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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ㅣ 생각뿔 세계문학 미니북 클라우드 15
프란츠 카프카 지음, 안영준 옮김, 엄인정 해설 / 생각뿔 / 2018년 10월
평점 :
품절
변신 - 프란츠 카프카
천재는 단명한다 했던가. 41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 프란츠 카프카(1883~1924)는 6남매 중 장남으로 법학을 공부했고 대학 친구막스 브로트를 통해 글을 쓰기 시작한다. 친구는 프란츠 카프카가 세상을 떠난 후 유작을 세상에 나올 수 있게 한 중요한 인물이었다고 하니 친구 덕에 유명해진 셈이다. 카프카는 독일계 유대인으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주변인의 삶을 살았고 불행한 가족사가 있었다. 이러한 그의 삶은 독특한 문학적 세계를 형성하는 데 일조한다.
"판결, 변신, 시골의사, 갑작스러운 산책, 옷, 원형 극장의 관람석에서, 오래된 기록, 법 앞에서, 학술원에의 보고" 까지 총 9편의 단편 소설이 담겨 있다.
변신
프란츠 카프카의 단편 소설 9편 중에서도 '변신'은 우리가 주목해야 할 작품이다. 해설을 제외한 180여 페이지 중에서 100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는 '변신'은 단편이라고 하기엔 소설이 가진 힘이 매우 크게 다가온다. 어렵지 않게 읽어 나갈 수 있고 술술 읽기는 내용이지만 독특함이 묻어 나는 동시에 쉽사리 넘어가기 힘든 묘한 마력이 깃든 내용이다. 현대와 동떨어진 이야기라고 생각했으나 현대를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반영하고 있어 그 표현 방식이 놀라울 따름이다.
어느 날 아침, 기분 나쁘게 깬 그레고르 잠자는 침대 속에서 한 마리 흉측한 벌레로 변해 버린 자신을 발견했다. (p29)
어느 날, 영문도 모르게 벌레로 변신한 '그레고르 잠자'로 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벌레가 된 '그레고르 잠자'의 행동에 묘한 동질감을 느낀다. 집안의 장남이며 경제적인 부분을 책임지고 가족을 위해 전전긍긍하는 그의 모습이 내 모습과 그리고 우리 사회의 가장들과 매우 닮아 있다. 벌레로 변한 자신의 모습에 대한 걱정보다 가족에 대한 걱정, 출근에 대한, 직장에 대한 걱정을 먼저하는 그의 모습이 선뜻 이해가 되지 않으면서도 어쩌면 나의 모습이 저럴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문득 자리 잡는다.
소설에서는 벌레로 변신했지만 내가 만일 사고로 인해 식물인간이 되었다는 가정을 해볼 수 있다. 실제 병으로 세상을 떠난 작가 본인의 모습을 투영했을지도 모른다. 카프카도 장남으로 막중한 책임감이 있던 인물이었으리라. 이런 상황에서 가족들의 인내심은 어디까지일지 나 역시도 궁금하다. '긴 병에 장사 없다'는 말이 있듯 가족들의 모습도 이해가 된다. 언제까지고 벌레와 동거동락하며 살 수 없지 않을까. 그저 나쁘다고 할 수 없다. 나 또한 그 상황에서 그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자자, 그만 이리 와요. 지난 일을 계속해서 생각하면 무엇하겠소.
이제 내 생각도 좀 해 주어야지. (p128)
시골의사
처음에는 좀 난해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이었을까. 곰곰히 생각해 봤다. 인간의 무능력함과 노력의 상관 관계에 대해 말하고자 한 것이 아닐까 싶다. 선의의 노력이 항상 바라는 결과에 다가가는 것은 아니다. 착한 시골의사이지만 하녀를 지키지 못하고 스스로도 지키지 못하며 환자도 치료하지 못한다. 선택의 기로에서 우리는 항상 선택을 하며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 그렇다 하더라도 원하지 않는 결과에 도달할 수 있다. 의지와 인과관계의 문제가 아닌 그저 그런 결과에 도달한 것이다. 인간은 그렇게 속으면서 살아간다. 속았다.
"카프카 소설들이 가진 그 무언가"
카프카의 소설들을 한 번 읽었을 때는 확 와 닿지 않았다. 소설에서 말하는 바가 무엇인지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있었다. 곰곰히 생각해보고 다시 읽어봤을 때 처음 읽었을 때와는 다르게 다가왔고 그 심오한 카프카의 방식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평탄하지 않은 인생을 살았던 카프카처럼 굴곡진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일수록 카프카의 소설이 더 와닿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