범한 상식은 사실 그리 평범하지 않다."(p23) 우리는 평범하다고 치부하는 것들 중에 엄청난 것들이 숨어 있음을 잘 알지 못한다. 진흙 속 귀한 보석을 보고도 대부분은 그냥 지나치지만 하버드대학교수의 눈에 아비와의 대화는 반짝반짝 빛나 보였을 것이다.

"비행기 조종사 면허에 도전하신 줄은 몰랐네요."

"그랬죠. 이따금 찾아오는 공허감을 메울 수 있을까 싶었거든요. 그 외에도 나를 채워줄 수 있으리라 기대했던 것이 많았어요. 하지만 결국 내가 엉뚱한 곳에서 헤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그럼 당신을 채워주는 건 뭔가요?"

"바로 여기에 있는 작은 것들이요." (중략)

"아, 평범한 일상이죠.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음악을 듣고, 해변에 가는 순간들이요."

평범한 이발사가 들려준 일상의 가치 (p21)

우리는 항상 엉뚱한 곳에서 공허함을 메울 수 있는 무언가를 찾고자 한다. 정작 소중한 것을 잊고 살아간다. 지금의 나에게 딱 필요한 말이다. 열심히 달리다 보니 인생의 공허함이 밀려온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공허함이 나를 차지했다. 앞만 보고 달려온 나의 인생에서 나를 채우는 것이 항상 곁에 있지만 잊고 살았다.



오늘은 따뜻한 햇살이 내리는 겨울이다. 아내와 함께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아이와 함께 공원에서 시간을 보냈다. 이 책에서 이발사가 전하는 세상의 지혜를 듣고 오늘의 일상이 나에게 매우 특별하게 다가왔다. 아내와의 시간에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되었고, 아이와의 시간이 행복한 시간이 되었다. 따스한 햇살이 유난히 빛나는 하루였다.

아비의 말을 들으면서, 나는 어른에게도 등대의 존재가 안정감의 기반이자 창의력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등대는 사람에 따라 다른 모습이 될 수 있다. 어떤 이에게는 가족이나 친한 친구가 등대가 되고, 또 어떤 이에게는 명상이나 정원 가꾸기 같은 자신만의 의식이 등대 역할을 한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이발소의 깨끗한 창문을 통해 흘러나오는 빛에서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

등대가 든든하게 느껴지는 진짜 이유 (p79)

아비의 등대는 이발소다. 마음의 안정과 편안함을 느낀다. 손님들과의 대화도 하며 걱정이 사그라든다. 나의 등대는 무엇일까. 내가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지만 분명 등대는 존재한다. 우리 집? 회사? 지하철? 혼자만의 시간? 아비처럼 자신만의 등대를 확실하게 아는 것도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음의 안정을 얻고 싶을 때 그저 등대로 가면 되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등대를 생각하게 하는 그의 말에 곰곰히 생각에 빠진다.



"꿈의 직업을 손에 넣은 사람들은 그 일을 유지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요. 하지만 그들 중 상당수는 신혼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사랑의 관계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죠."

p150

친구들과의 좋은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 꾸준히 연락하고 약속을 하고 만남을 갖는다. 그런데 우리는 바로 옆 사람에게 얼마나 잘하고 있는가를 잊고 살아가는 듯 하다. 회사에서 승진하기 위해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부단히 열심히 노력한다. 잘 보이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부담감과 불안함에 온몸을 바쳐 일을 한다. 그러는 사이 정작 중요한 나의 사랑에 대해서는 잊는다. 무엇이 정말 소중한 것인지 내가 시간을 내어 투자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잊는다. 사랑의 관계에 대한 투자가 그리 거창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저 꽃 한 송이,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로도 충분하다.

