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톤 정암학당 플라톤 전집 9
플라톤 지음, 이기백 옮김 / 이제이북스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우리는 살면서 간혹 국가의 불합리성에 대해서 불만을 갖고는 한다. 국가가 행하는 것이 대체로 다수의 이익을 위해 이루어지는 것이긴 하지만 항상 그 일이 옳다고만은 볼 수 없다는 사실은 결국 인간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것으로 돌아오곤 한다. 인간이 하기에 완벽할 수 없으며 인간이 하는 것이기에 잘못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최근 이슈가 되는 영화 “두개의 문”을 통해서 우리는 국가가 행하는 일의 정당성에 대하여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일명 용산 참사로 일컬어지는 사건을 초래한 것이 국가의 잘못이냐 아니면 국가가 집행하는 것을 막은 주민들의 잘못이냐 하는 것에 대한 갈등을 하게 한 지금의 시대를 바라보며 우리는 플라톤의 저작 “크리톤”을 펼침으로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현 시점의 주제와 완벽히 들어맞는 것은 아니지만 국가의 법에 대하여 그리고 우리는 국가의 법이 옳지 못하더라도 그것을 존중해야하는지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할 수 있다고 본다.


  많은 사람들이 흔히 알기를 소크라테스가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 말을 통해 많은 사람이 “국가가 하는 일은 옳다.” 라는 의식을 암암리에 갖게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크리톤을 본 사람이라면 이 말은 전혀 근거없는 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러한 뉘앙스가 풍기는 글은 발견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말이다. 이 크리톤은 소크라테스가 젊은이를 현혹하고 신을 믿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형을 선고받아 감옥에 갇혀 있는 상태에서 크리톤이라는 사람과 대화를 한 것을 기술한 것이다. 물론 이러한 내용은 허구이나 플라톤이 썼다는 점에서 아마도 현실이나 다름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을 관통하는 중심주제는 “국가의 법과 명령에는 무조건 복종해야 한다.” 이다. 일명 시민불복종에 대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소크라테스가 사형받기 직전에 감옥에 찾아온 크리톤은 탈출을 권유하지만 소크라테스는 그것이 옳은가 옳지 않은가를 면밀히 따져본 후 그것이 옳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고 결국 사형을 당하기로 한다는 내용이 이 책의 줄거리이다.


  실제로 소크라테스가 어떤 인물인지 알 수 없고, 거의 플라톤의 작품을 통해서만 대략 “그는 어떤 인물이다.” 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는 아마도 자신의 올곧은 신념을 가지고 있으며 그 신념에 따라 움직이는 인물임을 대략 추정케 한다. 물론 자기가 갖고 있는 생각보다 옳다고 여겨지는 원칙이나 신념을 깨닫는다면 바로 그것을 최우선에 둔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유연성이 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일상사 모든 것에 대한 옳고 그름을 따지는 인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생사가 달린 시점에서 그 행동이 옳은가 옳지 않은가를 검토해 보다니..


  “크리톤”에서 국가가 행하지만 옳지 않은 일이라면 그것을 거부할 수 있느냐라는 질문에 소크라테스는 법률과 국가를 의인화해서 차근차근 흔히 말하는 악법을 거부할 수 있다는 논리를 반박해 나간다. 물론 그 전에 확실한 원칙을 세우고 크리톤이 주장하는 것에 대한 반박논리를 펼쳐나간다. 의인화된 법률과 국가가 설파하는 논리는 탈옥이 나라와 법률의 파멸을 가져온다는 점이 제일 반박논리이다. 그리고 탈옥이 국가와 합의한 것을 파기한다는 것도 주장한다. 그동안 국가에서 잘 먹고 잘 살아갔는데 이제야 국가의 명령을 행하기 싫다고 탈옥하는 것은 무엇이냐 이것이다.


  변론에서 보여준 소크라테스의 시민불복종에 대한 강한 의지와는 다르게 크리톤에선 국가의 명령에 절대복종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데 이것은 일면 소크라테스의 역설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시민불복종이라는 이 주제는 정말 만만치 않은 주제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맞는 것 같기도 하고 또 다시 생각하면 아닌 것 같기도 한 이 주제에 대해 확고한 판단을 내리기가 참 어려웠다. 나는 본래 잘못은 고침으로서 더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국가의 경우에도 잘못된 법이라면 마땅히 고치고 개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맥락에서 보면 국가가 행하는 옳지 못한 명령에 대하여 우리는 거부할 수 있다고 볼 것이다. 하지만 옳지 못한 명령이라고 사사건건 거부하는 것이 당연하게 된다면 이 책에서 법률이 말한 것처럼 국가와 법의 근간을 뒤흔들어 파멸로 이끌게 되지 않을까. 너도나도 자신만의 생각으로 악법이라 생각되는 것을 거부한다면 누가 그것을 지키고 행하겠는가 말이다. 물론 일명 악법이라 부르는 옳지 못한 법에 대해서는 수정해야 하지만 그것은 정당한 절차를 밟아나가야 한다. 비록 그 전에 그 법에 대한 불이익을 받은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개개인이 이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자신이 이 사회에 살기로 국가와 암암리에 합의했음을 보여준다. 자신이 싫다면 다른 곳으로 가야말 것임이 틀림없는 것이다. 하지만 불만을 가지더라고 이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간다면 자신은 이 사회의 법률을 지키며 살아가겠다는 의지를 은연중에 나타낸 것이 아닐까.


  시민불복종에 대한 찬성과 반대를 딱 결정짓는 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나는 이 글에서 이 문제의 반대를 밝혔지만 찬성에 대한 생각도 갖고 있다 다만 원칙과 법이 우선이라는 판단을 했을 뿐이다. 이 문제에 대하여 더 나은 의견이 나온다면 모를까 아직은 이정도 판단밖에 내리지 못하겠다. 현 사회가 법을 너무나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으로 집행한다는 점이 안타깝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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