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가, 절대권력의 기술 - 진시황에서 마오쩌둥까지, 지배의 철학
정위안 푸 지음, 윤지산.윤태준 옮김 / 돌베개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나는 항상 우리나라의 형벌이 매우 약하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하고 있었다. 대중들이 보기에는 죽어도 싼 놈들이 고작 몇 년에 불과한 징역형을 선고 받는 것들을 보면 참으로 통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나 고위층에 있는 그들은 저지른 중대한 범죄에도 불구하고 곧 특별특사로 나오는 것들을 보면 우리나라의 법치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과거 상앙, 한비 등이 주장한 법가이념이 이 나라에 제대로 구현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법가라는 이름 때문에 나는 단지 이 사상이 제대로 된 법치주의를 주장하는 사상이겠거니 했다. 하지만 이 책을 보고나니 내가 했던 생각들은 잘못된 착각이었으며 법가라는 사상을 너무나 잘못 바라보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고대 중국을 최초로 통일했던 진나라의 황제는 전부터 한비자가 쓴 책을 보며 법가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통일 이후에도 엄격한 법가사상을 적용하여 나라를 다스렸다. 냉혹한 법가 사상은 이후 들어서는 한 무제에 의해 버림받게 되었다. 그동안 냉혹한 법가에 의해 다스려졌으니 이제는 안온한 유학에 의해 나라를 다스릴 것이라고 공표한 것이었다. 하지만 한 무제는 단지 유학만으로는 나라를 다스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양유음법 또는 외유내법으로 불리는 방법을 이용하였다. 이는 외부로는 유학으로 다스리고 내부로는 법가를 제도화한 통치제도를 반복하여 사용한 것이다. 이러한 통치방법이 이때부터 오늘날의 중국에 이르기까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가장 큰 주장이다. 법가의 탄생부터 법가의 요체, 마오쩌둥의 법가 이용을 기술한 이 책을 들여다보면 상당한 공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법가를 규정한 이 “절대 권력의 기술” 이름은 법가의 요체라고 볼 수 있다. 세(勢), 법(法), 술(術)이라는 요소들을 통해서 구현되는 법가 사상은 정말 절대군주를 위한 사상이라고 밖에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없다. 군주라는 한 존재 아래로 모든 이가 평등하지만 군주는 결코 신하를 비롯한 사람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 단지 군주 자신의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만물 가운데 군주 자신의 몸보다 더 귀한 것은 없고 군주의 지위보다 더 존엄한 것은 
    없으며 군주의 권위보다 더 중한 것은 없고 군주의 세력보다 더 성한 것은 없다.”
                                                                                        -한비자-


 내가 가장 충격을 받은 것이 이러한 법가사상의 부분이었다. 오직 군주만을 위하며 그 외에 존재들은 가축이나 다름없다고 보는 시각은 비단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최상류층의 일원이라는 이러한 관점을 상당히 공감할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일반 사람들과 자신은 다른 존재라고 여기는 그들이라는 이러한 생각을 충분히 받아들지 않을까나. 책에 담긴 세(勢), 법(法), 술(術)의 장에서 법가에 대한 여러 가지 내용이 담겨있지만 모든 것이 군주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사상의 전개였다. 군주는 신하를 절대로 믿지 않으며 자신의 생각은 꽁꽁 숨겨두고 가끔씩 어리석은 모습을 보이며 신하를 시험하기도 하며 군주 스스로가 말하는 것이 법이 되었다. 이러한 모든 것들이 법가가 지향하는 것이 자로 “군주를 위한 절대 권력”이라는 것을 결코 부정할 수 없게 만들었다. 강력한 국가를 이룩하여 백성들을 편안하게 하는 것도 아니며 오로지 군주를 위한 사상이라니.


 군주를 위해 자연히 절대 권력의 추구를 지향하는 이 법가 사상은 중국의 권력자 마오쩌둥에 의해 현대에서 새롭게 적용되었다. 2천여 년 동안 법가는 국가와 제도가 가야할 수많은 방향들을 제시해 주었고 그것은 자연히 중국공산당에도 영향을 주게 되었던 것이다. 마오는 법가와 막스-레닌주의의 결합을 통해서 과거 진시황이 저지른 일을 똑같이 저질러 버렸다. 공자를 탄압하고 진시황을 숭배하였고, 문화대혁명이나 대약진운동 등을 통해서 절대 권력을 위한 길을 하나하나 밟아갔다. 이러한 사실들을 보면 역시 역사는 반복된다는 생각을 져버릴 수 없다.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이렇게 역사가 반복되다니 참으로 놀랍다.


 중국은 결국 유학을 앞으로 내세우기만 하고 법가를 이용하여 절대 권력을 추구한 것이다. 수천 년 전에도 그러하였으며 오늘날에도 그러한 통치방법을 이용하고 있다. 법가에 따른 통치가 아닌 법가를 이용한 통치를 통해 다스리는 중국을 보노라면 중국은 참으로 무서운 나라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민주주의국가인 우리나라에서도 수많은 권력자들이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여러 가지 사건들을 일으켰는데 중국 공산당이 이끌고 있는 중국에서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을지 상상할 수조차 없을 듯하다. 법가사상을 제대로 알아야 일반 국민에 불과한 내가 권력자들이 추구하는 방향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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