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토피아의 탄생 - 섬-이상향 / 이어도의 심성사
주강현 지음 / 돌베개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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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자신만의 이상향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젊은 시절에 열심히 일하고 은퇴하여 물 좋고 공기 맑은 곳에 아름다운 집 짓고 편안한 노후를 기대하는 것은 누구나 기대한다. 소소한 개인만의 이상향이지만 비단 이런 것뿐만 아니라 전설 속에 나오는 아틀란티스 대륙과 같은 이상향은 한번쯤 생각해보았을 것이다. 현실이 너무 힘들고 고달픈 오늘날 이런 유토피아를 꿈꾸는 사람들은 더 많아지지 않았을까 궁금증이 들기도 한다. 이 책은 유토피아에 대한 담론을 담고 있는 책이다. 팍팍한 현실을 잠시 잊고 유토피아의 세계 속에 빠져 들게 하는 책인 것이다.


 “인간에게는 유토피아를 꿈꾸는 변혁의 DNA 같은 그 무엇이 있다.”  P-103


 플라톤은 그의 저서 “크리티아스”에서 사라진 대륙 아틀란티스에 대해 최초로 언급하였다. 그 이후로 아틀란티스는 유토피아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듯하다. 오늘날에도 이 사라진 대륙을 쫓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에 달한다. 이 사라진 대륙의 이름은 문학에서 사용되기도 하고 우리나라에서는 노래의 제목에 사용되기도 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아직도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존재 할 수 없지만 완벽한 장소인 유토피아를 인간은 결코 포기하지 못하는 것 같다. 비록 그것이 사실이 아닐지라도 말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서양의 유토피아에 대한 이야기를 비롯하여 중국인들이 꿈꾸는 유토피아,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우리 선조들이 꿈꾸던 유토피아를 기술하였다. 각자가 부르는 명칭은 다르지만 누구나 행복하고 완벽한 세상에서 살기를 원하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다. 과거에도 그랬듯 우리는 오늘날에도 아니, 미래에도 유토피아를 꿈꿀 것이다.


 유토피아의 탄생을 비롯하여 다양한 유토피아에 대한 담론을 담고 있는 것이 이 책이지만 내가 흥미롭게 본 것은 울릉도에 관한 이야기이다. 동해에 있는 이 섬은 조선이 공도정책-섬을 비우는 정책-을 행한 이후로 다양한 이상향의 모델이 되었다. 세종이 통치하던 시대에 이런 유언비어가 퍼졌다. 요도라는 섬이 동해에 있어 그곳에만 가면 평생 편안하게 살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결국 이 없는 섬에 관한 유언비어로 심지어 왕의 명으로 그 섬을 찾아 헤매는 일까지 생겼다. 그런데 이러한 소동은 다른 시대에도 다른 이름을 가진 섬으로 인해서 지속적으로 일어났다. 결국에는 너무나 힘든 현실이 그네들을 허상에 빠지게 한 것이다. 그리고 공도정책으로 인해 금단의 섬이 되어버린 울릉도는 그러한 소문이 확산되는데 일조했던 것이고 말이다. 금단이란 열매는 너무나도 탐스러워 먹고 싶은 것이 당연한 것이지 않은가. 한낱 유언비어에 휩쓸리는 우매한 백성들과 그 없는 섬을 찾아오라는 왕이라니 참으로 웃기지 그지없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또 나온다. 해랑도에 주거하며 노략질을 일삼는 해랑적들은 300백년이나 출현했다. 그 해랑도를 찾는 조선과 지속적으로 출현하는 해랑적들에 대한 이야기는 앞서 언급한 울릉도의 사례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결국 이러한 것은 조선후기에 가서 서양의 배들이 각 바다에 출몰하면서 정확한 바다지형이 드러나며 끝이 난다. 조선시대에 살던 민중들의 힘든 삶이 유토피아라는 이상향으로 승화되어 구현된 것이 이러한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된다. 살기 힘든 현실에 이곳을 벗어나고 싶기도 하고 나라에서 울릉도에 못가도록 정책을 펴니 동해에는 그들이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곳이 있을 거라는 믿음이 생긴 것이 아닐까. 비록 그것이 허황되더라고 자신들의 한 가닥 희망을 가지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을테니까 말이다.


유토피아의 머리글자 U는 그리스어에서 ‘없다(OU)’ 라는 뜻과 ‘좋다(EU)’라는 뜻을 모두 지니며, TOPIA는 장소를 뜻한다. 따라서 유토피아는 이 세상에 없는 곳과 좋은 곳의 뜻을 동시에 지니며 실제 지리학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장소이다.  -P27


우리는 현실을 살아간다. 감각을 느끼며 생각을 하고 생활을 하며 확실히 현실을 살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러한 존재하지 않는 곳이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이것은 다 현실을 우리에게 너무나 힘들어서 그런 것이라 본다. 황금숟가락을 가지고 태어나지 않는 이상 누구나 평범한 삶을 살아갈 것이고, 보통의 삶을 살려고 해도 각고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더구나 오늘날의 현실은 더 힘들어지지 않았는가. 우리가 원하는 것보다 항상 못 미치는 것을 가질 수밖에 없고 그것을 뛰어넘는다는 것은 시대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한 것을 볼 때 인간은 어느 시대가 되었든 항상 유토피아를 꿈꿀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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