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니가 알아?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억관 옮김 / 노마드북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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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 히데오. 일본 소설에 대해서는 지나가던 개 취급하던 내가 그냥 어느 선배의 추천으로 처음 집어들었던 작가. 그때까지 나는 에즈니 가오리. 요시모토 바나나, 심지어는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이름도 몰랐다. 어느해 년말 송년회 술자리에서 어쩌다 추천할만한 책 이야기가 나왔고, 80년대를 최루탄과 함께 보낸는 한 친구가 '남쪽으로 튀어'를 추천했다. 일본의 전공투세대였던 아버지 이야기...

이 책을 읽고 너무나 인상이 깊어 히데오의 모든 책을 읽게된다. 늘 그렇듯이

유쾌& 재치. 이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히데오의 대부분의 책들. 그런데 '내 인생, 니가 알아'는 이전의 히데오와는 단절하고 있다. 낯선 오쿠다 히데오의 이야기

그러나 피가 튀고 날 것 냄새가 나는 색다른 소설. 유쾌함과는 거리가 먼, 그러나 예의 그 재치는 살아 있는 이야기의 전개들...

책을 읽으면서 왠지 도시의 찬란함 뒤어 감춰져 있는 냄새나는 뒷골목을 봐 버린 느낌. 비릿함, 역겨움... 루저들의이야기, 집에 가는 길에 삐끼에게 이끌려 가면 만날 것 같은 등장 인물들, 소설의 주제로는 낮설지만 잘 알고 있을 것 같은 사람들, 어떻게 보면 충격적인 소재들, 그런데 히데오의 소설이기에 그리 충격적이게 다가오지 않는 이야기들.

감각을 자극하는 언어들, 적나라한 표현들, 그래서 여러가지 원초적 감각들을 느끼게 만드는 이야기들.

이것도 오쿠다 히데오겠지...

하지만 내게 최고의 오쿠다 히데오는 역시 '남쪽으로 튀어'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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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앞의 생 (특별판)
에밀 아자르 지음,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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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삶은 극적이고 극단적이다!

만일 예술가의 삶을 이렇게 규정한다면 여기에 부합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특히 작가라는 범주로 한정 지으면 몇명이나 언급할 수 있을까? 이렇게 생각해보니 꽤 많을 것 같다.
평범한 소재나 주제로는 세상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세상에 반향을 일으킨 작품들은 대부분이 그 소재나 주제에서 범상치 않음이 분명함에야 작가의 삶이 어찌 평범할 수 있을까?
특히 평범하지 않은 일을 겪고 글로서 풀어내야 하는 사람들이 작가들임에 위의 명제는 그리 크게 틀려 보이지는 않는다. 물론 전체가 아님에 참이 성립은 하지 못하겠지만...

로맹가리 = 에밀 아자르. 대단하다. 세상에 던지는 작가의 야유로서 그 만큼 통렬한 카타르시스를 맛 본 작가가 또 있을까 생각될만큼 로맹가리라는 이름으로 출판한 작품에 악평을 해 대던 평론가가 에밀 아자르의 이름으로 출판한 작품에 최고의 찬사를 보내는 것을 보았을 때, 그는 어떤 느낌이 들었을까?
처음에는 카타르시스 그리고 시간이 지날 수로 비참한 느낌이 들었을 것 같다. 이 따구의 인간들로 이루어진 쓰레기통 같은 평론계의 평가를 신경쓰며 살았던 시간이 있었다면 그 시간이 처철하게 비참하고 참혹스럽게 느껴졌을 것 같다.

그래서 그런가 에밀아자르의 이름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둔 이 작품에는 세상에 대한 조소와 야유로 가득하다. 세상을 너머 조물주에 대한 조롱마저 느껴진다. 이런 느낌 때문에 그는 신을 믿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로맹가리가 죽고 난 후 에밀아자르와 그가 동일인이라는 것이 세상에 알려졌을 때, 로맹가리에는 가혹한 혹평을 에밀 아자르에게는 찬사를 보냈던 평론가들은 기분이 어땠을까? 궁금해 죽겠다. 특히 '로맹가리가 에밀 아자르를 표절한다'고 까지 얘기했던 평론가의 기분은?

