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엔딩으로 만나요
샤를로테 루카스 지음, 서유리 옮김 / 북펌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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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피엔딩으로 만나요



끝에는 다 잘될 것이다. 

잘되지 않았다면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p377)



샤를로테 루카스 작품은 참 묘한 매력이 있다. 뻔한 스토리 라인이지만 놓을 수 없는 특별함이 있다. 6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지만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한번 읽기 시작하면 술술 읽힌다. 샤를로테 루카스의 필력 때문인지 옮긴이 서유리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아무튼 이 책은 만난다면 책이 가진 매력에 한 번, 해피 엔딩을 사랑하는 엘라의 매력에 한 번 더 빠지게 될 것이다.


착하고 순진한 주인공 엘라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순정 만화의 주인공이 떠오른다. 현빈과 하지원의 케미를 보여준 시크릿 가든이 떠오른다. 현실에서 불가능 할 것만 같은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그 주인공이 바로 엘라다. 책에서도 언급된 미비포유의 주인공도 떠올랐다. 비극적인 결말이라 엘라가 각색한 책이긴 하지만... 여주인공이 가진 매력이 비슷하다고 해야할까. 엘라는 해피 엔딩을 사랑하며 기존의 새드 엔딩 작품을 직접 해피 엔딩으로 다시 각색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다. 필립과 결혼을 앞두고 있는 그녀에게 어느 날 비극이 닥쳐온다.



오스카가 등장하면서 이야기가 흥미를 더한다. 거대한 저택에 살지만 불행한 삶을 사는 남자 주인공. 쓰레기 더미의 집과 맨발로 다니는 오스카. 이 두 주인공의 만남은 우연한 만남이었다. 여기에 순정 만화적 요소가 추가된다. 엘라에게 밀려 계단을 굴러 떨어지는 오스카는 아주 멀쩡한 줄 알았건만 아니었다. 아주 불행함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었다. 가족과의 끔찍한 기억을 읽어버린 오스카에게 엘라는 행복을 심어주고 싶다. 오스카에게 선사하는 선의의 거짓말은 비극적인 결말을 각색하는 그녀의 모습과 참 닮아있다.



어디서 본 듯한 이야기, 드라마에서 만난 듯한 내용, 낯설지 않는 주인공의 모습, 가난한 여자 주인공과 불행한 백만장자 남자 주인공의 만남 등 어쩌면 진부하다 할 수 있는 이 이야기가 이상하게도 참으로 흥미롭다. 어떠한 결말을 가져올지 예상이 되면서도 궁금하다. 참 묘하다. 스토리가 참 중요하다고 믿는 나인데 스토리보다는 어떻게 쓰느냐가 어쩌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이미 이 책의 매력이 흠뻑 빠진 내 모습이 증명하고 있다.


벚꽃 날리는 봄에 어울릴만한 소설로 추천한다.



"그리고 모든 시작에는 마법이 깃들어 있다. "(p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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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례 시간 - 수업이 모두 끝난 오후, 삶을 위한 진짜 수업
김권섭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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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례시간



가끔은 학창 시절이 그립다. 서투르고 부족한 나이의 학생 때가 잘 모르기에 걱정도 없었던 것 같다. 학생이었던 그 시절은 이미 10년도 훌쩍 지났지만 멀지 않은 과거로 여겨진다. 그저 빨리 끝나기만을 바랐던 그 시간이 지금은 그립다. 종례 시간은 짧으면 좋았던 그 철없는 시절의 선생님의 말씀이 지금은 왜 듣고 싶어지는지. 잔소리만 같았던 선생님의 말씀을 이제야 듣고 싶다.


코골이와 압정
흔한 일상의 물건, 일상의 단어가 매우 특별해지는 순간이다. 코골이와 단점이라는 연결하기 어려운 그 둘의 연결고리를 선생님께서 설명해 주셨다. 단점에 대해 지적 받았을 때 우리의 자세는 코골이와 닮아있다는 이야기가 어색하지 않고 이해가 쉽다. 압정과 같은 사람이라는 단어는 평생 잊지 못할 것만 같다. 두루 넓은 지식을 갖추면서 한 분야에는 깊게 탐구해야 한다. 여러 사람과 두루 친하면서 절친을 두자. 이는 압정과 닮아 있다.

"나의 천적은 나였던 거다" - 조병화 시인의 '천적' (p163)

책임은 무겁고 길은 멀다
삶을 살아가며 어려움과 만나는 경우가 많다. 인생의 시련이 언제 올지 모른다. 그 시련은 누구에게나 온다. 그런데 그 시련은 잘 완성된 도자기에게 온다. 망가진 도자기는 시험에 오르지 않는다. 힘 센 소와 약한 소 두 마리 중 쟁기를 지고 일을 하는 소는 힘 센 소다. 책임이 있는만큼 어깨는 무거워지고 나아갈 길은 더욱 창대해 진다.

