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문고 줄 꽂아놓고 - 옛사람의 사귐
이승수 지음 / 돌베개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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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서 들은 말이 기억이 난다. 죽기 전까지 평생의 지기를 1명이라도 갖게 된다면 그 사람의 인생은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이야기 말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러한 출처를 알 수 없는 이야기로 인해서 내가 중고등학생시절 아이들과 그렇게 잘 어울리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지금은 맺은 인연을 깊게 이어가고 있으니 마냥 나쁜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마음이 맞는 소수의 친구가 다수의 평범한 친구보다는 낫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시적인 느낌이 흘러나오는 제목을 가진 이 책은 옛 선인들의 사귐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우리 선인들은 어떠한 친구들을 가졌으며 어떠한 인연으로 친구가 되었는지를 제대로 알게 해주는 책이었다. 신분과 출신 그리고, 나이에 구애됨이 없이 오로지 뜻이 통하여 같은 마음을 지닌 선조들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나 자신은 제대로 친구와의 인연을 가지고 가는 것인지 내가 친구에게 대하는 것은 올바른 것인지 하는 등의 여러 가지들이 내 머릿속을 지나갔다.


 나는 친구에 대한 정의를 나름대로 가지고 있다.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흘러 만나도 과거와 같이 변함없는 태도로 대할 수 있는 친구를 나는 친구라고 생각한다.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친구와 마음이 통하는 그러한 친구가 평생지기가 아닐까. 안정복과 이익이 평생 동안 서로 만난 일수는 겨우 4일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둘은 첫 만남부터 뜻이 통하여 평생을 벗으로 지냈다. 비록 안정복은 이익을 스승으로 대했지만 이익은 안정복을 제자가 아닌 벗으로 대하였다. 이처럼 서로 간에 마음이 통하고 뜻이 통한다면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확실히 나타난다.


 김상헌과 최명길은 청나라의 수도 심양에 포로로 끌려가서 같이 지내고 나서야 서로를 이해하고 뜻이 통하는 사이가 되었다. 청나라를 대하는 태도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던 둘은 같은 포로가 되고서야 서로를 이해하게 된 것이다. 나는 이 둘의 사이가 정말 놀랍다고 생각된다. 군대에 있을 적에 나와 극과 극인 동기를 만나서 지내는 데 엄청 고생했었기에 나로서는 정말 놀라웠다. 서로간의 가치관과 생각이 완연히 다른 사람은 서로를 이해하는 게 매우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과연 나였다면 이러한 차이를 극복하여 서로를 이해하는 사이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친구를 사귄다는 것은 결국 사람을 대하는 일이다. 사람을 대하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 없는데 선인들의 아름다운 사귐을 보노라면 참으로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나이와 신분 등 남들이 보기에는 결단코 만만치 않는 제약을 넘어서 이뤄낸 그들의 사귐이란 정말 오늘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옛 선인들처럼 아름다운 사귐이 널리 알려져 이러한 위대한 사귐이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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