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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고전이 좋았을까 - 오래된 문장이 건네는 따뜻한 위로
신은하 지음 / 더케이북스 / 2025년 7월
평점 :
* 더케이북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당신에게 길잡이가 될 것입니다.

오랜만에 나와 결이 맞는 책을 만났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나와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독서 모임 혹은 다른 활동을 하면 가능할 수도 있겠으나 그 역시 내 성격과 맞지 않다. 개인적 취미로 책을 읽곤 하는데 간혹 이렇게 나와 결이 맞는 책을 만나면 더없이 기쁘다. 그토록 찾아 헤매이던 어디가 숨어 있던 소울메이트를 드디어 만난 느낌이랄까. 그렇게 조심스럽게 신은하 저자의 조용한 팬이 되었다.
나의 케렌시아는 어디일까. 곰곰이 돌아보면, 나에게도 인생의 고비마다 '동굴'로 기어들어 가듯 찾아가던 곳이 있었다. 바로 동네 시립도서관의 '종합열람실'이다.
저자의 케렌시아는 바로 도서관이다.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찾았던 도서관에서 숨을 고르고 여유를 찾고 에너지를 비축했다고 한다. 도서관에서 고전을 읽으며 그 안에서 인간의 고민들에 대해 이해하고 문제들을 극복하는 힘을 얻어 한 단계 성장했음을 느꼈다.
나 역시 저자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 고전에서 삶의 정답을 찾았다고나 할까. 사람과의 관계에 회의와 힘든 시기를 보낼 때 인간관계와 관련된 고전 서적들을 통해 인간관게의 핵심을 이해하고 내 삶을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도움을 얻었다.
나의 케렌시아(피난처, 안식처를 뜻하는 스페인어)는 어디일까. 사람들은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동굴 혹은 자기만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특히 아이들을 돌보느라 지쳐있는 엄마, 아빠들에게 케렌시아가 정말 필요하다. 어쩌면 그런 마음의 안식처를 찾았다는 자체가 행운인지도 모른다. 아이를 키우면서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갖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나의 케렌시아가 어디인지 생각해봤다. 집 근처의 작은 카페, 집 앞 한적한 공원이 나만의 케렌시아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저자처럼 집 근처에 도서관이 있다면 참 좋았을 것을, 걸어서 5분 정도의 거리에 있다면 참 좋겠다. 그래야 부담없이 도서관을 다니며 책을 읽을 수 있을테니 말이다.

여우가 말한 '길들임'은 그런 세상에 던지는 질문이다. 진짜 관계란 시간을 들여 서로를 알아가고, 기꺼이 책임지며, 마음을 나누고, 함께 시간을 축적하는 일이어야 한다.
<나는 왜 고전이 좋았을까>을 읽고나니 마치 숨겨진 보물을 찾은 것만 같았다. 왜 숨겨진 보물을 찾은 느낌이었을까? 첫째, 어떤 고전을 읽을지 뭔가 막막할 때 이 책이 큰 도움이 된다. 모든 고전 문학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지 않아 저자가 더 고전 문학들을 섭렵하고 두번째 세번째 책도 내주었으면 한다. 나와 결이 맞는 저자의 책이기에 고민없이 후속 책을 만나면 집어 들것만 같다.
둘째, 고전 문학에 대한 저자만의 해석이 담겨 있어 더욱 좋다. 물론 <어린왕자>를 이미 읽었지만 이 책에서 <어린왕자>를 다루고 있고 저자만의 해석을 읽고나니 문득 다시 <어린왕자>가 읽고 싶어졌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글귀가 전하는 숨겨진 의미를 온전히 이해했는가에 대한 의문이 남아있다. 책을 읽고 나면 이러한 숨은 뜻이 있는건가 라는 생각을 하는데 확신이 없을 때가 있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의 서평이나 후기들을 읽고 내가 했던 비슷한 생각들을 찾아보곤 하는데, 이 책에서는 저자만의 생각들이 내가 생각했던 부분들과 많이 닮아 있고, 미처 생각치 못했던 부분들도 있어 더욱 좋았다.

<모비 딕>은 내게 다시 읽을 날을 조용히 기다리게 만드는, 깊고도 단단한 고전이다. 바다 한가운데를 외롭게 항해하던 피쿼드호의 모습과 저마다의 사연으로 모였던 선원들의 모습이 지금도 아득하게 떠오르는 그런 책이다.
"이 책은 고래 덕후가 되거나, 읽기를 포기하거나 둘 중 하나라."(p208) 라고 <모비 딕>의 한 독자가 평했다고 한다. 상당한 분량을 자랑하는 고전은 그 도전 자체가 꺼려지게 마련이다. 그렇게 첫 페이지를 펼치지 못한 고전이 많은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책이다. 저자는 독서 모임을 통해 어렵고 힘든 고전 독서의 과정을 이겨냈다고 한다. 그렇지만 <모비 딕>을 읽으면서 이야기에 푹 빠졌다고 하니 도전 욕구가 활활 타오른다.
이 에피소드를 읽고난 후 내 책장의 책들을 하나씩 살펴봤다. 아직 못 읽은 책들이 상당히 많이 보여 놀랍다. 내가 꼭 읽겠다고 다짐한 고전들이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르겠다. <파우스트> <그리스인 조르바> <삼국지>등 이미 인정 받은 멋진 고전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이 다음 책으로는 꼭 고전을 읽어야겠다고 다짐한다. 고전을 펼쳐들 힘을 이내 얻은 듯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