"대부분의 사람은 당장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착해요. 물론 이런 태도가 필요할 때도 있지만, 보통은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자연에 맡겼을 때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거나 해결책이 명백히 눈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요. 그때가 되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명확히 알게 돼요."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 (p189)

눈앞의 문제 해결을 위해 아등바등하지 말고 때로는 그냥 가만히 두라는 이 조언이 내 마음을 위로한다. 어떠한 해결책이든 찾기 위해 고민하며 보내는 시간은 오히려 창의적 문제 해결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차라리 다른 새로운 모험을 하고 그 일은 자연에 맡기는 것이다. 그간 다양한 노력을 통해 찾지 못한 해답을 자연의 시간이 해결해 줄 수도 있다.



카페에 앉아 가만히 이 책을 읽으면서 내 마음이 편안해졌다. 책을 읽으면서 일상이 행복으로 변하고 나의 걱정은 사라지고 있었다. 아등바등 무엇을 하기 보다 그저 편안한 휴식을 하며 나를 정비하는 연말을 보내려 한다. 세상 살이에 지친 나를 보듬어 주는 이 책을 세상 사람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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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정명수 옮김 / 모모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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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소행성 B162에서 온 선물




참 유명해서 아직 안 읽었다고 말하기 민망한 책 <어린 왕자>를 나이 서른 다섯의 막바지에 펼쳤다. 책을 읽다보니 분명 예전에 읽은 책이다. 내용은 알겠으나 모두 새로운 이야기로 다가온다. 과거의 내가 분명 읽었는데 놀랍게도 언제 읽었는지, 책을 통해 어떠한 감명을 받았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지금 세상에 대한 불만과 회의감이 쌓였고 답답한 현실에 방황하는 청년기를 보내고 있다. 과거에는 청년기가 20대 였다고 하면 지금은 30대가 인생의 청년기라 할 수 있지 않을까.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키우고 회사 생활의 안정을 찾고 세월이 흘렀다. 그간 겪었던 경험과 책을 통해 쌓은 나의 지식과 지혜들에 의해 내 스스로가 변했으며 성장했음을 느낀다. 그래서 일까? 이제는 <어린 왕자>의 구절 하나 하나에 감명을 받고 글에 담긴 의미들에 쉽사리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였다. 예전에는 그저 아름다운 동화이지만 지금은 내면의 깊은 깨달음을 주는 나의 순수함을 깨우는 어른 동화다. 소행성 B612 에서 온 작은 금발의 어린 왕자는 내 마음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다.

"꽃의 말이 아니라 그녀의 행동으로 판단했어야 했어. 꽃은 나에게 향기를 주었고 나를 환히 빛나게 했지. 그곳에서 도망치지 말아야 했어. 그 보잘것없는 거짓말 뒤에 따뜻한 사랑이 있다는 걸 알았어야 했어. 꽃들은 너무 모순덩어리야! 나는 너무나 어려서 꽃을 사랑할 줄 몰랐던 거야!"

P47

처음에는 꽃의 존재에 대해 갸우뚱했으나 문맥상 어린 왕자의 꽃의 관계가 이해되었다. 꽃은 어린 왕자에게 서툰 사랑의 대상이라 생각한다. 사랑에 많은 경험이 없고 미숙한 어린 왕자에게 꽃은 그저 요구 사항이 많은 까다로운 존재로만 인식되었다. 꽃이 가진 장점을 바라보지 못하고 그저 꽃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고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든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에서 어린 왕자와 꽃과의 관계를 수도 없이 목격하고 경험한다. 꽃이 주는 무한한 향기와 빛을 잊고 까다로움에 당황하고 밀어내려 했다. 그 숨겨진 따뜻한 사랑을 이제는 알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툴툴 거리는 말이 아닌 상대의 행동을 통해 진심을 볼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난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난 더 행복을 느끼다가 4시쯤 되면 안절부절못할 거야. 그래서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깨닫게 되겠지!

