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 필요한 시간 - 강신주의 인문학 카운슬링
강신주 지음 / 사계절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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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날이 치솟는 물가와 좀처럼 오르지 않는 월급, 하루가 다르게 팍팍해져가는 우리네 삶 속에서 우리는 너무나도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기에 일을 하거나 돈 때문에 우리는 일을 하는 것 같다. 간혹 자신이 원하는 일들을 행복하게 하는 사람들의 사례는 극소수에 불과한 듯 싶다. 속어의 표현을 빌리자면 "죽지못해 산다" 라는 말에 맞는 삶을 사는 이들이 너무나 많다. 매일 같이 부정적인 기사들과 흉흉한 사건들속에서 우리는 정신마저 병들어 가고 있다. 그렇기에 더욱더 철학이 필요한 것이다. 제목에서 말하듯이 우리는 지금 철학이 필요한 시간을 맞이했다. 인문학의 중요성이 최근들어 강조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더욱더 필요한 것 같다. 일제치하에서 독립한지 얼마안되어 동족끼리 상잔하는 전쟁을 맞이하였고 이후 각국의 원조를 받아 급속도로 발전해왔다. 서양이 수백년에 걸쳐 쌓은 것들을 우리나라는 반세기 동안에 급속도로 받아들였다. 물질만능주의가 횡횡하게 되었고 일제에 의해 오염된 우리의 정신과 과거사를 청산하지도 못했다. 그리고 오늘날 세계를 지배하는 신자유주의 속에 우리는 정신차리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이렇기에 우리는 더욱더 철학을 통해 자기자신을 다스려야 하지 않나 싶다.


 고전이 강조되고 철학을 비롯한 인문학의 재발견이 이루어지는 요즘 책들을 소개하는 책이 상당히 많이 나오는 것 같다. 물론 이 책도 그러한 책들중에 하나이다. 하지만 이 책은 평범하지 않다. 간혹 이런 류의 책들은 소개하는 책들의 거대한 내용에 매몰되어 자기만의 색을 보여주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은 그렇지 않다. 책속에 담긴 씨앗들을 제대로 채취하여 저자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밭속에 심어서 새로운 식물들을 아주 잘 키워낸다. 우리는 그렇게 제대로 키워진 식물들을 감상한다. 개인의 내면을 위한 챕터와 자신과 타자에 대한 챕터, 마지막으로 모두를 아우르는 챕터 이렇게 3챕터로 나뉘어 각각의 주제에 적합한 책들이 담겨있다. "분서"에 담긴 이지의 마음을 통해서 개처럼 살지 않는 방법을 알아보기도 하고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히이만"을 통해서 범죄를 방관한 자가 범한 죄가 무엇인지 알게 되기도 했다. 무거운 주제들도 있었고 내가 공감하는 내용들도 많았다. 내가 가장 인상깊게 생각한 것은 한 학생의 질문에 저자가 답변한 내용이다.


 학생   "선생님. 이상과 현실은 타협할 수 있는 것인가요?"

 저자 


"이상과 현실의 타협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사치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현실이란 급류, 그러니까 모든 것을 휩쓸어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려는 압도적인 강물과 같은 것이지요. 여러분은 지금 이런 급류 속에 있는 것입니다. 그럼 이상이란 무엇일까요? 그건 여러분의 손에 들려 있는 작은 나무토막 같은 겁니다. 급류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그 나무토막을 강바닥에 박고 버텨야만 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급류의 힘이 너무 강해 질질 끌려가기 쉬울 겁니다. 그렇지만 강바닥에 박은 나무토막이 없다면, 우리는 급류의 힘에 저항할 수도 없을 겁니다."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주체적으로 살기란 매우 어려우 것 같다. 신문사에 들어가서 기자가 된 사람이 현실의 벽에 부딫쳐 좌절한다는 류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다. 자신은 진실을 알리고 사회에 기여하는 그러한 기자가 되고 싶었지만 아무리 옳은 기사를 취재해도 여러경로로 들어오는 압력에 굴복할 수 밖에 없다는 암담한 현실을 마주친 그는 좌절하고 만다. 결국에는 시류에 편승하여 그저그런 혼이 없는 기자가 된다는 내용이다. 과거에는 옳은 길을 가는 사람들을 잡아넣고 했지만 오늘날에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한다. 모든 통로를 차단하여 고사시켜 금전적으로 매우 곤란하게 만든다. 결국에는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주체적으로 산다는 것은 매우 힘들어졌다. 이러한 것들을 볼때 학생의 질문에 대한 저자의 대답이 상당히 날카롭다는 생각이 든다. 과연 우리는 주체적인 삶을 사는 것이 가능할까? 우리는 제목대로 철학이 필요한 시간속에 사는 것 같다. 삶이 힘들어서든 이상을 꿈꾸어서든 우리에겐 철학이 유일한 해방구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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