세상을 조롱하는 기분.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 그냥 권태로왔을 것 같다. 그래서 권총 자살이라는 선택을 했을까? 작가의 삶이 극적이고 극단적이라면 로맹가리는 그런 삶을 정석대로 살다가간 작가다. 그리고 그의 글들은 가끔 눈부시도록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자기 앞의 생.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세상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오래된 명제 앞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하는 작품이다. 작가의 삶과 더불어 생각하면 그 의미는 더욱 깊은 심연으로 가라 앉는다.  

빌어먹을 로맹가리. 이따위의 아름다운 글들을 세상에 남겨 놓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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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에서 나를 만나다 - 나의 야고보 길 여행
하페 케르켈링 지음, 박민숙 옮김 / 은행나무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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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을 코미디언인 저자가 세계 3대 순례지인 야고보의 길을 순례하면서 쓴 자기 성찰기(?)

프랑스의 '생장피드포르'에서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의 600km에 이르는 순례코스.

파울로 코엘료의 '순례자'에서 처음 알게된 이 길에 대한 에세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주저없이 집어들었던 이 책은 마지막 페이지를 읽는 동안까지 잃어버렸던 '여행 본능'과 '영혼에서 땡기는 소리'에 대한 자각을 일깨웠다...

혼자 했던 산행들이 내 삶에서 차지했던 비중들에 대해  

혼자 하는 여행에 대한 의미에 대해  

혼자하는 여행 동안에 느끼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에 대해

혼자 떠나는 여행의 의미를 알고 난 후 탐닉했던 과거의 나에 대해

파노라마 처럼 지나가는 지난 여행들의 장면들... 지리산의 가을, 폭풍우 치던 동해안, 낯선 지구 반대편 우루과의 해안선, LA 공항에서 느꼈던 이유 모를 처절한 고독의 느낌. 그 여행들에서 만났던 사람들... 


혼자하는 여행에 대한 이유는 다양하다. 일상에 지쳐서, 상실감으로 인해,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충동적이 이끌림...그러나 혼자하는 순례 여행은 분명한 이유와 목적을 가지고 있다. 그 것은 자신의 내면의 소리를 듣기 위해, 내면의 무언가를극복하기 위해, 그리고 어쩌면 누구나 만난다는 신을 만나 그 소리를 듣기 위해... 떠난다는 것. 

하페 케르켈링은 책의 후반부에서 '신을 만났다'고 했다. 그냥 단지 만났다고만... 그의 책에서는 위트와 즐거운 투덜거림등이 전반적인 정서로 드러난다. 하지만 그가 신을 만난 순간은 짧지만 무겁고, 진중한 위압감이 드러나고, 구체적인 코멘트가 없기때문에 그가 만난 신은 도대체 어떤 신이었을까? 어떤 방식으로 만났을까?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내가 떠난다면 나는 어떤 신을 만날 것인가?'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은 이런 이유로 그가 갔던 길을 가게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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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뻬 씨의 행복 여행
프랑수아 를로르 지음, 오유란 옮김, 베아트리체 리 그림 / 오래된미래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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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님이 언급한 책 중의 하나. 도서관에 책 빌리러 갔다가 눈에 띄어 집어 들었다. 서점에서는 왠지 수 많은 자기 개발서 중의 하나 인 듯 해서 돈 주고 사보고 싶지 않았던 책...

행복은 어디에 있을까? 행복은 미래에 있을까? 이 책은 결국 수 천년을 이어온 일상적이면서도 철학적인 질문에 대한 심플한 답을 찾는 것이 목적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비슷하게 도달한 결론을 간결하고 쉽게 다가간다. 이런 점에서 언급할 가치가 있는 책이다. 행복론에 관한 이 책은...

행복의 종류에는 흥분되는 행복이 있고, 조용한 행복이 있다.
스포츠를 보면서 즐거워하는 것이 흥분된 행복이라면, 클래식 음악을 듯거나, 독서를 하거나, 명상을 하면서 느끼는 행복은 조용한 행복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고 보면 야구, 축구를 좋아하고, 클래식 음악 듯는 것을 즐기고, 독서를 좋아하는 나는 여러가지 행복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네?

그러면 나와 비슷한 삶의 방향으로 가고 있는 사람들은 행복할까?

남과 비교하지 않는 것.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것. 사랑하는 사람이 없거나, 가족이 없거나, 행복을 위한 몇가지 중요한 조건이 빠져 있다면?

