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봄이 다시 오려나 보다
나태주 지음, 박현정(포노멀)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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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에이치코리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아무래도 봄이 다시 오려나 보다

풀꽃 시인 나태주의 위로와 행복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풀꽃>

나태주

나태주 시인의 <풀꽃>은 대한민국에서 어쩌면 가장 유명한 시 중 하나일 것이다. 이 짧은 시는 우리의 마음을 슬며시 건드렸고 그 은은한 감동은 오래 지속되었다. 나태주 시인에 대해 모르는 이들도 한 번은 들어왔을 이 시는 국민시가 되어 우리를 어루만진다. 나 역시 하나의 풀꽃과도 같은 인생을 살아가며 그저 흔하디 흔한 한 사람의 모습이건만 이런 나를 사랑스럽게 들여다 봐준다니, 이 위로가 나즈막히 오래도록 향기를 뿜내닌다.

150여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는 나태주 시인의 신작 시집 <봄이 다시 오려나 보다> 는 어느덧 인생의 막바지에 다다른 나태주 시인의 마음이 담긴 시집이다. 위로, 행복, 동행, 나태주 시인이 색이 담긴 풀꽃과도 같은 시들도 있고, 딸에 대한 마음도 담겨 있으며, 사람들에 대한 정과 인생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담겨 있다.




그대는 봄

겨울이라도 봄

그대 생각하기만 하면

언제라도 가슴에

꽃이 피니까......

<그대>

나태주

많은 시 중에서 나는 <그대>라는 시에서 한동안 멈추어 있었다. 처음 한 번 읽었을 때는 순간 무슨 말이지 했으나, 다시 한 번 더 읽으니 내적 감탄사를 내뱉었다. 물론 누군가에게는 오글거리는 표현일수도 있겠으나 사람마다 느끼는 바가 다르고 표현의 방식이 다른 것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 시가 나에게는 감동을 주었으니 그걸로 되었다. (시를 읽으니 나도 시인이 되어가는 듯 하다)




당신은

내가 사랑하는 나를

가장 많이 사랑해 준

첫 번째 사람입니다

<첫 사람>

나태주

<첫 사람>을 읽었을 때도 비슷한 감정이 일었다. 처음 읽었을 때는 순간 '뭐지?' 했다. 그리고 역시나 다시 한 번 읽었을 때 감탄했다. 당신 이라는 이 대상이 부모가 될 수도 있고, 아내가 될 수도 있고, 돌아가신 할머니일수도 있겠다. 그 대상이 누구인지가 사실은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나를 사랑해 준 사람, 나랑 가장 많이 사랑해 준 사람, 나랑 가장 많이 사랑해 준 첫 번째 사람. (물론 아닐 수도 있겠지만) 이 한 구절을 쓰기 위해 나태주 시인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까 싶은 마음도 들었다. 사람 앞에 '첫 번째'라는 단어가 없었다면, '가장 많이'라는 단어가 없었다면... 이 시를 느끼는 내 마음이 지금과는 조금 다르지 않았을까.



지구에서의 날들이

너무 빨리 간다

당신하고의 날들은

더욱 빨리 간다

그런 날들을 나는 오늘

행복이라 부른다.

<행복>

나태주

<행복>이란 이 시를 읽고 참 많은 생각이 밀려왔다. 이 시를 읽고 있는 40대에 접어든 나 역시도 지구에서의 날들이 참 짧다는 생각을 한다. 80에 접어든 나태주 시인도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나는 멍하니 생각이 잠긴다. 인생의 막바지에 접어든 시인의 시에는 이렇게 인생에 대한 그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지구를 여행이라 표현하며, 인생은 혼자라 말하고, 이제는 인사를 해야할 때라며 안녕이라 말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시를 쓰고 있는 모습이 멋있고 대단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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