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역 아리스토텔레스의 말 - 현대인들의 삶에 시금석이 될 진실을 탐하다
이채윤 엮음 / 읽고싶은책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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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역, 아리스토텔레스의 말

가볍게 읽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전하는 진실

오랜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진리는 존재한다. 과거 현인들의 말들은 현대의 우리에게도 그대로 적용가능한 진실이며 지혜다. 그 중 아리스토텔레스는 서양 문명의 토대인 그리스적 학문 체계를 세운 인물이다. 플라톤의 제자이자 알렉산더 대왕의 스승인 아리스토텔레스는 다양한 과목에 능통하고 사람들을 가르쳤다. 정치학, 윤리학 형이상학, 시, 연극, 음악, 생물학, 동물학, 물리학 등 다양한 학문에 능통하여 '만학의 아버지'라 불렸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실제 170여권에 달하는데 현재 남아 있는 것은 30권 정도라고 한다. 그의 책들 중에서 <니코마코스 윤리학>, <수사학>, <정치학>, <형이상학>, <영혼에 관하여>, <시학>의 내용에서 각 주제에 맞는 내용들을 모아 저자 이채윤은 <초역,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에 정리했다. 행복, 영혼과 중용, 친구, 사랑과 쾌락과 아름다움, 철학, 정치, 인간 행동, 일과 삶, 교육, 시와 예술까지 총 10가지 주제로 이루어져 있다.

행복한 사람이란 바르게 행동하면서 잘 사는 사람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사실상 행복을 좋은 생활이자 바르게 사는 행위라고 규정한 바 있기 때문이다. (중략) 행복을 덕, 혹은 여러 덕들 중 어떤 한가지 덕으로 보는 사람들의 생각과 우리의 정의는 일치힌다. 왜냐하면 덕에 기반한 활동은 덕에 속하기 때문이다.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잇으려면 (p31)

세상을 살아가면 행복한 삶에 대해 모두가 생각한다. 행복을 행운, 덤, 분별력, 지혜, 쾌락 등으로 보기도 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윤리학에서 행복한 사람은 바르게 덕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라 말한다. 바르게 살기 위해 좋은 성격이 필요하며, 매사에 노력하는 모습이 요구된다. 노력을 통한 탁월한 활동이 성공과 행복을 가져다준다. 우리의 삶에서 성취할 수 있는 가장 최고의 것인 행복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이상적인 것'과 '좋은 것'이 둘 다 어울린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것 (p117)

나에게 '이상적인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해봤다. 돈 걱정이 없는 상태,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사는 상태, 베풀면서 사는 것이 모두 충족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만 같다. 그런데 참 쉽지 않다. 돈으로 부터 자유로운 상태가 되어야만 하는 것들이다. 그렇기에 나는 계속 무언가를 바라고 갈망할 수 밖에 없나 보다.

돈을 버는 삶은 강요에 의해 행해지는 것이고, 부는 분명히 우리가 추구하는 선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단지 유용할 뿐이고 다른 것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돈을 버는 삶 (p209)

"부는 우리가 추구하는 최선의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단지 유용할 뿐이고 다른 것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p210) 돈에 대해 나의 마음을 정화하는 글귀들이다. 일과 삶에 대해 돈을 버는 일은 배제할 수 없다. 최소한의 삶을 위해 우리는 일을 할 수 밖에 없다. 간혹 돈을 위해 잘못된 선택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우리를 스스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무엇을 위해 돈을 벌고 어느 것을 위해 돈을 버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선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이 시간은 나의 마음을 정화시키고 환기시킨다.

생각과 배움에서 생기는 쾌락은 우리를 더욱 생각하고 배우게 할 것이다.

