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에 관심을 갖게 된 후 내가 가장 어려워하는 것이 철학이다. 하지만 어려운 만큼 철학에 대한 매력을 느끼고 있다. 왜냐하면 우리의 모든 삶은 철학적인 삶이나 다름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속에서 판단하는 모든 일들에 대하여 깊숙히 사유해 본다면 그 판단의 밑바탕에는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나름대로의 기준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각각의 생각들을 파헤쳐 가다보면은 그것은 결국 철학적인 문제로 나아가게 된다. 내가 하는 행동에 대하여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것은 스스로가 생각하기에 그 행동이 옳지 못하다고 생각하기에 그럴것이다. 이것은 결국 올바름에 대한 문제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우리의 생활을 철학과 같이 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스로의 삶을 철학과 연관시켜 깊숙히 생각하면서까지 살아가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일반인들은 그다지 생각하지 않는 철학에 대하여 깊숙히 파고 들고 있는 철학자들은 어떠한 생각들을 가지고 있을까? 이러한 질문에 답변이 될만한 책이 바로 이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성을 가진 하버드 대학에서 철학의 최전선에서 난제들과 싸우고 있는 철학자들과의 인터뷰를 엮은 책으로 서문에서 옮긴이들이 철학의 입문서가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결코 입문서의 수준의 책이 될 수 없다고 본다. 한마디로 상당히 어렵다. 여기서 나오는 인물들은 철학이란 분야에서 각자가 저마다 뛰어난 학식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러한 사람들과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우선 철학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철학에서 기본지식을 갖추려면 상당히 공부해야할 것 같다.-을 갖추고서야 인터뷰어와 학자간의 대화를 이해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일반인이 보기에는 글을 따라가기에 벅차다고 생각된다. 난 이 책을 보고 대륙철학과 분석철학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단어들은 왜 그렇게 눈에 잘 안 들어오는지.
14명의 철학자 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철학자는 아무래도 마이클 샌델 교수가 아닐까 싶다. 한국을 정의에 대한 사유로 휩싸이게 했던 유명한 샌델교수에 대한 인터뷰는 역시나 어려웠다. 난 차라리 롤즈의 인터뷰가 이해가 더 잘 되었다. 롤즈는 철학을 진로로 정한 학생들에게 철학을 권유하지 않겠다고 했다. 오히려 철학이란 학문이 얼마나 험난한지 알려주고 가지 말라고 할 것이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철학을 잘 할 정도면 다른 학문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하며 철학이 주는 진정한 보상은 개인적이고 사적인 것이라는 걸 잘 알아야 한다고 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래서 더욱 끌리는 것이 아닐까 한다. 과학이나 수학처럼 단순히 떨어지는 답을 찾을 수 있는 학문이 아니라서 더 어려울지 모르지만 말이다.
상당히 이해하기 어렵고 따라가기도 어려웠지만 철학의 최전선에 있는 철학자들의 생각들을 조금이나마 엿본 것 같아서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