23가지 배움에 각각 나를 대입해 질문을 던져 보았다. 그랬더니 행복 지수가 있다면 상당히 높은 점수가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과연 나는 행복할까?

결국 원점으로 돌아온다. 행복은 상대적인 것이다. 이기적이지 못한 사람은 절대 이타적이 될 수 없다는 것처럼. 부모가 행복하지 않으면 아이를 행복하게 할 수 없기 때문에 아이를 키우는 부모도 이기적이 되어야 한다는 논리처럼, 다른 사람이 행복하게 하는 것이 나를 행복하게 할 수 없다면 행복에 관한 모든 기준은 의미가 없어진다.

행복에 관한 일반론... 일반론은 그저 일반론일 뿐이다. 일반적인 행복에 관한 이야기를 원한다면 이 책은 그 답을 주고 있다. 하지만 당신이 일반적인 기준을 따르는 사람이 아니라면, 당신은 당신의 행복론을 찾아야 한다. 이 책에서 언급하지 않은...

하지만, 90% 이상의 사람들은 '꾸베씨가 행복 여행'을 통해서 얻은 교훈을 맘에 담고 실천함으로써 충분히 행복해 질 수 있을 것 같다.

그럼 다시, 나는 행복할까? 나는 한 가지만 빼고는 행복하다... 내 마음 속에 아직도 욕망이 남아 있다는 것만 빼고는... 그럼 나는 죽을 때까지 이 욕망에서 자유로와 질 수 있을까? 아마도 그러지 못할 것이다. 그럼 나는 불행할까? 그것도 아니다...

그렇다. 어떤 기준에서 보면 나는 행복하지만, 어떤 기준에서 보면 나는 행복하지 않다. 행복이라는 말은 그래서 궤변론이다. 그래서 이 주제는 몇 천년이 지나도록 계속 반복되서 논의 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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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도둑
마크 레비 지음, 강미란 옮김 / 열림원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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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많은 '성장 소설'의 역사에서 그림자 도둑은 분명 색다른 소재를 지니고 있다. 잔잔한 서정성 있고, 가슴 뛰거나 숨가쁜 에피소드는 없지만, 그래도 읽다보면 조금은 마음이 조급해지는 러브스토리를 지니고 있는 수작이다.

성장 소설하면 당장 떠오르는 건 헤세의 데미안,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등이 있는데 철학적 주제와 반역과 음모, 저항의 냄새가 배어 있는 강렬함이 독보적이기 때문에 이 두 작품은 그리도 많은 사람들의 감성을 밑바닥부터 헤집어 놓았고 오래도록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는 것이리라.

그러나 이런 작품들보다 때론 한번쯤 소망해 보았고, 어린 시절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 줄 수 있는 그림지 도둑 같은 작품들이 더 애틋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말랑말랑한 소설에는 러브 스토리가 녹아 있어서 남성적인 작품과는 극명히 대비되는 여성적인 부드러움이 있어서 좋다.

이 소설 속의 러브스토리는 '기욤 뮈소의 러브스토리'를 닮았다, 두 작가가 비숫한 문화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어서 그렇지는 않겠지만, 느낌이 그렇다. '말랑말랑'한 가슴이 아렸다가 조금씩 녹아가는 듯한... 그리고 결국에 가서는 모두가 행복해 지는,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행복한 러브스토리...

로맨틱한 스토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현실주의자들이나, 낯설음을 자기 트랜드화 시키는 황폐한 심장을 가진 사람들은 싫어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 같이 '귀여운 여인', '노팅 힐' 같은 로맨틱 코메디 장르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분명 이 소설도 좋아할 것이다. 틀림없이...

상업적인 그런 뻔한 스토리 라인은 별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나 서구식의 드라마 스타일이 소설을 좋아하지않는 사람들은 이 책을 절대 보지 마시라. 그들의 느낌으로 보면 뻔하고 짜증나고 뻔한 스토리라고 느낄지 모르겠다. 그림자 도둑이라는 아이디어도 재미있기는 하나, 현실감이 떨어지는 설정이기도 하다.

하지만,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따듯한 카푸치노 커피가 그리워지는 날, 햇살 가득한 카페 창가에서 읽으면 좋을 듯한 책이다.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시간이면 더 좋을 듯...

 

아! 훌륭한 성장 소설이 또 하나 있다. 내 최고의 프랑스 작가 로맹가리(또 다른 이름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 절대 놓칠 수 없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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