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로 간 한국전쟁 - 한국전쟁기 마을에서 벌어진 작은 전쟁들
박찬승 지음 / 돌베개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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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인이며 군사학자로 유명한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이 욕심과 자만에서 탄생되며, 그 전쟁이 남기는 것은 눈물과 고통, 피뿐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정당한 전쟁이라고 하더라도 참혹한 결과만을 남긴다는 것을 명확하게 지적하고 있다. 그러한 것을 우리는 이미 몸소 경험했다. 1950년에 일어난 전쟁으로 전 국토가 파괴되고 수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쳤다. 아마도 당시 그 전쟁으로 고통받지 않았던 이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수십년의 시간이 흐르고 급속도로 발전을 해오느라 오늘날의 사람들은 과거의 참혹함을 잊어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한 설문조사에서 한국전쟁이 어떤 나라와 싸웠는지에 대한 물음의 정답율이 턱없이 낮은 것은 정말 놀라웠다. 더군다나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도 한국전쟁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매우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했다. 그러나 아직도 그 참혹한 전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한 편에서는 잊어버린지 오래이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아직도 그것으로 고통받고 있다니 말이다.


 우리는 한국전쟁을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다. 학교에서 근현대사 시간에 간략히 배우거나 우연히 이런 저런 매체를 통해 당시 남한이 밀려서 부산까지 밀렸다거나, 후에 맥아더의 인천상륙작전으로 전세를 반전시켰다거나 말이다. 그리고 예비군 훈련을 가서 보게 되는 당시의 치열한 전쟁의 영상 등 우리는 이렇게만 알고 있다. 당시 전세가 어떠했느니,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으니 하고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진정으로 한국전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시 사람들이 얼마나 그 전쟁으로 고통받았는지 아는 것도 중요하다. 이 책은 거시적인 관점으로만 전쟁을 알던 일반인들에게 한국전쟁을 미시적으로 파고들어 당시 살아가던 국민들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할 수 있다. 이 책이야 말로 우리가 알아야하는 모습들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역사적 사건에서 주요한 인물들이 아니라 그 옆에 있던 일반인들이 우리 대다수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항시 역사에서 조연으로만 취급되던 이 땅의 진정한 주인들이 바로 이 책에 담겨 있다.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은 한 마을에서 살던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신분상의 이유로 인해서 결국에는 서로 죽이고 죽이게 되는 그러한 가슴아픈 상황을 맞는 한국전쟁의 잊혀진 희생자들이 아닐까.


 이 책에 나오는 마을들은 그동안 누적된 신분차별의 분노가 누적되어 좌익과 우익의 다툼으로 서로 총부리를 들이 대거나 종교로 인해서 서로를 죽이기도 했다. 아무래도 그중에서 가장 큰 이유가 된 것은 이념이다. 오늘날에도 끊이지 않는 이념논쟁을 생각하면 당시는 얼마나 갈등이 심했을지 대략 짐작이 가기도 한다. 오늘날 너도나도 너무 잘나서 자기 주장이 옳다고 강하게 내세우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 중에서도 이념 논쟁만큼 큰 갈등은 없을 듯하다. 나는 우파이니 애국자고 너는 좌파이니 빨갱이라고 하는 오늘날의 갈등도 매우 심각한 것을 보면 이 책 속의 사회에서의 좌우 갈등은 말도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책 속의 당시 현실은 매우 심각했다. 인민군이 들어오면 좌익들은 당시 경찰이니 시장이니 하는 공무원들을 다 죽여버렸고 인민군이 돌아가고 국군이 들어오면 복수심에 불타 좌익들의 가족까지 다 죽였다. 같은 민족으로서 단시 이념이 다르다고 총구를 겨누고 하는 것은 정말 옳지 못한 것임을 알 텐데. 서로의 다름을 인정치 않는 다는 것은 필히 갈등을 초래하기 마련이고 그 갈등은 전쟁으로 인해 피를 나눈 혈족까지도 서로가 서로를 죽이게 만들었다. 한 장씩 넘겨가며 읽어갈수록 이렇게 참혹한 과거가 있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이 당시 일로 아직도 한 마을에서 서로 거의 말도 하지 않는다니. 정말 동족상잔의 비극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러한 비극 속에서도 매우 놀라운 마을이 있었다. 부여군의 두 동족마을은 신분차이로 인해 한 마을은 좌익을 다른 양반마을은 우익을 선택해 갈등을 겪었다. 서로를 죽였던 과거가 있지만 그 이후 각 마을의 공동체 의식과 대결의식은 강해졌다. 하지만 금강의 제방 축조라는 공동이 힘을 합해야 하는 일이 눈앞에 닥치자 서로 협력하여 화해의 물꼬를 틀었다. 이후 서먹했지만 강호동지회를 결성하여 점차 상처를 봉합해갔다. 다른 곳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었으나 이 두 마을은 현실적인 목표 앞에 서로의 적대감을 점차 줄여 나가며 동반자로 서로를 인정한 것이 아닌가 싶다. 


 전쟁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모두 공감할 것이다. 전쟁이 단지 군인들만 죽게 하는 것이 아니라 애꿎은 민간인들이 더 많이 죽어나간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전쟁이 끝난 후 정부에서 발표한 수치만 봐도 알 수 있다. 군인이 14만명 죽었고 민간인은 24만명이 죽었다. 공식 집계에 잡히지 않은 인원과 부상자까지 생각하면 정말 명확하다. 그리고 이 책에서 나왔듯이 전쟁이란 놈은 한 마을에서 서로를 죽이게 만들기도 한다. 물론 그것이 주된 원인은 아니지만 갈등을 폭발시킨 것의 원인은 전쟁이란 놈이다. 이 책을 보면서 나는 그동안 한국전쟁에 대하여 제대로 알고 있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전방에서 총을 쏘고 싸우는 것만 생각했었는데 이러한 비극들이 전국 각지에서 일어났을 것을 생각하니 정말 슬프고 비참한 과거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아직도 그 전쟁으로 인한 상처를 갖고 살아가는 이들이 남아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듯하다. 이 한반도에 전쟁이 다시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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