배움에서 생기는 쾌락 (p222)

요즘 젊은이의 기준이 모호하다.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호기롭고 의욕이 왕성한 시기를 젊은이라고 하는데 나는 그 젊은이에 속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생각과 배움에서 생기는 쾌락을 느낀다면 그 시기가 바로 젊은 시절이 아닐까. 사람은 인생을 통틀어 항상 배우고 익힌다. 그 배움이 즐겁고 나에게 유익하다면 어떻게서든 도움이 되고 쾌락을 느끼기도 한다. 세상 다양한 방면에 배움을 즐긴다면 우리는 언제나 젊은이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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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러시아 원전 번역본) - 톨스토이 단편선 현대지성 클래식 34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홍대화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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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내가 사는 이유'를 고민하는 이에게 건네고 싶은 책

이 책은 사랑이다. 삶이 힘들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건네고 싶은 책이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고전이기에 읽기를 겁냈던 나였지만 절대 어렵지 않다. 레프 톨스토이는 어린 아이들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책을 썼다. 읽기 쉬울 뿐 아니라 재미있고 교훈까지 담고 있다.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책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과연 신은 존재하는가 라는 의구심을 갖게 만드는 많은 사건 사고들을 본다. 우리는 하느님, 하나님, 예수 등 다양한 모습의 그분을 기다린다. 광채로 빛나는 빛의 형태로 우리에게 오실 그분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기 위해 성당이며 교회로 달려간다. 성전에서 그분의 말씀을 듣고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한다. 다시 일상에 돌아와서는 주변의 어려운 이들은 외면한다.

주변의 이웃을 돕는 일, 사랑을 전하는 일, 자신을 내어주는 일들은 물론 어렵고 힘든 일이다. 하지만 주변을 돌아보고 사소하게 건네는 선행도 괜찮다고 책은 말한다. 이 선행이 모여 더 큰 선행이 되고, 그것이 바로 사랑임을 우리는 깨닫는다.

저는 사람들이 자신에 대한 염려로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사랑 하나만으로 살고 있다는 것을 이제 깨닫게 되었습니다. 사랑 안에 있는 사람은 하나님 안에 있고, 그 안에 하나님께서 계십니다. 하나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p40)

10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 중 단연 책의 제목으로 선정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 짧은 이야기가 이렇게나 내 마음을 흔들어 놓을 줄은 몰랐다. 사람 안에 무엇이 있는지, 사람에게 무엇이 주어지지 않았는지, 사람이 무엇으로 사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것은 '사랑'이다. 나와 전혀 상관없는 사람에게 베푸는 온정, 남의 아이를 자신의 아이와 같이 정성스레 키우는 사람의 마음은 모두 사랑에서 나온다.

그분이 우리에게 오지 않았다면, 우리 모두 죄 가운데 죽었을 겁니다. 우리는 절망 가운데 죽어가면서 하나님과 사람에게 불평하고 있었습니다. 그분이 우리를 두 발로 설 수 있게 해주셨고, 그분을 통해 저희는 하나님을 알게 되었고, 이 세상에 선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믿게 되었습니다. 그리스도께서 그분을 구원하시기를! 이전에는 짐승처럼 살던 우리를 그분이 사람으로 만들어주셨어요.

두 노인 (p87)

예루살렘으로 순례길을 떠나는 <두 노인> 가난한 농부 옐리세이와 부유한 농부 예핌에 대한 이야기는 내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순례길을 떠나는 중 옐리세이는 물을 얻어 먹기 위해 한 마을에 들렀다. 그 마을에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이들을 만나고 외면할 수 없었던 옐리세이는 자신 순례길을 포기하고 그들이 다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왔다. 그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반대로 예핌은 예루살렘에 도착한다. 예핌은 예루살렘에서 저 멀리 앞서서 기도를 올리는 옐리세이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러나 옐리세이를 만나지 못했고, 기도를 올리고 무사히 순례를 다녀왔다. 순례의 길에서 두 사람은 각자의 방식으로 하나님의 방식을 깨닫는다.

"그렇게 하세요. 여기 사세요, 우리나라에는 모든 게 풍족해요."

다만 그의 왕국에서는 지켜야 할 풍습이 하나 있었다. 손에 굳은살이 있는 사람은 식탁에 앉고, 없는 사람은 남은 음식을 먹는 것이었다.

