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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례 시간 - 수업이 모두 끝난 오후, 삶을 위한 진짜 수업
김권섭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2월
평점 :
종례시간
가끔은 학창 시절이 그립다. 서투르고 부족한 나이의 학생 때가 잘 모르기에 걱정도 없었던 것 같다. 학생이었던 그 시절은 이미 10년도 훌쩍 지났지만 멀지 않은 과거로 여겨진다. 그저 빨리 끝나기만을 바랐던 그 시간이 지금은 그립다. 종례 시간은 짧으면 좋았던 그 철없는 시절의 선생님의 말씀이 지금은 왜 듣고 싶어지는지. 잔소리만 같았던 선생님의 말씀을 이제야 듣고 싶다.
코골이와 압정
흔한 일상의 물건, 일상의 단어가 매우 특별해지는 순간이다. 코골이와 단점이라는 연결하기 어려운 그 둘의 연결고리를 선생님께서 설명해 주셨다. 단점에 대해 지적 받았을 때 우리의 자세는 코골이와 닮아있다는 이야기가 어색하지 않고 이해가 쉽다. 압정과 같은 사람이라는 단어는 평생 잊지 못할 것만 같다. 두루 넓은 지식을 갖추면서 한 분야에는 깊게 탐구해야 한다. 여러 사람과 두루 친하면서 절친을 두자. 이는 압정과 닮아 있다.
"나의 천적은 나였던 거다" - 조병화 시인의 '천적' (p163)
책임은 무겁고 길은 멀다
삶을 살아가며 어려움과 만나는 경우가 많다. 인생의 시련이 언제 올지 모른다. 그 시련은 누구에게나 온다. 그런데 그 시련은 잘 완성된 도자기에게 온다. 망가진 도자기는 시험에 오르지 않는다. 힘 센 소와 약한 소 두 마리 중 쟁기를 지고 일을 하는 소는 힘 센 소다. 책임이 있는만큼 어깨는 무거워지고 나아갈 길은 더욱 창대해 진다.
도자기를 만드는 사람은 망가진 도자기를 손가락으로 두드려서 시험해보지 않는다. 그러나 좋은 도자기를 만들었을 경우 손가락으로 두드려 시험해본다. 이 때문에 하느님은 올바른 사람을 시험한다. (p214)
꾸짖는 이유
학생들을 진정으로 생각하는 선생님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선생님이 왜 학생들을 꾸짖을 수 밖에 없는지는 사실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하지만 학생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애정이 있고 사랑이 있기에 꾸짖는다. 학생이 잘되라고 하는 말이다. 치료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환자를 의사는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치료에 임하듯 선생님도 학생의 미래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사랑한다면 수고롭게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진심으로 대한다면 깨우쳐주지 않을 수 있겠는가? (p242)
논어, 맹자, 불경, 이솝 우화, 탈무드 등 자칫 재미 없고 따분할 것만 같은 곳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을 이해하기 쉽게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들을 알기 쉽게 선생님이 말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일상의 소중함, 배움의 즐거움, 우리의 인생, 다른 이들의 삶 등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인생의 보탬이 되는 이야기들이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은 선생님을 통해 인문학에 더욱 관심이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현직 국어 선생님 저자 김권섭, 29년간 제자들에게 마음을 담아 했던 이야기들을 책에 담았다. 이 책을 보며 고등학교 시절 우리에게 좋은 말씀 해주셨던 고3 담임 선생님 국어 담당 권승호 선생님이 문득 떠오른다. 그분의 애정이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