P103

정말 유명한 글귀이기에 이곳에 적지 않을 수가 없다. 길들여 진다는 것과 함께 나오는 이 말은 사람의 관계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만들었다. 관계를 맺는다라는 말을 길들여 진다라는 말로 표현하니 참 아름답고 멋들어진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관계를 맺을 때 서로에게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서서히 서로에게 길들여질 시간이 필요하다. 억지로 친해지기 위한 관계의 노력이 아닌 시간이 만들어주는 관계의 탄탄함이 길들여진다는 말로 표현되는 것이 참 마음이 와 닿는다.



누군가를 만나기 1시간 전, 그 대상을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더 확실히 이해가 될 것이다. 그 상대를 만난다는 것만으로 만나기 전부터 우리는 행복하고 설렌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이 참 길게 느껴지면서도 행복하다. 그저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이 행복의 소중함을 깨닫는 삶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배운다.

"내 비밀은 이거야. 아주 간단해. 마음으로 보아야만 잘 보인다. 본질적인 것은 눈에는 보이지 않는 법이니까." (중략) "너의 장미꽃이 소중한 이유는 네가 그 꽃을 위해 시간을 바쳤기 때문이야."

P106

본질적인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법, 우리는 겉모습에 현혹되어 살아왔다. 앞으로도 분명 겉모습에 현혹되어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항상 본질적인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잊고 살아간다. 마음으로 진정 멋진 사람이 다른 어느 것보다 멋진 사람이란 것을.



보아뱀과 모자를 구분할 수 있는 능력. 이미 어른이 되어 버린 우리는 이미 보이지 않는 본질적은 것을 바라보는 순수함을 잃었는지도 모른다. 이미 나 역시 세상을 숫자로만 이해하는 어른인 것을. 어린 왕자를 통해 본질을 바라보는 순수함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한다.



사람과 관계를 맺고 서로 길들이기 위한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꽃을 위해 바람 막이를 세우고 물을 주고 보살피면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럴수록 꽃은 더욱 나에게 소중한 존재가 된다. 어쩌면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일 것이다. 이 시간을 상대를 위해 바쳤다는 사실은 나의 많은 부분을 내어준 것과 다름없다.





"아저씨가 밤에 하늘을 쳐다볼 때마다 내가 그 별들 중 하나에 살고 있을 테니까. 내가 그 별들 중 하나에서 웃고 있을 테니까. 그럼 아저씨에겐 마치 모든 별들이 웃는 것과 같을 거야. 그러니까 아저씨는 웃을 줄 아는 별을 갖게 되는 거야!"

p129

어린 왕자의 결말이 이렇게 슬펐나. 어린 왕자의 죽음을 암시하는 마지막에 아련한 미련이 남는다. 자신의 별로 돌아갔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 방식이 우리의 상상력을 벗어난다. 그 마지막의 상징은 무엇일까. 이제는 영영 볼 수 없는 어린 왕자에 대한 그리움을 하늘의 별이 달래 줄 수 있을까. 우리가 잊고 살아가는 어린 왕자의 순수함을 별을 볼 때 마다 기억하기 위함일까.



어느 위치의 어느 곳에 위치하는지 모르는 어린 왕자의 소행성 B162는 하늘 어딘가에서 빛나고 있을 것이다. 장미에게 물을 주고 바람을 막아주며 화산을 정리하고 바오바브나무를 솎아 내는 어린 왕자의 순수성을 우리는 잊지 않고 살아가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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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리더들은 왜 철학을 공부하는가 - 선택의 고비에서 최적의 솔루션을 찾아주는 철학적 사고법
리우스 지음, 이서연 옮김 / 힘찬북스(HCbooks)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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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리더들은 왜 철학을 공부하는가

열 다섯명의 철학자와 만나다





허베이 대학 철학과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선생님 생활을 하며 동서양의 철학을 연구하는 저자 '리우스'의 책이다. 철학은 어렵고 따분하고 우리와 동떨어진 느낌이 많이 든다. 하지만 철학에는 인생 문제를 다루는 과학이 담겨 있고, 우리 삶의 다양한 방향을 제시하는 유익하고 재미있는 학문이다. 어렵게 느껴지는 철학을 조금 쉽게 다가설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바로 이 책의 매력이다.