바보 이반 (p191)

욕심없는 삶을 살아가는 <바보 이반>의 이야기는 세 형제에 대한 이야기다. 탐욕을 부리며 욕심 많은 형들은 무너지고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는 바보 이반은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이야기다. 이 동화같은 이야기가 우리에게 작은 희망이 된다. 욕심없이 열심히 일하고 베풀며 살아간다면 식탁에 앉아 밥을 먹고 행복하게 살아갈 것이라고 말해준다. 나도 믿고 싶다. 그저 착실하게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정말 맞다는 것이 확인되는 세상이었으면 한다.

그러니 기억하게. 가장 중요한 시간은 바로 지금이라네. 가장 중요한 이유는 그 시간에만 우리는 자신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네. 가장 필요한 사람은 지금 만나고 있는 그 사람인데, 다른 사람과 어떤 관계를 맺게 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에게 선을 행하는 것이라네. 우리는 오직 그것을 위해서만 살아가도록 보냄을 받았기 때문이라네.

세 가지 질문 (p227)

"어떤 시간을 놓치지 않아야 하는가? 어떤 사람이 가장 필요한 사람이고, 어떤 사람과 일을 더 많이 하고, 어떤 사람과는 일을 줄여야 하는가? 어떤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인가, 모든 일 중에서 무엇보다 더 먼저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인가?"(p224) 황제가 알고 싶어 했던 이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해 봤다. 이리저리 궁리해봐도 잘 떠오르지 않았다. 책에 담긴 10편의 단편 중 마지막 작품인 <세 가지 질문>을 읽고 정말 감탄했다. 사실 모두가 알고 있는 진실이지만 잘 인지하지 못하고 바보처럼 잊고 살아가는 진리 중의 진리를 선사하고 있다. 톨스토이의 이야기는 그렇기에 더욱 빛이 나는 듯 싶다. 바로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에게 사랑과 선을 베풀라는 아주 간단하고도 확실한 진리를 다시금 깨우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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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의 손
윌리엄 위마크 제이콥스 지음 / 내로라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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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의 손

"짧은 단편 소설이 나에게 던지는 질문"

1) 누군가가 나타나 소원을 이루어 준다고 한다면?

2) 도저히 빼앗길 수 없는 나의 일상 속 나의 행복은?

P12~13

책의 내용이 시작되기 전에 이 두가지 질문이 등장한다. 책을 읽기 전에는 별 생각없이 넘어갔으나 책을 읽고난 뒤 이 두 가지 질문이 매우 특별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나의 답변을 조용히 생각해봤다. 소원을 이룰 수 있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족한 돈에 대해, 몸이 아프다면 건강 등을 소원으로 빌 것이다. 나 역시 그렇다. 돈이 제일 먼저 떠올랐고 책 속의 화이트씨도 그랬다.

우리는 일상에서 누리는 행복을 인지하지 못하고 살아간다. 좀 더 나은 미래를 추구하고 바란다. 이런 우리의 욕망이 우리를 더욱 발전하게 하는 원동력이지만 지금 가진 것에 만족하는 삶도 매우 중요함을 다시금 깨닫는다.

"신중히 바라라. 어쩌면 얻게 될지니." - 작자미상

"Be careful what you wish for, you may receive it." - Anonymous

p8~9

이 짧은 단편 소설이 가진 메세지는 아주 명료하다. 열린 결말로 우리에게 의문점을 남기지만 이미 앞에서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하게 전달하고 있다. 평범하게 보이는 이 소설의 장르가 왜 공포인지 중반부에 드러난다. 희망과 좌절을 동시에 안겨주는 섬뜩한 공포다. 단편이기에 중반부라 하기는 뭐하지만 친절하게 세 개의 파트로 나누어 극적 긴장감을 더한다.

