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왕이 온다

보기왕이 온다 ㅣ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0월

보기왕이 온다

"절대 안으로 들어오게 해서는 안 된다"

호러를 책으로 만난다는 자체에 약간의 거부감이 있었다. 공포영화를 영화관에 가서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시각과 청각의 자극적인 공포물이 짜릿하고 흥미롭기 때문이다. 책으로 호러 장르를 많이 만나지 못한 탓도 있겠으나 책으로 읽는 호러에 대한 개인적인 기대감이 사실 낮았다. 속는 셈치고 한 번 읽어보자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의외였다. 책으로 읽는 호러가 이렇게 재미있을 줄이야. 일본 호러소설대상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으로 그 작품성은 보장된 책이다.

일본에서 공포/호러 시리즈로 유명한 기묘한 이야기가 생각났다. 인간이 아닌 그 무언가와의 대결 구도가 흥미로웠다. 매우 강력한 존재인 보기왕은 대결 상대라 하기엔 인간의 힘으로 대항조차 어렵다. 보기왕에게서 벗어나려 하지만 문밖에 이미 보기왕이 찾아와 있다. 보기왕은 어떻게 알고 찾아왔는지 문 밖에서 이름을 부르고 안으로 들어오려 한다. 대답을 해서는 안되지만 그 누가 대답을 안할 수 있겠는가.

딩동. 초인종이 울린다.

대답하면 안 된다. 문을 열어줘도 안 된다.

절대 안으로 들어오게 해서는 안 된다.

회사로 찾아온 누군가가 치사를 찾는다고 한다. 치사는 바로 나의 딸, 아직 세상에 태어나지 않은 아내의 뱃 속의 딸의 이름이다. 누구에게도 알려주지 않은 딸의 이름 치사. 그런데 어떻게 이 이름을 알고 치사를 찾는 누군가가 찾아왔다.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3개의 장으로 나눠 3명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다. 첫번째는 '다하라 히데키'의 시선. 어렸을 때 보기왕이 찾아왔고 지금 다시 히데키의 딸 치사를 찾아온다. 어떻게 해서든 가족을 지키고자 영매사 마코토를 찾아가고 보기왕에 대적하기 위해 고군분투 한다.

두 번째 장은 히데키의 아내 '가나'의 시선이다. 히데키의 시선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와 가나의 이야기가 대비된다. 보기왕만으로도 공포스럽지만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에서도 소름 돋는 내용을 만날 수 있다. 절묘하게 연결되는 각 장의 연결고리가 참신하다. 그저 정상적인 평범한 가정의 '히데키'와 '가나' 그리고 딸 '치사'라고 생각했으나 그렇지 않았다.

마지막 장 제 삼자인 노자키의 시선이다.  마코토의 연인(?)이자 오컬트 작가인 그의 시선에서 모든 실마리가 풀린다. 보기왕에 대한 문헌부터 모든 자료들의 연결이 드러난다. 특히 마코토의 언니 고토코의 등장으로 상황은 급변하게 된다. 집에 있는 거울도 닦고 은반지를 하나 구매해 둬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든다.

현관에 여자 그림자가 있었다. 밤의 어둠보다 더 어두운 그림자. 키는 크지도 작지도 않다. 머리칼이 길다는 것만은 실루엣으로 알 수 있었다. (p342)

책을 읽고 나니 왜 일본 호러소설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했는지 이해가 된다. 보기왕 자체에 대한 컨셉과 스토리 구성이 훌륭하다. 뿐만아니라 서서히 공포심을 조장하고,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들의 조합으로 더욱 가슴조이며 흥미로웠다. 끊임없이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그 긴장감을 소설의 끝까지 이어가고 있다. 보기왕에 대적하는 등장인물들을 응원하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호러 소설 <보기왕이 온다>를 추천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