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살인 사건을 사회학적으로 해석하는 방식을 결코 선호하지 않는다. 그것은 단지 글쓰기 방식이 이미 진부한 공식으로 굳어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낙인에 맞서려는 시도가 도리어 또 다른 낙인을 만들어내고, 결국 한 인간을 납작한 존재로 축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 P10

범죄자에 대해 서술하다보면 외부에서 제기되는 두 가지 상반된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하나는 개인의 타락을 추궁하는 시선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의 무관심과 착취를 지적하는 시선이다. - P55

인생에서 죽음은 마침표가 아니라 물음표다. 그 물음표는 인간의 굴곡진 삶과 선택을 하나로 꿰어낸다. 우리가 기꺼이 이 굽이진 길을 따라가본다면, 그 끝에서 운명과 자아가 얼마나 복잡하게 뒤엉켜 있는지 목격하게 될 것이다. - P56

 한 여성이 무너지는 과정에는 알게 모르게 늘 배신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여기서 말하는 배신이란 꼭 배우자의 외도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그보다 어떤 기대와 신뢰가 외면당하고 방기되는일을 뜻하기도 한다. - P67

하지만 한 여성의 삶 속으로 깊이 들어가 치열하게 부딪히고 정면으로 마주한 끝에야 비로소 깨달은 것이 있었다. 어떤 경험을 잘 알고 있다는 것, 비슷한 경험을 해봤다는 것, 심지어 사회 구조를 꿰뚫고 있다는 것이 곧 타인의 사고방식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그것이 타인의 선택을 세심하게 헤아리고 이해할 수 있다는 뜻은 더더욱 아니고 말이다. -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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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아버지 만나러 안 갈 거야? 아버지는 날마다 언니를 보고 싶어 하시는데."
"아버지는 내가 보고 싶은 게 아니야. 아버지가 보고 싶은 건 아버지를 살릴 수 있는 돈이라고."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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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오쩌둥은 수개월 전 학생들을 부추겨서 교사에게 반기를 들게 한 것처럼 이제일반 시민들을 부추겨서 그들의 당 지도자를 공격하게 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그들의 뿌리 깊은 분노를 자극했다. - P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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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대혁명은 산업 분야 곳곳에서 파장을 일으켰다. 장난감이나 원단, 화장품, 가정용품부터 도자기까지 모든 제품은 상표와 포장, 내용에서 봉건적인 과거의 흔적을 지울 필요가 있었다. 선녀나 금탑 같은 상표가 붙은 양말이나 치약, 유약을 바른 세면대는 프롤레타리아 계급에 대한 모욕이었다. - P170

펑전이나 루딩이와 같은 몰락한 지도자들의 저서는 이미 8월부터 파기되어야 했지만 <정치적 실수>를 저질러서 블랙리스트에 추가되는 책들이 시간이 흐를수록 늘어났다. - P171

곧 사람들은 주석 숭배가 유일하게 용인되는 프롤레타리아 문화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주석 숭배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 주는 한 단면은 표어의 남발이었다.
말 그대로 사방이 표어 천지였다. - P173

주석을 숭배하는 데 뒤처지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봉건적이라거나 부르주아적이라고 비난받는 물건이 늘어나면서 일반인은 갈수록 마오쩌둥 사진이나 마오쩌둥 배지, 마오쩌둥 포스터, 마오쩌둥 저서 같은 정치적으로 안전한 상품만 찾게 되었다. - P174

조금이라도 자본주의의 냄새를 풍기면 무조건 비난하던 정부가 어떻게 주석의 얼굴이 담긴 물건에 값을 매길 수 있단 말인가? 이는 단순한 철학적 난제 그 이상의 문제였다. -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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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앞서 8월 8일에 문화 대혁명에 관한 지침이 일명 <16조>라는 이름으로 전국에 방송되었을 때 당은 초등학교와 중등학교를 비롯한 전문학교와 대학교 학생들에게 불리한 어떠한 조치도 없을 거라고 구체적으로 명시한 터였다. 홍위병은 <저항은 정당한 행위다>라고 외쳤다. - P153

개는 1950년대 초반에 공중 위생을 위협한다는 이유로 사냥당해서 전국의 도시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씨가 마른 터였다. 홍위병이 순찰을 돌며 타락한 부르주아의 상징인 고양이를 죽이면서 이제는 고양이를 상대로 한 대대적인 학살이 진행되었다. - P157

희생자들은 상당수가 해방 이후로 진작부터 조직적인 박해에 시달려 오던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자주 정권에게 비난을 받았고 중요한 정치적 운동이 있을 때마다 길거리에 끌려다녀야 했으며 직장에서 억울하게 쫓겨났고 어떻게든 자신과 자신에게 의지하는 사람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가진 것을 팔아야 했다. - P159

공포나 원한이나 야망에 이끌려서 이웃을 밀고하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 P161

가장 큰 도둑은 중앙 문화 혁명 소조원들이었다. 헤르만 괴링이 주드폼에서 가장 좋은 물건들만 골라 자신의 개인 소장품으로 삼기 위해 스무 차례나 파리에 들락거렸던 것처럼 캉성은 전국의 주요 창고들을 돌면서 방대한 양의 인상적인 예술품들을 수집했다. - P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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