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더 이상 당신의 가족이 아니다 - 사랑하지만 벗어나고 싶은 우리시대 가족의 심리학
한기연 지음 / 씨네21북스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1.

나는 상당히 부족함이 없는 가정에서 자랐다. 내가 가지고 싶어했던 것은 거의 다 가질 수 있었던 어린시절을 보냈다. 지금 내 과거를 돌아보면 그렇게 부족함이 없는 삶 속에서도 가족들과 그리 깊은 관계에서 자랐던 것 같진 않다. 동생과 유난히도 싸우며 지냈고 어른이 되기 전까지도 그렇게 지냈던 것 같다. 부모님께서는 이 세상에 기댈 사람은 가족밖에 없다고 하셨지만 난 가족이 남들과 같이 큰 의미를 지닌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부모님의 은혜에 한없이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면서도 내면 깊숙이에선 그렇게 큰 의미를 담지 못하는 듯 하다. 내가 감성이 매마른 것인지 아니면 잘못 생각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내가 동생과 얼마나 많이 싸웠냐면 아주 어릴적에는 동생이 아파트에서 뛰어내린다고 한 적도 있고 난 울면서 내 동생에게 서로에게 아예 관심을 끊자며 울부짖은 적도 있다. 물론 지금에는 아마 동생도 기억하지 못할 듯 하지만 말이다. 나름 화목하게 살아왔다고 생각되는 가정이지만 나와 내 동생간의 불화만 생각해도 이렇듯 심각했을 정도이니 다른 사람들의 가정도 가족간에 충돌이 하나도 없이 지내오진 않았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2. 

내가 이 책을 보고 싶던 이유는 궁극적으로 나와 부모님의 관계 때문에 보고 싶었다. 이 관계에 대해 보다 심도 있게 스스로 생각해보고 답을 찾아보고 싶었다. 어릴적이나 중고등학생시절에는 그다지 심각함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 곰곰히 생각해보니 부모님과 나는 그다지 친한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만의 생각이지만 말이다. 내 잘못일 수도 있고 아니면 괜한 기우 일지도 모르지만 난 답을 찾고 싶어서 이 책을 관심있게 읽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잘 모르겠다. ㅡㅡ;;;


3.

수많은 사례를 들어가며 저자는 하나하나 그 관계들을 파헤치며 설명하고 있다. 가족이기에 이해해야 하고 가족이기에 한없이 모든 것을 포용해줄 수 있다는 것때문에 마음에 상처를 입고 자신의 자아와 정체성이 훼손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왠지 깊이 다가왔다. 내가 겪은 일들이 아님에도 왠지 모를 공감은 무엇일까? 가족은 참 신기한 관계이다. 남들이 아닌 가족이기에 더 심한 상처를 줄 수 있고 가족이기에 희망과 용기를 줄 수도 있다. 고통과 희망이 공존하는 신기한 관계가 가족인 것이다. 과거에는 그랬을지 몰라도 시간이 흘러 맞이한 오늘날의 가족은 한없이 포용하고 이해해줄 수 있는 관계가 아니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자아와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서 "한계설정"을 해야한다. 그래서 가족이 찌르는 창을 피할 수 있고 가족과 나 둘다 상처받지 않는다. 일시적으로 상대방이 "한계설정"으로 인해 상처받지 모르더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더 나은 방안이라 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4. 

많은 사례과 저자의 생각을 보면 많은 사람들의 기본에 대해 잊고 있어서 그러한 파탄이 일어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무엇보다도 인간관계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대화이다. 더 나아가서는 그 대화를 통한 상대방의 이해. 책에 나오는 사례들을 보면 다 서로간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함에서 나온다. 그리고 그 이해를 위한 기본적인 수단인 대화를 하지 않는 모습도 많이 보인다. 나는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는 일이 가장 어렵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인간관계만큼 어려운 것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나와 "틀린"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대화를 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일이다. 각각의 개인들이 자신과 타인의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대화를 통해서 서로간의 존재를 인정한다면 다 자연히 해결될 것이라 생각된다. 물론 단숨에 해결될 일은 아니다. 길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점진적으로 시도해야 할 일이다. 저자도 이러한 가족이라는 특수한 관계에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가지 구체적인 방안들을 알려주면서 이 문제는 장기적으로 봐야한다고 말하고 있다. 한번에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가 인지하고 점진적으로 하나하나 해결해야한다는 것이다. 


5.

앞서 말했듯이 이 세상에서 서로 믿고 기댈 수 있는 것은 가족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이기에 더 상처를 받을 수 있고 줄 수 있다. 저마다 가족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은 다를지 모르지만 행복한 가족을 꿈꾸는 것은 누구나가 같을 거라 생각된다. 나는 이 책을 통해서 가족에 대해 보다 깊이 있게 생각하고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어 참으로 유익했다. 나도 행복한 가족을 위해서 내 스스로가 꾸준히 노력해야겠다. 여러분도 이 책을 읽고 가족에 대해 한 번 진지한 생각을 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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