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정명수 옮김 / 모모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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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소행성 B162에서 온 선물




참 유명해서 아직 안 읽었다고 말하기 민망한 책 <어린 왕자>를 나이 서른 다섯의 막바지에 펼쳤다. 책을 읽다보니 분명 예전에 읽은 책이다. 내용은 알겠으나 모두 새로운 이야기로 다가온다. 과거의 내가 분명 읽었는데 놀랍게도 언제 읽었는지, 책을 통해 어떠한 감명을 받았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지금 세상에 대한 불만과 회의감이 쌓였고 답답한 현실에 방황하는 청년기를 보내고 있다. 과거에는 청년기가 20대 였다고 하면 지금은 30대가 인생의 청년기라 할 수 있지 않을까.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키우고 회사 생활의 안정을 찾고 세월이 흘렀다. 그간 겪었던 경험과 책을 통해 쌓은 나의 지식과 지혜들에 의해 내 스스로가 변했으며 성장했음을 느낀다. 그래서 일까? 이제는 <어린 왕자>의 구절 하나 하나에 감명을 받고 글에 담긴 의미들에 쉽사리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였다. 예전에는 그저 아름다운 동화이지만 지금은 내면의 깊은 깨달음을 주는 나의 순수함을 깨우는 어른 동화다. 소행성 B612 에서 온 작은 금발의 어린 왕자는 내 마음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다.

"꽃의 말이 아니라 그녀의 행동으로 판단했어야 했어. 꽃은 나에게 향기를 주었고 나를 환히 빛나게 했지. 그곳에서 도망치지 말아야 했어. 그 보잘것없는 거짓말 뒤에 따뜻한 사랑이 있다는 걸 알았어야 했어. 꽃들은 너무 모순덩어리야! 나는 너무나 어려서 꽃을 사랑할 줄 몰랐던 거야!"

P47

처음에는 꽃의 존재에 대해 갸우뚱했으나 문맥상 어린 왕자의 꽃의 관계가 이해되었다. 꽃은 어린 왕자에게 서툰 사랑의 대상이라 생각한다. 사랑에 많은 경험이 없고 미숙한 어린 왕자에게 꽃은 그저 요구 사항이 많은 까다로운 존재로만 인식되었다. 꽃이 가진 장점을 바라보지 못하고 그저 꽃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고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든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에서 어린 왕자와 꽃과의 관계를 수도 없이 목격하고 경험한다. 꽃이 주는 무한한 향기와 빛을 잊고 까다로움에 당황하고 밀어내려 했다. 그 숨겨진 따뜻한 사랑을 이제는 알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툴툴 거리는 말이 아닌 상대의 행동을 통해 진심을 볼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난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난 더 행복을 느끼다가 4시쯤 되면 안절부절못할 거야. 그래서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깨닫게 되겠지!

P103

정말 유명한 글귀이기에 이곳에 적지 않을 수가 없다. 길들여 진다는 것과 함께 나오는 이 말은 사람의 관계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만들었다. 관계를 맺는다라는 말을 길들여 진다라는 말로 표현하니 참 아름답고 멋들어진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관계를 맺을 때 서로에게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서서히 서로에게 길들여질 시간이 필요하다. 억지로 친해지기 위한 관계의 노력이 아닌 시간이 만들어주는 관계의 탄탄함이 길들여진다는 말로 표현되는 것이 참 마음이 와 닿는다.



누군가를 만나기 1시간 전, 그 대상을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더 확실히 이해가 될 것이다. 그 상대를 만난다는 것만으로 만나기 전부터 우리는 행복하고 설렌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이 참 길게 느껴지면서도 행복하다. 그저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이 행복의 소중함을 깨닫는 삶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배운다.

"내 비밀은 이거야. 아주 간단해. 마음으로 보아야만 잘 보인다. 본질적인 것은 눈에는 보이지 않는 법이니까." (중략) "너의 장미꽃이 소중한 이유는 네가 그 꽃을 위해 시간을 바쳤기 때문이야."

P106

본질적인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법, 우리는 겉모습에 현혹되어 살아왔다. 앞으로도 분명 겉모습에 현혹되어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항상 본질적인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잊고 살아간다. 마음으로 진정 멋진 사람이 다른 어느 것보다 멋진 사람이란 것을.



보아뱀과 모자를 구분할 수 있는 능력. 이미 어른이 되어 버린 우리는 이미 보이지 않는 본질적은 것을 바라보는 순수함을 잃었는지도 모른다. 이미 나 역시 세상을 숫자로만 이해하는 어른인 것을. 어린 왕자를 통해 본질을 바라보는 순수함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한다.



사람과 관계를 맺고 서로 길들이기 위한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꽃을 위해 바람 막이를 세우고 물을 주고 보살피면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럴수록 꽃은 더욱 나에게 소중한 존재가 된다. 어쩌면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일 것이다. 이 시간을 상대를 위해 바쳤다는 사실은 나의 많은 부분을 내어준 것과 다름없다.





"아저씨가 밤에 하늘을 쳐다볼 때마다 내가 그 별들 중 하나에 살고 있을 테니까. 내가 그 별들 중 하나에서 웃고 있을 테니까. 그럼 아저씨에겐 마치 모든 별들이 웃는 것과 같을 거야. 그러니까 아저씨는 웃을 줄 아는 별을 갖게 되는 거야!"

p129

어린 왕자의 결말이 이렇게 슬펐나. 어린 왕자의 죽음을 암시하는 마지막에 아련한 미련이 남는다. 자신의 별로 돌아갔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 방식이 우리의 상상력을 벗어난다. 그 마지막의 상징은 무엇일까. 이제는 영영 볼 수 없는 어린 왕자에 대한 그리움을 하늘의 별이 달래 줄 수 있을까. 우리가 잊고 살아가는 어린 왕자의 순수함을 별을 볼 때 마다 기억하기 위함일까.



어느 위치의 어느 곳에 위치하는지 모르는 어린 왕자의 소행성 B162는 하늘 어딘가에서 빛나고 있을 것이다. 장미에게 물을 주고 바람을 막아주며 화산을 정리하고 바오바브나무를 솎아 내는 어린 왕자의 순수성을 우리는 잊지 않고 살아가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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