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티아스 정암학당 플라톤 전집 16
플라톤 지음, 이정호 옮김 / 이제이북스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시대가 변해도 인간의 더 나은 삶에 대한 욕망은 한결같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자신이 사는 현재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나은 세계를 꿈꾸며 살아간다. 조선시대에는 조정에서 동해의 울릉도에 출입을 금하는 명을 내림으로 해서 도리어 울릉도가 이상향이 되기도 했다. 그곳에 가면 아무런 걱정없이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유토피아 말이다. 이와 비슷한 대명사가 되어 버린 곳이 있다. 바로 아틀란티스. 저 깊은 바다 속으로 잠겨버렸다고 알려진 환상속의 섬이다. 가수 보아의 노래 제목에도 나왔던 그 아틀란티스는 수많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단어가 된 듯하다. 한 통계학자에 의하면 이 신비의 섬을 소재로 하여 쓰여진 책이 5천권이 넘는다고 하니 정말 아틀란티스는 만인들의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소재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그런데 이 아틀란티스가 최초로 등장한 것이 위대한 철학자인 플라톤의 저서 <크리티아스>라는 것은 나도 처음 알았다. 등장한 이래로 수많은 곳에 등장한 이 신비의 섬을 플라톤이 처음 언급했다는 사실이 왠지 생소하게 다가왔다.


 <크리티아스>에 담겨진 내용은 매우 짧다. 완성의 빛을 보지 못한 작품이라 더욱 그렇다. 소크라테스와 티마이오스, 그리고 헤르모크라테스와 크리티아스가 등장하는 이 작품은 아틀란티스에 대적해 승리를 거둔 고대 아테네에 대한 찬양과 아테네의 건국배경 등에 대한 설명과 아틀란티스에 대한 건국설명 등을 다루고 있다. 표면적으로 쉽게 알 수 있는 아테네의 건국에 대한 이야기와 아틀란티스에 대한 이야기는 상당한 흥미를 끈다. 특히 이름만 알던 그 아틀란티스에 대한 건국신화는 매우 흥미로웠다. 아틀란티스가 사실 포세이돈의 땅으로 내려진 장소라거나 포세이돈이 클레이토와의 사이에서 5쌍둥이를 낳았다는 내용은 처음 알게된 사실이었다. 그렇게 진행되다가 새로운 내용의 암시와 함께 중단된 내용은 매우 아쉬웠다. 초기에는 덕성있게 살아가던 그들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타락해가고 그로 인해서 제우스가 벌을 내리기 위해 신을 소집한다는 내용에서 반전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참으로 안타까웠다.


 이 책은 원문 해석만을 담고 있지 않았다. 앞부분에는 역자의 해설이 담겨있기도 해서 본문을 읽고 아쉬워하던 내게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 본래 이 크리티아스는 플라톤이 티마이오스와 헤르모크라테스까지 이렇게 3부작으로 계획했던 것이라고 한다. 티마이오스의 마지막부분과 이 크리티아스의 초기부분이 딱 이어진다는 점이 그것을 그것을 뒷받침하는 하나의 증거가 될 듯하다. 그런데 이렇게 크리티아스가 완성을 보지 못한 것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담고 있어서 매우 흥미진진했다.


 무엇보다도 가장 날 흥분하게 한 사실은 기존에 계획된 3부작에 대한 내용이다. 티마이오스는 우주론을 다루고 있는데 이것은 우주와 국가와 인간을 하나의 통일된 유기체로 묶어내려고 했다는 플라톤의 말년의 계획에서 그런 것이었다고 하니 정말 놀랍지 않은가. 국가에서 초기에 올바름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여 점점 국가에 대한 이야기까지 이끌어내는 그 놀라운 플라톤의 치밀한 구성과 논리에 감탄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데 이렇게 플라톤의 말년의 야심찬 계획을 알게 되니 정말 화이트헤드의 “유럽철학의 전통은 플라톤에 대한 일련의 각주” 라는 말이 왜 나왔는지 느낄 수 있었다. 다만 플라톤의 이 야심찬 3부작을 온전히 볼 수 없다는 점이 너무나 안타까울 뿐이다. 책에는 이 크리티아스의 중단된 부분까지만 플라톤이 쓰고 나머지는 쓰지 않았다고 추정하는데 부디 그 추정이 틀리길 빈다. 플라톤이 다 썼지만 유실되어 어디 깊은 곳에서 잠자고 있기를 바란다. 그렇다면 언젠가 발견되지 않을까? 정말 미완의 작품이라 너무나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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