<원숭이 손>은 윌리엄 위마크 제이콥스(1863~1943)의 짧은 단편으로 공포 장르 소설이다. 이미 매우 유명한 단편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회자되고 각색되었다고 한다. 어디서 읽어본 듯 했지만 원문은 나에게 매우 신선하고 강렬한 인상으로 남았다.

화이트씨, 화이트 부인, 아들 허버트 화이트 그리고 모리스 상사가 주요 등장인물이다. 모리스 상사는 오랜 기간 군생활을 했으며 화이트씨 댁에 21년만에 방문해 인도에서의 경험담을 늘어 놓았다. 그렇게 원숭이의 손에 대한 이야기는 시작된다.

늙은 수도승의 주술이 걸려 있어요. 작은 마을 주민들이 신처럼 모시던 사람이었죠. 그는 인생이란 운명이 이끄는 것이고, 거역하려 하면 참담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보여 주고자 했어요. (중략) 여기에 걸린 주술은, 세 사람이 각자 세 개의 소원을 빌 수 있게 해 주는 것입니다.

p27

화이트씨는 모리스 상사에게 원숭이 손에 대해 묻는다. 그리고 모리스 상사는 원숭이 손을 꺼내 보여준다. 미라와 같이 말라 비틀어진 원숭이 손에는 어떤 주술이 걸려 있다고 한다. 늙은 수도승의 주술에 대해 설명하는 이 부분을 읽을 때는 '세 개의 소원'에 눈이 번뜩 띄였다.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는 지니와 같은 존재가 바로 원숭이의 손이구나. 흥미진진했다.

그런데 책을 읽고난 뒤 다시 이 구절을 읽어보니 소름이 돋았다. "인생이란 운명이 이끄는 것이고, 거역하려 하면 참담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보여 주고자 했어요."라는 대목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 모두는 홀린 듯 소원이라는 단어에 눈이 쏠리지만, 더 중요한 부분은 그 앞 부분이었음에 나 역시 타인과 별반 다름없는 욕심 가득한 사람임을 깨닫는다.

이미 비극을 위해 준비된 물건이라면, 아무리 신중히한들 소원으로 인하여 득을 볼 수 있기는 한 걸까? 도대체 무슨 소원을 어떻게 빌어야 비극을 피해 갈 수 있을지 나는 도무지 모르겠다.

p99

옮긴이의 해석 2 '신중하라는 그 말'에서 나온 생각에 매우 공감된다. 원숭이의 손은 소원을 들어주지만 이는 운명을 거역하려 하는 것이고 참담한 결과를 초래한다. 원숭이 손에 깃든 주술에 의해 작은 소원을 빌지만 동시에 우리에게 소중한 무언가를 앗아간다. 무언가 얻는 것에 급급한 우리 모습을 꼬집고 있다. 욕심에 가득찬 우리를 경고하고 있다.

책에서 화이트 가족에게서 앗아간 소중한 것을 직접 확인하기를 추천한다. 어느 정도 내용을 알고 읽는 것과 전혀 모르고 읽는 것은 매우 큰 차이가 있다. 전혀 모르고 책을 읽으면 그만큼 더 재미있게 책을 읽을 수 있다.


영어 원문이 함께 있기에 영어 공부를 할 수도 있고, 철학적 질문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활용도가 높은 아주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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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

"폴란드판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파격적인 문제작"

폴란드에서 150만부가 판매된 소설, 25개국 판권 판매, 출간 즉시 전 세계 베스트셀러 <365일>은 상당히 파격적이다. '19세 관람불가'가 표기되어야만 하는 소설이며 뜨거운 문제작이다. 성적 표현이 매우 직설적이고 적나라하다. 넷플릭스 영화 심의에만 2달이 걸렸다고 하니 충분히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대학생부터 엄마들까지 전 세계 모든 연령의 여성이 읽고 있는 놀라운 책'이라 소개되는데 여성이 상상할 수 있는 다양한 판타지적 요소를 소설 속에 배치해 두었다. 강압적이면서도 선택할 권리를 주며, 부드러운 듯 하지만 테두리를 벗어날 수 없도록 옥죈다. 강한 남성에게 지배되지만 돈, 쇼핑, 여가, 성적 요인까지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다. 여성이라면 한 번쯤 꿈꾸는 세상에 주인공이 그녀 라우라가 들어간다.