유명 대학교 철학과 신입생 민경이는 '재미있는 철학' 강의를 수강한다. 첨단 인공지능을 활용해 15명의 철학가가 교수가 되어 철학 강의를 듣고 질의응답, 토론을 진행한다. 철학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대학 신입생의 시각에서 이뤄지는 대화이기에 많이 어렵지 않고 철학 입문서로 아주 훌륭한 책이라 생각한다. 나는 덩달아 다양한 철학의 세계의 핵심을 배우는 대학 신입생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왜 철학자들은 해답도 없는 문제에 매달리는 걸까?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시간을 낭비하기보다는 차라리 일상생활에 도움이 되는 일에 매달리면 좋잖아." (중략) "답이 보이지 않아도 계속 연구하고 문제를 제기하고 고민할 필요가 있어. 세상을 더 좋게 발전시키는 방법이나 세상이 변화시킬 수 있는 규칙이 바로 그 안에 담겨 있으니까."

물은 왜 칼로 잘라도 계속 흐를까? (p71)

철학에 대한 의구심은 누구에게나 있다. 처음 만나는 철학은 뜬구름 잡는 식의 말장난이 아닌가란 생각도 들었다. 허나 그 의구심이 바로 철학의 첫걸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궁금하면 알고 싶어지고 관심이 생기며 책을 읽고 이해하고 탐구한다. 그 깊이 있는 철학의 세계의 재미를 느끼는 순간 점점 그 매력에 빠져든다.

"...걷던 중 아주 아름다운 꽃을 발견하고는 꺾었지. 하지만 계속 가는 과정에서 더욱 아름다운 꽃들이 보이더군. 하지만 나는 선택을 바꾸지도 않았고, 후회하지도 않았네. 왜인 줄 아는가? 내 눈에는 내 손에서 시든 꽃이 가장 아름다워 보였거든."

결혼은 왜 사랑의 무덤인걸까? (p119)

플라톤의 사랑과 결혼에 대한 철학은 매우 흥미로웠다. 꽃과 나무에 빗대어 설명하는데 정말 공감되는 이야기였다. 수많은 꽃들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는데 되돌아 갈 수 없다는 조건이 정말 사랑과 일맥상통한다. 한 번 지나간 사랑은 다시 붙잡을 수 없다는 심오한 뜻이 담겨 있다. 결혼은 나무를 선택하는 것과 같은데 지나고 보니 더 좋은 나무가 많았고 내가 선택한 나무는 평범한 나무였다는 거다. 걷던 중 발견한 아주 아름다운 꽃이 시들어가는 것이 결혼 생활인데 이 시든 꽃을 바라보며 후회하지 않는 것이 바로 행복이라는 말이 감탄을 자아낸다. 내가 선택한 꽃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나의 마음에 행복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스스로 만족할 줄 아는 관조적인 삶은 인류가 추구해야 할 가장 좋은 삶이라 할 수 있네. 그리고 관조적인 삶은 행복을 실천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자 방법이라 할 수 있지. 스스로 만족하고 여가를 즐기며 관조하는 삶을 사는 것이야 말로 인류가 누릴 수 있는 행복이네. 관조적 삶은 외부 환경에 의지하지 않고 한걸음 떨어져 스스로 만족하고 여가와 사색을 즐기며 행복을 느끼는 것이네."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p138)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관이 짤막하게 다뤄지는데 매우 흥미로웠다. 현재를 만족하며 사는 것이 행복의 가장 중요한 척도로 알고 있다. 그래서 현재에 만족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데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론을 통해 한 가지 의문점이 생겨난다. 바로 '외부 환경에 의지하지 않고'라는 표현이다. 외부 환경이 의미하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자세한 설명이 없는데 매우 궁금한 부분이다.

