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당에 간 판검사가 있을까? - 한 변호사가 제시하는 대한민국 법조병리척결의 논리학
김용원 지음 / 서교출판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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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릴적에 멋도 모르고 법관입은 판사의 모습이 멋지다고 생각해서 한때나마 판사를 꿈꿨던 적이 있었다. 법의 수호자로서 옳고 그름을 냉철하게 판결내리는 그 모습이 참 인상깊었던 것 같다. 디케라는 여신이 있다. 이 여신은 정의의 여신으로서 한 손에는 칼을 다른 한 손에는 저울을 지니고 있는 여신이다. 그리고 눈은 가리고 있는데 이는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냉철하게 판결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이러한 디케여신이 오늘날 한국에서는 그 눈을 풀고 한 손에는 돈과 다른 한 손에는 기울어진 저울을 가진 것 같다는 생각을 최근들어서 많이 하게 된다. 무조건적인 반정부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바라본다고 생각하는 나이다. 인터넷에 주관적인 의견을 나누는 아고라에서 활동하다가 법에 시달리게 된 미네르바 박대성씨, 쥐를 이용한 g20홍보물을 그렸다가 벌금형을 받은 화가, 현직 대통령의 비리의혹을 밝히다가 구속된 전직 국회의원, 고소전문 국회의원, 눈과 귀가 먹은 방송국에 항의하여 파업하는 언론노조, 재벌에 관대한 사법부 등 수많은 사례들이 우리의 눈과 귀에 들어오고 있다. 누가 말했듯이 "임금님 귀는 당나귀귀!"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사회가 되버린지 오래다. 그러던 차에 법조계에서 오랫동안 기득권과 충돌하며 활동해 오신 저자의 이 책은 그러한 현실을 제대로 보여주며 비판하고 있다. 


 사법부는 스스로 독립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감시와 견제는 거부하고 있다.


오늘날 국가는 삼권분립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교과서에는 나와있다. 각각의 권력이 독립성을 지니며 각기 견제하면서 권력의 타락을 막아야 된다는 것은 상식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사법부는 참 오만하다. 사법부를 개혁하기 위해 노력했던 전 정권 때도 사법부는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저항했으며 지금도 자신들끼리 끌어주고 당겨주고 밀어주고 하는 짓은 여전하다. 모 정치인이 법조계 출신이면서도 현 사법부를 개혁해야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것이 현실이다. 나는 잘 모르겠지만 사법부가 잘못되어 간다는 것은 느껴진다. 깨끗하다면 나올일이 없는 구설수에 항상 휘말리는 것이 사법부이지 않은가. "부당거래"라는 영화가 있다. 류승범의 부패한 검사 연기가 아주 일품이었던 영화로 기억된다. 영화는 그 당시 사회를 반영한다는 것이 상식이다. 나는 그 영화에 나왔던 부패한 검사의 모습이 실재로 있을거라고 확신한다. 한 기업인이 발혔던 스폰서 검사에 대한 이야기도 진실이라 믿는다. 그만큼 사법부는 신뢰를 땅에 떨어뜨린지 오래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름으로써 많은 분란이나 비리들을 일으키는 그네들은 왜 자신들의 독립성만 주장하고 감시와 견제는 받아들이지 않는지 참 씁슬하다. 


 사법부 당신들은 초대 대법원장을 기억하는가?


한 독립운동가가 있었다. 그는 일제 강점기에 독립을 위해 힘쓰시면서도 인권변호사로서도 활약하신 분이다. 후에 독립을 맞이하여 초대 대법원장이 되셨다. 그분은 부패한 이승만정권과 자주 충돌하셨는데 특히 이승만정권이 반민특위를 강제해산한 일에 대해 아주 강력하게 비판하셨다. 이승만에게 "이의 있으면 항소하라" 고 말하신 아주 대쪽같은 분이셨다. 그분은 청렴에 대해서 아주 강하게 강조하신 분이셨다. 


"현실을 보면 세상의 모든 권력과 금력과 인연등이 우리들을 둘러싸고 우리들을 유혹하며, 우리들을 바른길에서 벗어나도록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가를 알 수 있습니다. 만약 내마음이 약하고 내힘이 모자라서 이와 같은 유혹을 당하게된다면 인생으로서의 파멸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법관의 존엄성으로 비추어 보아도 도저히 용인 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라고 아니할 수 없습니다."


"나는 전(全) 사법 종사자들이 정의를 위해 죽으면 그것을 곧 영광으로 알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한 평생을 올곧게 살아가신 분이셨던 초대 대법원장 가인 김병로께서 추구하신 그 곧은 뜻을 사법부는 기억하는지 궁금하다. 사법부독립의 초석을 놓으신 분으로서 이 분께서 지하에서 이렇게 사법부가 독립성만 주장하며 감시와 견제를 받아들이지 않고 법을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로 해석하는 것을 보면 얼마나 슬퍼하실지 사법부는 과연 알까? 아니 전혀 모를 듯 하다. 이 책에 나오는 다양한 사례들이 오늘날의 사법부가 자신들의 정체성을 잊고 주어진 권력만을 휘두르는지 알고보니 전혀 기대할 수 가 없다. 과거 군부독재에 저항하지 않고 딸랑이던 사법부를 보자니 그렇고 삼성장학생으로 관리되는 검사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어 그렇고 국민보다 국가의 명예를 소중히 생각하는 것을 보니 그렇고 신뢰라는 단어는 이미 사라진 듯한 사법부의 모습을 보니 그렇다. 


 신뢰받는 사법부를 바라며


이 책에 나오는 내용들이 저자의 관심에 의해 쓰여졌지만 나는 이 내용이 철저히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믿을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내용이 타당해서이기도 하다. 난 학교에서 법에 대한 과목을 수강한 적이 있는데 법은 100명의 범죄자를 놓치더라고 1명의 무고한 희생자가 나오지 않아야 한다고 들었다. 하지만 오늘날의 법은 그 반대로 행하는 것 같다. 그리고 과거에 어느 범죄자가 외쳤던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너무나도 잘 들어맞다는 생각을 하곤한다. 최근에 부각된 재벌에만 관대한 법원을 보면 더욱 그렇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외에도 색검이니 떡검이니 검찰을 조롱하는 단어들은 수없이 많다. 물론 검찰만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아마도 알려지진 않았겠지만 법원도 수많은 비리가 있을 거라 생각된다. 검찰은 자기들만 위하는 조직이라고 한다. 누군가 자기조직을 헤치려 하면 똘똘 뭉쳐서 그것을 막는다. 이는 익히 아는 사실이다. 과거에 전례가 있으니. 참 슬프지 않은가. 정의를 지키고 법의 수호하며 국민을 위해 일해야하는 사람들이 자신들만을 위해 또는 이해관계에 의해 그 권력을 행사하다니. 언제부터 이렇게 훼손되었을까? 저자가 서문에 쓴 글이 참 슬프게 다가온다. 


『3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이 나라의 부조리한 권력들과 실속 없는 싸움을 벌여오고 있는 남편을 둔 나의 아내는 늘 가슴을 졸이며 산다. 이제 그런 싸움을 그만두어야 할까.』


*설마 사법부 비난했다고 고소당하는 것은 아니겠지...이 책을 보고나니 더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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