이탈리아 마피아의 보스인 마시모는 매우 거칠고 성난 짐승과도 같은 남자다. 자신의 성미를 건드리고 앞을 가로 막는 이에게 총구들 들이대고 방아쇠를 서슴없이 당기는 냉혈안이다. 이런 거친 남자는 오랜 기간 한 여인을 꿈에서 만나고 그녀를 그리워 한다. 그러다 꿈 속의 그녀가 현실의 눈 앞에 나타났다. 그녀는 라우라다. 꿈 속의 그녀를 놓칠 수 없는 마시모는 그녀를 납치한다.

안타깝게도 앞으로 365일 동안은 그럴 수 없어. 1년간 날 위해 희생해줘야겠어. 네가 나를 사랑하도록 온 힘을 다해 뭐든 할 거야. 만약 네 다음 생일까지도 네가 날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때는 보내줄게. 오해하지 마. 이건 제안이 아니야. 넌 거부할 수 없어. 이건 통보야.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알려주는 것뿐이야.

p63

마시모는 라우라에게 365일을 제안한다. 그 기간 동안 자신과 함께 지내자고 한다. 이 기간이 지나면 그녀가 선택권을 가질 수 있다고 한다. 제안이지만 사실은 강요다. 강압적이지만 강요하지는 않는다며 여자의 오묘한 심리를 자극한다. 라우라의 입장에서 소설을 진행된다. 라우라는 부정하지만 서서히 마시모의 남성적인 매력에 매료되어 간다. 라우라는 자신을 납치하고 협박을 일삼는 마시모가 못마땅하고 이 상황을 벗어나고만 싶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마시모를 생각하고 그리워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사랑해. 나도 어쩔 수 없었어. 네가 여기 나타나기 훨씬 전부터 널 사랑해왔어. 네 꿈을 꾸면서. 난 네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었어. 느낄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 모든 게 현실이 되었어.

p239

한 여인만을 그리워 했던 마시모의 방식은 잘못되었음이 확실하다. 하지만 마시모도 상당히 노력하는 면모를 볼 수 있다. 여자는 자신을 위해 노력하는 이런 남자의 모습에 마음을 뺏기는 듯 하다. 또한 마피아의 보스 답게 마시모의 재력은 상상 이상이다. 예전이라면 평생 만져 볼 수 없을 정도의 고가의 시계며 반지를 선물받는다. 자신만을 바라보는 남자, 거칠지만 성적 매력이 넘치고 자신을 배려하는 남자, 바쁜 일정으로 인해 바쁘지만 자신을 위해 노력하는 남자. 판타지 속에만 등장할 것만 같은 일과 여자를 모두 잡는 이 매력적인 남자가 이 소설의 주인공 마시모다.

라우라. 당신은 앞으로 어려운 일을 겪게 될 거에요. 저런 남자의 여자가 된다는 건 대단히 힘든 도전이거든요. 난 우리 수하들이 먹고살기 위해 무슨 짓까지 하는지 알고 있어요. 그러니 명심해요. 당신은 모르면 모를수록 푹 잘 수 있을 거예요.

p321

라우라의 마음은 서서히 마시모에게 기울어진다. 이탈리아, 폴란드 등 세계 곳곳을 다니며 사업을 하는 마시모. 그와 옆에는 마시모의 수하들에게 철저하게 감시 받는 라우라가 있다. 다양한 우여곡절을 겪는다. 과거 남자들은 라우라에게 다시 접근을 시도하고 라우라는 거부하지만 마시모는 이 상황이 마뜩찮다. 라우라는 부모에게 상황을 모두 말할 수 없어 거짓말을 하지만 라우라의 엄마는 이를 눈치채고 추궁한다. 마시모가 마피아 보스인만큼 항상 위험이 도사린다.