도자기를 만드는 사람은 망가진 도자기를 손가락으로 두드려서 시험해보지 않는다. 그러나 좋은 도자기를 만들었을 경우 손가락으로 두드려 시험해본다. 이 때문에 하느님은 올바른 사람을 시험한다. (p214)


꾸짖는 이유
학생들을 진정으로 생각하는 선생님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선생님이 왜 학생들을 꾸짖을 수 밖에 없는지는 사실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하지만 학생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애정이 있고 사랑이 있기에 꾸짖는다. 학생이 잘되라고 하는 말이다. 치료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환자를 의사는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치료에 임하듯 선생님도 학생의 미래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사랑한다면 수고롭게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진심으로 대한다면 깨우쳐주지 않을 수 있겠는가? (p242)

논어, 맹자, 불경, 이솝 우화, 탈무드 등 자칫 재미 없고 따분할 것만 같은 곳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을 이해하기 쉽게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들을 알기 쉽게 선생님이 말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일상의 소중함, 배움의 즐거움, 우리의 인생, 다른 이들의 삶 등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인생의 보탬이 되는 이야기들이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은 선생님을 통해 인문학에 더욱 관심이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현직 국어 선생님 저자 김권섭, 29년간 제자들에게 마음을 담아 했던 이야기들을 책에 담았다. 이 책을 보며 고등학교 시절 우리에게 좋은 말씀 해주셨던 고3 담임 선생님 국어 담당 권승호 선생님이 문득 떠오른다. 그분의 애정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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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손길이 닿기 전에
리사 윈게이트 지음, 박지선 옮김 / 나무의철학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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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내용이지만 속도감있고 감동까지 선사하는 감히 수작이라 말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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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손길이 닿기 전에
리사 윈게이트 지음, 박지선 옮김 / 나무의철학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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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손길이 닿기 전에



각종 베스트 셀러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책이다. 탄탄한 스토리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독자를 홀리는 흡인력이 있는 작품이다. 책을 읽기 시작한 초반에는 조금 어수선했다. 여느 소설책이 그러하듯 다양한 등장인물들에 혼란스러웠다. 그 초반을 넘어가는 시점부터는 책 읽는 속도가 붙는다. 미스터리 장르를 잘 살린 이 책의 매력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마치 내가 그 상황에 들어가 있는 듯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묘사와 전개가 나를 홀렸다.

미국 테네시의 한 보육원에서 원장 조지아 탠이 수천 명의 아이들을 부자들에게 팔아넘겼다고 한다. 원장은 현대 입양의 어머니로 칭송 받았다는 점이 매우 끔찍하다. 이러한 일들이 실제 일어난 사건이라고 하니 더욱 가슴아프다. 

1939년의 '릴'의 시선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경찰들에게 잡혀 강제로 보육원에 들어가는 과정부터 보육원에서의 일들을 속도감 있게 담았다. 실제 일어난 일을 모티브로 했기에 더욱 몰입이 되었다. 만약 내가 열 두살의 아이라면 저 상황에서 어떻게 할 수 있었을까. 힘없는 아이들이 아무 저항하지 못한 채 새로운 이름으로 둔갑되어 팔려 간다. 

현재 시점에서 또다른 이야기가 있다. 에이버리는 요양원에서 한 노부인을 만난다. '메이 크랜들'이란 이름을 가진 노부인. 무언가 사연이 있어보이는 노부인을 지나치지 못한 에이버리는 노부인을 찾게 된다. 메이라는 이름이 절묘하다. 현재 시점과 과거 릴의 이야기가 교차되면서 그 두 이야기의 연결 고리를 유추해가며 읽는 재미가 있다. 그 연결 고리를 찾아가는 여정이 흥미롭다.

책을 읽고나서 이 문구가 계속 기억에 남아 아래 적는다. 이 책 내용을 함축적으로 표현했다는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다. 아이들 실종사건은 간혹 뉴스 기사로 만난다. 다른 사람의 일이었고 내 일이 아니었다. 일어나서는 안 될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지금도 어디선가는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 것만 같다. 사랑스런 아이들은 가족과 함께 할때 더욱 사랑스러운텐데 말이다.

