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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경제학
이원재 지음 / 어크로스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우리는 많은 매체를 통해서 우리나라의 대기업들이 사상최대의 실적을 냈다고 하는 기사들을 접한다. 삼성과 현대라는 두 거대 글로벌 기업들이 해외에서 많은 수입을 벌어 들이고 항상 어떤 제품으로 상을 탓다던가 아니면 순이익이 역대 순이익을 넘었다는 소식은 왠지 모르게 흐믓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런 글로벌기업을 위시한 대기업들은 매출이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주가도 오르는데 이런 대기업이 있는 우리나라의 국민은 왜 대부분이 나날이 삶이 힘들어지는 것을 느껴야 하는 것일까? 기름값은 2000원대를 넘어선지 오래고 대중교통비도 나날이 오른다는 소식만 기사에 나온다. 물가를 잡기 위해 보통 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금리는 오르지 않고 은행에 돈을 넣어두어도 실질적으로는 손실이 난다. 밥한끼를 해결하기 위해 식당보다 편의점 삼각김밥과 도시락을 사는 직장인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심지어는 5000원으로 사먹을 수 있는 것은 자장면과 김밥밖에 없다는 웃지못할 기사까지 나오고 있다. 같은 나라에 살지만 한 곳에선 사상최대의 이익을 벌어들여 웃고 있으며 다른 한편에서는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물가에 삶이 더 팍팍해진다. 왜 그럴까? 왜 우리는 같은 나라에 살면서 이렇게 다른 삶을 살아야하는 걸까?
우리는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다. 대기업들은 잘만 쭉쭉 성장하고 있는데 대다수의 국민은 삶이 팍팍해져가고 있다. 그럼에도 많은 언론이나 지도층은 대기업이 잘 성장해야 그 기업들이 번 돈이 밑으로 흘러들어 일명 낙수효과(=트리클 다운효과)가 일어나 다 잘 살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대기업위주의 기업프렌들리 경제전략은 실패했다. 이미 대다수의 국민이 그것을 알 것이다. 이 정권이 들어와서 더 삶이 팍팍해지고 대기업만 잘 먹고 잘 살게 되었다는 것을 말이다. 이 책의 저자는 그동안 한국의 대기업이 엄청난 성장을 했지만 고용증가율은 2.8%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말하며 고용없는 성장이 이루어졌으며 트리클다운 효과는 없다고 결론내린다. 이 외에도 상당히 많은 부정적인 내용과 그 근거가 나온다. 순창고추장을 만든 대상의 경우도 들고 아일랜드와 아이슬란드의 실패한 자본주의도 들어가며 많은 경제학자들이 숭배하던 애덤스미스의 이론은 틀린 것이라 결론 내린다. 윤리가 없는 애덤스미스의 모델은 틀린 것이고 이를 애덤스미스의 오류라고 한다. 뭐 복잡하지만 간략히 이야기 하자면 오늘날의 워싱턴함의로 대변되는 신자유주의를 비롯한 주주자본주의 등 오늘날 경제모델의 주류로 인정되는 것들이 잘못 된 것이고 우리는 그보다 더 나은 경제모델을 생각해야하는데 그 경제모델에서는 인간의 이기심으로 이루어지는 모델이 아니라 인간의 이타심으로 움직이고 구성되는 모델을 추구해야한다. 이정도가 이 책의 대략적인 줄거리이자 결론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내가 이 책에서 느낀 인상적인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미국의 과거 50~60년대에는 누구나 풍족했으며 사상최저의 불평등사회였다는 사실과 우리가 추구해야할 모델의 핵심은 협동이라는 사실이다. 앞서 내가 간단히 이 책의 결론을 내렸지만 이 책에서 담고 있는 내용은 상당히 흥미로운 것들이 많았다. "눈먼자들의 경제"에서 보았던 아이슬란드의 몰락이라든가 한국의 좋지 않은 모습들 등이 그런 것이다. 미국은 대공황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절망에 빠지고 삶이 끝이 보이지 않는 구덩이에 빠졌는데 이 때가 아이러니하게도 거의 대부분의 사람이 같은 출발선에 서게 되었다. 이후 루즈벨트 대통령이 진행한 뉴딜정책으로 경제동력에 시동을 걸게 되었고 이 후 보다 많은 사람이 중산층의 위치에서 삶을 행복하게 보내게 되었다. 구체적으로는 부자에게 엄청난 과세를 하고 복지를 확충하는 등의 정책들이 있었지만 생략하기로 하자.
아무튼 모두가 같은 위치에서 출발하고 정책은 요즘 수구들이 말하는 빨갱이 정책을 시행하면 그렇게 될 수 도 있다는게 아니려나? 뭐 어쨌든.. 난 이 시기에 중산층이 엄청나게 늘어서 대다수가 행복하고 나름 풍족한 삶을 살았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그리고 이 책의 마지막 장을 이루고 있는 협동이란 키워드. 상당히 새로웠다. 사회적기업이라고 들어보기만 했지 이렇게 구체적으로 알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중에서도 유럽에서 협동조합형태의 은행이 세계 금융위기에서도 그다지 위협받지 않았다는 사실과 그 당시 도리어 계좌가 늘었다는 것, 협동조합형태의 기업이 유럽에서는 많고 시장 점유율도 높다는 사실들이 참 부럽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핀란드의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회사들이 잘나간다는 사실도 매우 흥미로웠다. 앞으로는 삼성이나 현대와 같은 대기업이 아닌 이런 형태의 기업들이 많이 나와야 된다는 것을 나도 공감하게 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배추파동이 일어났을 때 생협은 전혀 그런 배추가격상승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 나도 앞으로 이런 곳을 이용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