다양한 에피소드와 더불어 라우라의 심리적 변화 및 두 사람의 깊어지는 관계가 잘 표현되고 있다. 이 소설의 상당 부분은 두 사람의 성적 탐닉이 구체적으로 묘사되고 있다. 뜨거운 문제작일 수 밖에 없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굳이 누군가 추천하지 않더라도 이런 소문은 소리없이 퍼지는 듯 하다. 알게 모르게 많은 이들이 구매해 읽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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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토 에디터스 컬렉션 10
장 폴 사르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문예출판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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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토

"샤르트르의 모든 사유는 <구토>에서 흘러나왔고, <구토>로 흘러든다"

장 폴 사르트르의 프랑스 고전 소설 <구토>를 만났다. 20세기 프랑스 대표 지성, 샤르트르 사상의 출발점, 문학 창작의 교차로 등 다양한 수식어구가 이 책 <구토>에 붙는다. 그 내용이 궁금해졌다.

30세 빨간머리의 '앙투안 로캉탱'의 이 책의 주인공이다. 연금으로 인해 돈에 구애받지 않고 살아 간다. 카페, 호텔, 도서관을 다니며 홀로 지낸다. 자유롭지만 고독함 영혼의 로캉탱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실존주의에 대해 이해하고 책을 읽으면 도움이 될 듯하다. 실존주의란 "인간 존재와 인간적 현실의 의미를 그 구체적인 모습에서 다시 파악하고자 하는 사상운동"이라 한다. 친절한 설명인데 선뜻 이해되지는 않는다. 이 책이 씌였을 당시 20세기 독일과 프랑스에서 일어났던 철학 사상 운동이라고 한다.

이제 알겠다. 내가 언젠가 바닷가에서 그 돌멩이를 들고 있었을 때의 느낌이 분명히 생각난다. 그것은 일종의 달착지근한 욕지기였다. 얼마나 불쾌한 느낌이었던가! 그 느낌은 분명히 돌멩이로부터 왔다. 돌멩이에서 내 손으로 전해지고 있었다. 그래, 그거였다. 바로 그거였다. 손안에 느껴지는 일종의 구토증이었다.

p34

이 소설을 관통하는 단어인 '구토', 이 단어에 대한 이해가 쉽지 않았다. 일맥상통하는 원인이 있는 것은 아니며, 불현듯 어떤 사물들을 통해 로캉탱은 구토증을 느낀다. 현실 세계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의식한다. 현실에 부적응하는 듯 비춰지며 불안감이 나에게 전해진다. 그러다 불연듯 구토로 혼미해진다. 책을 읽는 동안 지속적인 불안감이 나에게 전해진다. 주인공의 생각을 따라 진행하다보면 꿈인지 현실인지 망상인지 구분하기가 힘들고 모호해진다.

우리가 살 때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저 배경이 계속 바뀌고, 사람들이 들어오고 나갈 뿐이다. 여기에 시작은 결코 없다. 날들이 아무 이유 없이 날들에 덧붙여지는데, 이것은 끝나지 않는 단조로운 덧셈이다.(중략) 여기에는 끝도 없다. 어떤 여자, 어떤 친구, 어떤 도시를 단번에 떠나는 법은 절대로 없다. 그리고 모든 게 비슷하다. 상하이도, 모스크바도, 알제도, 보름만 지나면 똑같아진다. (중략) 이게 바로 사는 것이다.

p100

이 소설을 읽으며 느낀 점과 이 구절이 매우 닮아 있어 이곳에 적었다. '우리가 살 때'라는 표현으로 설명하는 '사는 것'은 '끝나지 않는 단조로운 덧셈'이라는 표현이 매우 멋드러지고 시적이다. 소설의 진행은 로캉탱의 시각에서 시적인 표현들과 묘사가 서로 얽혀 표현되고 있다. 주변 사람과 지나는 풍경의 묘사가 단조로운 덧셈의 형태로 나타난다. 무언가 무기력한 로캉탱이 살아가는 방식이 바로 그러한 듯하다.