"나의 인생은 사랑에 대한 갈망과 지식의 탐구, 그리고 끊임없는 고난을 겪는 인류에 대한 동정심이었네. 순결하면서도 열정적인 세 가지가 내 인생을 지배해 왔지. 그리고 이 세 가지 열정은 폭풍처럼 거세게 나를 깊은 고통의 바다, 절망의 가장자리로 이리저리 몰아붙였네."

내가 살아가는 이유 (p289)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매우 유명한 역설의 명제다. 이 말은 노벨 문학상을 받은 분석 철학의 창시자 러셀에 의해 시작된 인류가 풀지 못하는 과제다. 러셀이 무엇을 위해 살아갔는가에 대한 물음에 사랑에 대한 갈망, 지식의 탐구, 인류에 대한 동정심이라고 대답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를 최근에 고민하기 시작했다. 반복되는 삶에 내 스스로가 무료해지고 인생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되었다. 그런 나의 물음에 러셀이 하나의 방향을 제시해 준 느낌이다. 러셀에 대해 조금 더 알아 보고 싶어 졌다.


*****


총 15명의 철학자들이 철학 강의장에 나타났다. 노자, 공자, 헤라클레이토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장자, 아우구스티누스, 데카르트, 루소, 쇼펜하우어, 니체, 존 듀이, 러셀, 사르트르까지 철학자들의 핵심을 책에 담았다. 너무 어렵지 않은 정도의 깊이로 접근하고 있어서 부담이 덜했고 관심 있는 철학자의 책을 구매해 읽고 싶어졌다. 내가 그나마 잘 알고 있던 몇몇 철학자도 있지만 지금까지 잘 모르고 있던 철학자를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나의 길을 제시해 줄 스승을 이제 찾은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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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말했습니다
정영진 지음 / 보다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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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말했습니다

사랑에 흠뻑 취하고 싶은 날에 읽기 좋은 책




저자 정영진, 여행을 좋아하고 소주를 좋아하며 파도를 좋아하고 사진을 좋아하고 사람을 좋아하는 글을 쓰는 사람. 사람들에게 글로 사랑을 하라고 말한다. 저자의 사랑 듬뿍 담긴 글들을 읽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사랑에 흠뻑 취한다. 사랑을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내용이 듬뿍 담겨 있다. 사랑하고 있다면, 사랑하고 싶다면, 사랑했다면 이 책은 당신에게 가슴 한 켠의 사랑을 간질어 줄 것이다.





당신은 빛나는 사람입니다.

그걸 당신만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당신이란 빛' 중에서 (p12)


사랑을 하게 되면 빛나는 내 자신을 발견한다. 내 스스로 깨우치기도 하지만 상대가 알려주기도 한다. 내가 빛나는 사람이라는 것을 모르고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은 사랑을 통해 빛을 발견하는 경우도 많다. 나에게만 빛나는 사람이어도 괜찮다. 내가 평생 빛나게 도와주면 된다. 그 빛을 함께 키워주는 것, 그게 사랑아닐까. 한없이 감성적이고 싶어지는 날, 이 한 구절에 눈물을 머금어도 괜찮은 하루, 사랑이 그리운 하루, 이 책을 통해 위로 받고 힘을 얻을 수 있다.



눈이 오는 날 이 이야기가 떠오를 것만 같다. 우리에게 도로를 더럽히는 교통 체증 유발자로 치부되기도 하는 그 눈. 하지만 누군가에겐 평생의 소원일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싶다. 어쩌면 당연한 것이 남에게는 소중한 것임을 우리는 잊고 살아간다. 나와 함께 하고 있는 사랑도 당연한 것이 아니다. 세상의 많은 이들이 그토록 염원하는 정말 엄청난 확률로 나에게 오는 행운이 바로 사랑이다.

