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의 서재
이채윤 지음 / 푸른영토 / 2012년 4월
평점 :
품절


 최근 들어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유명인들의 독서이다. 나는 이 책을 보는데 유명한 사람들은 과연 어떤 책들을 보며 생각에 영향을 받는지 궁금했다. 전에 보았던 최재천 교수의 책을 통해서 그가 오늘날의 위치에 오르는 동안 보았던 여러 가지 책들을 알게 되었고 이 책의 저자가 썼던 안철수의 서재를 보고 그의 생각을 간접적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다만 사족을 달자면 안철수의 서재는 썩 마음에 드는 책은 아니었다. ‘노무현의 서재’ 가 훨씬 충실히 만들어졌다. 이 책의 내용을 통해서 노무현의 삶을 간접적으로 들여다보고 그가 생각했던 생각과 추구했던 이념을 엿볼 수 있는 좋은 독서가 되었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벌써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것만 그가 남긴 발자취는 아직도 남아 있는 듯하다. 비록 수구세력들의 핑계거리로 등장하는 것이 많기는 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그는 고졸이라는 학력의 약점에도 불구하고 기득권과 맞서 세상을 바꿔 보려했던 사람이라는 것은 틀림없다. 인터넷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그의 연설에서 확연히 드러나는 그의 기득권을 향한 선전포고는 참 감탄이 절로 나오게 했다. 반칙과 특권이 용납되는 사회가 아닌 누구나 정정당당하게 노력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사회를 만들려고 했던 그의 도전이 실패로 끝났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깝다.


 간혹 인터넷에 나오는 한 장면이 떠오른다. 김영삼을 필두로 해서 삼당야합을 선언하는 장소에서 오로지 혼자 반대하며 이의있다고 손을 번쩍 드는 그 장면을 통해서 그가 결코 타협하는 삶을 살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사진이다. 왜 그가 이런 어려운 길을 걸어왔던 것일까? 그는 고졸학력에 불과 했지만 능력있는 변호사로서 잘 살았다고 한다. 한 때는 집안이 잘 살았지만 사기를 당한 후 가난이라는 덫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고 한다. 고등학교 3년을 다니는 동안 집과 떨어진 학교로 인해서 그 3년을 여기저기서 잠을 자며 학교를 다녔다고 하니 말이다. 이후 어망제조업체에서 잠시 일을 하다가 때려치우고 고시를 보고 변호사가 되어 앞날이 보장된 길을 걸어왔다. 삶은 우연이라 하던가. 그가 우연히 맡게 된 부림사건을 계기로 완전히 그는 인권변호사로 다시 태어났다. 부조리한 사회를 보며 그는 다시 공부를 시작하다가 보게 된 책이 바로 ‘전환시대의 논리’ 라는 책이다. 그 책 속에는 세계의 본질을 꿰뚫는 새로우 메시지와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 있어 그는 이내 민주화 운동을 하는 청년들이 이 책을 읽고 “의식화” 되었는지 알게 되었다. 그도 ‘코페르니쿠스적 대전환’이 일어난 것이다. 아마도 이 책을 통해서 세상을 제대로 바라보는 눈을 갖게 된 것이 아닐까 한다. 감겨있던 눈을 뜨고 세상을 직시하지 않았을까.


 그의 굴곡진 삶 속에서 탄핵을 받았던 그 시기는 결코 지나칠 수 없지 않을까 한다. 사상처음으로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여 60여일이나 정지된 그가 잡았던 책은 김훈의 칼의 노래하고 한다. 이순신장군의 백의종군시기부터 2년간의 이야기를 1인칭시점으로 기술한 그 책은 인간 이순신의 내면을 그린 책이다. 전쟁의 공포, 혈육을 읽은 애통한, 혼탁한 조정에 대한 걱정, 백성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책으로서 고뇌하는 한 인간의 모습을 보며 그는 동질감을 느꼈을 듯하다. 보수의 횡포로 인해서 고통받는 자신의 모습과 이순신의 모습은 닮아 보이지 않았을까.


 대통령의 임기를 다 마친 이후에도 이 땅의 진보에 대하여 끊임없는 걱정을 했던 사람이 바로 노무현이다. 진보가 어떤 길을 가야 할지, 그리고 앞으로의 한국은 무엇을 추구해야할지 각계의 학자들과 논의하고 토론하던 그는 제레미 리프킨이 쓴 “유러피언 드림” 이라는 책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성공을 향한 아메리칸드림이란 길의 반대편에 있는 유러피언 드림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할 방향이라고 본 것이다. 저출산, 양극화, 비정규직, 환경파괴, 사교육 팽창, 도심 난개발 등 수많은 우리 사회의 문제를 풀 수 있는 것이 분배, 형평성, 연대 등의 가치를 중시하는 유럽모델이라고 판단했다. 보수나 진보 둘 다 어떻게 하면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가? 고민한다. 방향은 다르지만 서로 같은 문제에 대해 고민한다는 것이다. 아메리칸 드림과 유러피언 드림으로 대변되는 보수와 진보의 국가적 역할 모델을 통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인 코리언 드림을 찾아나선 것이다. 결국에는 그가 생을 마치면서 안타깝게 미완으로 끝났지만 말이다. 만약 그가 학자들과의 연구를 끝까지 진행해서 진보의 미래를 완성했다면 과연 어떤 결과물이 나왔을까? 미완의 결과가 출간되었긴 하지만 그가 생각했던 모습에는 미치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안락한 삶에서 벗어나 이 땅을 지배하는 기득권과 대항했던 그의 삶이 아직도 많은이에게 잊혀지지 않았다는 것은 아직 희망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가 말했다.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고 말이다. 모두가 깨어 있는 시민이 되어 바뀔 세상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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