"그래 그랬어. 우리 모두 엄마의 예쁜 머리카락을 닮았지." p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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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희와 나 - 2017 제17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
이기호 외 지음 / 다산책방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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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희와 나



단편의 맛을 느끼다
이 책을 읽을 이유는 없었다. 단편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탓도 있거니와 제목이 그리 끌리지 않기에 관심 밖의 책이었다. 다만 한가지가 궁금했다. 제17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이라고 하니 어떻게 하면 작품으로 상을 받는 것인지 단지 그 사실 하나가 궁금했다. 그런데 좀 놀라웠다. 단편이 가진 매력을 지금까지 몰랐다고 하는면이 맞겠다. 오히려 장편으로 다뤄지기 힘든 내용이란 생각도 들었다. 단편 맞춤 이야기라고 해야 할까? 지루하게 늘어지지도 그렇다고 아주 짧지도 않은 핵심을 담은 이야기가 생각보다 흥미로웠다. 수상작은 역시나 그 흡인력이 대단했다. 특히 수상작 "한정희와 나"는 뒷 이야기가 궁금해서 읽게 되고 결국 내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사회 문제의 중심에서 바라보다
흥미로운 이야기라고 하면 어딘가 꺼림직하다. 어두운 우리 사회의 단면을 통찰력있게 아주 심도있게 보여주는 이야기다. 심사평 중 "구조적 폭력"이란 말에 공감되었다.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문제, 조직의 문제라는 접근이 더 맞아 보인다. 개인이 아무리 노력한다 하더라도 구조적 문제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문제의 중심에 서 있게 되기 때문이다. 단 하나의 문제가 야기하는 사건은 없다. 다양한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융합되어 사건이 이미 벌어져 있다. 그 인과관계를 어떻게 설명해야할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누군가를 뼛속 깊이 이해하기란 매우 어렵다. 속속들이 그 사람이 되지 못한다. 나 또한 그러하였음을 이 짧은 단편들을 통해 알게 되었다. 우리는 이 짧은 단편을 통해 한정희가 되어 보기도 하고 작가 이기호가 되어 보기도 했다. 작가 이기호의 시선으로 바라 본 한정희의 모습을 우리도 지켜본다. 과연 누구를 탓해야 하는가 라는 의문이 샘솟았다.

누가 제대로 된 사람인지
자선작인 '권순찬과 착한 사람들'은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 하다. 진정으로 잘못한 사람들은 문제가 중심이 있지 않은 경우다 허다하다. 돈없고 힘든 이 시대의 피해자들만이 문제의 중심이 남아 있고 잘못한 이들은 문제의 주변에 조차 있지 않다. 착한 사람들은 왜 그리 많은지. 십시일반 돈을 모아 딱한 사정의 권순찬을 도와 주지만 권순찬은 이를 거절한다. 나 또한 권순찬의 이러한 이해할 수 없는 모습에 답답했다. 그냥 돈 받고 가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이야기가 끝나고 그런 생각을 했던 내 자신을 뒤돌아 보게 한다. 이 소설에서 가장 제대로된 생각을 가진 사람은 착한 사람들도 또한 나도 아닌 바로 권순찬이었음을.

지울 수 없는 '손톱'의 상처
가난함을 정의한다면 어떨까. 돈이 없는 사람? 희망이 없는 사람? 우리 모두 자신의 위치에서 현재에 만족하기 힘들다. 더 많은 재물을 쌓고 싶어하고 이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가장 믿을 수 있는 가족에게서 버림 받고 배신을 당한 착한 사람, 더욱이 가난함까지 받았다. 이러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그저 내 옆에 없기에 모를 뿐이다. 하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주어진 위치에서 묵묵하게 살아간다. 통근 버스에 몸을 싣고 출근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말이 왜 그렇게 안타깝게 다가오는지. 젊음을 누리지 못하고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기만으로도 벅찬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그녀의 모습이 그토록 공감이 된다. 그녀만큼은 아니지만 어렵게 살아온 내 자신도 월급과 이자 계산에 미래를 계획하는 그녀의 모습과 다름없어 애잔하다.



작품 하나하나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난 사람은 모른다. 돈에 대한 걱정없이 살아온 사람들은 알기 어렵다. 아무리 설명해도 문제가 많은 그 구조 안에 들어와 본 적 없는 그들은 진정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이렇게 말하는 내 자신도 그들의 어려움을 모두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없다. 그나마 나은 축에 속할 뿐이다.

작품이란 이런 게 아닐까? 사람의 생각을 변화시키고 이해력을 향상시켜주는 글. 경험해 보지 않은 삶을 간접 경험을 통해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힘이 있는 글. 황순원문학상 수상작들에 대해 알게 되었고, 이 상을 수상한 작품들을 찾아 볼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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