지금 당신 옆에 있는 그 사람.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괜찮은 사람일지도 몰라요.



어서 고백하세요.

손을 꼭 잡으세요.



시간은 기다려 주지 않아요.

그 사람 (p52)

어서 고민하지 말고 옆 사람에게 고백하라며 선동하는 '그 사람'의 글은 이 세상에 참 필요한 글이다. 물론 고백이 항상 성공으로 이어질 수는 없겠지만 고백없는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음을 명심하자.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말은, 고백하면서 손을 잡지 말고 고백에 승낙을 했을 때 잡아야 탈이 없으니 기억하자. 당신 옆에 오래 있었던 사람이라면 당신을 좋아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으니 고백의 성공률이 그래도 높지 않을까 하는데, 실패의 가능성은 잠시 접어두고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자.






사랑은 참 어렵다. 그렇기에 사랑이 아닐까. 손으로 잡을 수 없고 시시때때로 변하는 그 놈. 파도를 바라보며 한 없이 좋을 때도 있지만 무섭게 나에게 다가오기도 하는 그 파도같은 사랑은 적절한 타이밍이 필요한 법이다. 내가 그 사람을 바라볼 때, 그 사람 역시 나를 바라보기란 정말 천운이 아닐까.



1년 뒤의 비행기 티켓이 싸다고

서슴없이 티켓을 끊어 놓는 너.



단지 네가 싼 티켓을 구해서

기분이 좋은 게 아니라



1년 뒤에도 우리가 함께라는

이야기니까 그래서 더 좋은 거야.

1년 뒤 ( p184)

결혼하면 이게 좋다. 1년 혹은 2년 뒤 함께할 여행 계획을 세우는 것이 언제나 가능하다. 연애할 때는 쉽사리 티켓을 끊을 수 없었던 건, 그만큼 관계의 확신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 아무런 고민없이 1년 뒤를 계획할텐데. 언제 헤어질지도 모르는데 1년 뒤 티켓을 계획하는 연인이 있다면 정말 기분 좋은 일이 아닌가. 그 사람이 나에 대한 확신이 있다는 의미니까.

사랑은 같이 시작하지 않은 것보다

같이 끝나지 않은 것이 더 아프더군.

시작과 끝 (P274)

사랑의 시작이 있다면 끝이 있다. 그 끝은 아무도 모른다. 시작은 언제나 함께 하지만 같이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참 아프다. 한 쪽이 일방적으로 먼저 끝날 수도 있기에 더욱 아프다. 같이 끝나는 사랑을 찾기가 오히려 더 힘들지 않을까. 사랑에 반드시 함께 하는 이별은 아프고 힘들지만 그 이별이 있어야 다시 사랑이 오니... 참 아이러니한 사랑이다.






누구나 헤어지고 만나고, 다시 헤어지고를 반복할 거예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다시 사랑을 하고 또 사랑해야 합니다.

에필로그 중에서 (P302)

에필로그에 남긴 저자의 말이 우리를 자극한다. 사랑만큼 설레고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 사람을 힘들게 하고 아프게도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사랑을 해야 한다. 나는 솔로로 지내는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을 하라고 말한다. 사랑만큼 많이 할 수록 좋은 게 없다고 사랑을 전파한다. 나는 평생 베필을 만나 또 다른 사랑을 할 수 없기에 그들에게 마음껏 사랑을 즐기라고 말한다. 마음껏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하지 못하는 것만큼 후회되는 일도 없는데 정작 당사자들은 그 사실을 잘 모르는 듯 하다.



사랑하고 싶어지는 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날, 크리스마스 선물, 새해 선물로 이 책을 슬며시 건네보자. 한 가지 우려가 있어 당부한다. 아직 관계가 확실하지 않은 사이에 이 책은 오히려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으니 주의하기 바란다. 서로 확실히 사랑하고 있는 사이에 이 책이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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