서로 사랑하고 있었을 때, 우리는 가장 작은 순간 하나도, 가장 가벼운 고통 하나도 우리에게서 떨어져 나가 뒷전에 머무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중략) 우리는 쉬지 않고 그것들을 즐기고, 그 고통을 현재형으로 겪었다. 추억 하나 남아 있지 않다. 그늘도, 물러섬도, 피신처도 없는 가차 없고도 뜨거운 사랑이 있을을 뿐이다. 동시에 현재로 존재하는 3년, 우리가 헤어진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 그 무게를 견딜 만한 힘이 없었던 것이다.

p154

로캉탱과 안니의 사랑과 헤어짐을 표현한 구절이 매우 심오하고 철학적이다. 또한 매우 공감된다. 서로 사랑하기에 어느 하나 버릴 것 없이 작은 것들 조차도 품어 안고 간다. 하지만 이것때문에 서로 힘들어져 떨어져 나가버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부닥친다. 뜨거운 사랑이었으나 무게를 견딜 힘이 서로에게 부족했다고 표현한다.

나는 존재한다는 일종의 고통스러운 강박관념을 유지하는 것은 나다. 바로 나다. 몸은 일반 한번 시작되면 저 혼자 살아간다. 하지만 생각을 계속 유지하고, 생각을 전개해가는 것은 나다. 나는 존재한다. 나는 내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중략) 나는 생각하기 때문에 존재한다. ... 그러니 나는 생각하는 것을 그만둘 수가 없다. (중략) 존재하는 것에 대한 증오와 혐오감, 이것들이 나를 존재하게 하는, 나를 존재 가운데로 밀어 넣는 방식들이다.

p234

매우 심오한 철학이다. 생각하기 때문에 존재한다는 표현이 와닿았다. 그러나 존재하는 것에 대한 증오와 혐오감이란 표현이 나를 안타깝게 한다. 존재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생각이 끊임없이 밀려오는 상태에 집중해본 적이 있는가. 이 심오하고도 복잡한 표현들이 어지러운 상태를 아주 적절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 소설은 어려울 수 밖에 없다. 한 두마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복잡미묘한 심리와 생각을 다양하게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난 자유다. 이제 살아야 할 그 어떤 이유도 남아 있지 않다. 내가 시도해본 이유들은 다 실패했고, 더 이상 다른 이유들을 상상할 수 없다. 난 아직 젊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이 충분하다. 하지만 다시 시작해야 하나? 가장 극심한 두려움과 가장 끔찍한 구토가 찾아왔을 때, 안니가 날 구해줄 거라고 얼마나 기대했었는지 이제야 알겠다. 내 과거도 죽고, 롤브봉 씨도 죽었고, 돌아온 안니는 내 모든 희망을 앗아갔을 뿐이다. 나는 정원들에 둘러싸인 이 하얀 도시에서 혼자다. 혼자고 자유다. 하지만 이 자유는 조금은 죽음과 비슷하다.

p362

부빌에서 로캉탱은 파리로 가기로 한다. 존재에 대한 그 의미를 탐구는 돌고 돌아 다시 제자리로 온 듯 싶다. 독학자는 사회학자이자 휴머니스트다. 하지만 독학자와의 대화는 오히려 고독을 불러 일으킨다. 6년 전의 연인 '안니'는 로캉탱에게 만나자고 제안하고 로캉탱은 기대감을 안고 안니를 만난다. 하지만 기대가 컸던 것일까 안니와의 만남은 오히려 허왕되고 쓸쓸하다. 구토의 의미를 찾아다니는 이 과정이 녹록치 않았고 나로서는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웠다. 해설을 살펴보면 "형이상학적 진리와 감정을 문학적 형태로 표현"했다고 한다. 현상학보다 더 현상학적인 구토의 철학적 표현은 높은 차원의 문학임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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