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지식인의 독서 노트 - 책 읽기에 대한 사유와 기록 조선 지식인 시리즈
고전연구회 사암, 한정주.엄윤숙 엮고 씀 / 포럼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세상에서 가장 손쉽게 자신의 자아를 살찌우는 것은 독서라는 것에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만큼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흥미로운 세계 속에 빠져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인문학이 재조명되면서 독서에 대한 관심도 커져가고 있는 오늘날 독서라는 것에 대해서 다시금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가져 보았다.


 어릴 적에는 누구나 스펀지 마냥 많은 것들을 흡수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내가 개인적으로 경험한 바에 의하면 그렇다. 물론 다른 사람들도 어릴 적 기억을 되새겨보면 상당한 공감을 하지 않을까 싶다. 신체와 정신을 성장해 가는 시기인 어린 시절에는 흥미를 잃지 않도록 하는 적절한 교육이 동반된다면 천재로 키우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본다. 이러한 사실은 “칼 비테 자녀교육법”에 의해서 이미 증명된 바 있다. 나도 어린 시절 삼국사기로 독서에 입문하여서 당시에는 남들보다 조금 나은 모습을 보였었다. 아쉽게도 혼자서 독서를 하였기에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해서 큰 효과는 보지 못했지만 말이다. 지금 생각하면 당시에 내가 제대로 책을 보았더라면 천재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다소 과한 생각도 해본다.


 성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독서를 즐기는 나이지만 항상 책을 볼 때 마다 내가 제대로 독서를 하는 것인지에 대한 확신은 없었다. 쉽게 넘어가는 책들도 있지만 머리를 싸매고 봐도 항상 어려운 책들도 있다. 특히 옛 사람들의 저작들을 볼 때면 내가 글을 보는 것은 분명할진대 도대체 왜 뜻은 머릿속으로 들어오지 않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물론 이럴 때는 반복 독서만이 유일한 방도인 듯하다. 옛날 김득신은 사기의 백이전을 1억 번이 넘도록 보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 책 말고도 사서삼경을 비롯한 책들 중에는 6,7만번을 본 책들이 있었다고 한다. 비록 내가 그만큼 보진 않겠지만 수십 번 정도는 봐야 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삶을 살면서 내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단 두가지이다. 맛있는 것을 먹는 것과 독서. 딱히 남들처럼 게임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여행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독서를 통해 접하는 세계야 말로 가장 흥미진진한 세상이다. 나에게는 독서가 숨쉬는 것과 같이 당연한 것이다. 독서를 싫어하는 사람들을 보면 이해를 할 수 없다. 격몽요결에서 이이선생은 독서란 마땅히 해야 할 것이라고 하셨다. 독서를 하지 않는 사람은 마음이 꽉 막혀 사물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분별하지 못한다고 하시면서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다. 이렇듯 독서는 세상을 살면서 없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을 때에는 마음을 다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글을 읽을 때에는 세 가지가 머물러야 하는데 이는 마음과 눈과 입이다. 이 세 가지가 함께 머무르지 않는다면 그것은 제대로된 독서가 될 수 없는 것이다. 선조들의 책을 향하는 마음을 보면 내가 하는 독서가 참으로부끄럽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나는 누워서 책을 볼 때도 있는데 이것은 선조들이 가장 경계하는 것이었다. 잠을 자기 위해 눕는 것이지 누워서 책을 본다는 것은 잠을 자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라는 뜻이다. 또 옛날 독서하는 사람에게는 다섯 가지 방법이 있었다.


1.박학-두루 혹은 널리 배운다.

2.심문-자세히 묻는다.

3.신사-신중하게 생각한다.

4.명변-명백하게 분별한다.

5.독행-진실한 마음으로 성실하게 실천한다.


 정약용 선생께서 다산시문집 오학론에 이르러 이러한 말씀을 하셨다. 위와 같은 다섯가지 방법이 있는데 요즘 사람들은 첫 번째에만 치중하며 다른 네가지 방법에 관심조차 두지 않는다고 말이다. 이러한 것은 수백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적용되는 말씀이다. 단지 책을 읽는 것에만 몰두하여 사색과 같은 자신의 마음을 통한 궁구를 하지 않는 것들을 보면 정말 옳은 말씀이 아닐까 한다.


 옛 선조들의 독서에 대한 기록들을 보면 독서를 결코 단순한 행위로 취급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여기저기서 드러난다. 올바른 자세로 책을 보았으며 동시에 자신의 마음을 담았다. 결코 글자에만 집착하지 않았고 읽음으로서 옛 선인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찾아 나섰다. 그리고 뜻을 득한 이후에는 몸소 실천에 이르렀던 것이다. 앎과 실천이 겸해지는 행위였던 독서를 통해서 자신을 완성해 나갔다. 심지어는 밤낮으로 독서를 하다가 30세에 요절한 사람도 있었다. 그만큼 독서에 쏟는 마음은 참으로 깊고도 넓었으며 치열했다. 


기억에 남는 글귀

-책 한 권을 다 읽을 수 있는 여유를 기다리다 책을 펼친다면 평생 독서할 수 없을 것이다. 시간에 쫓길지라도 한 글자를 읽을 수 있는 틈이 나면 반드시 한 글자라도 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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