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모험가 - 모험이 사라진 시대, 최후의 사나이
이시카와 나오키.간다 미치오 지음, 민경욱 옮김 / 푸른숲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어렷을 적에는 내가 가보지 못했던 곳을 어린 마음에 거침없이 돌아다니던 기억이 있다. 유치원에 다닐 적에 학교가 약 1~2km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는데 걸어서 오가거나 가끔 버스를 타고 학교와 집을 오갔다. 그 당시 근처에 살던 친구와 걸어서 학교를 갔다가 올때면 넓은 들판 같은 곳을 지나고 시냇가도 지나 집에 왔었다. 그리고 집 뒤편의 경사가 제법되던 산도 막 타고 올라서 도로를 맞닥드린 기억도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린 마음에 내가 새로운 곳을 개척한다는 마음으로 막 돌아다녔던 것 같다. 마치 내가 모험가가 된 것처럼 참 어지간히도 돌아다녔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난다. 


 내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하냐면 이번에 읽은 책의 내용이 거침없이 모험을 했던 한 인물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어릴 적에 내가 이렇게 새로운 곳에 거침없이 나아가던 그러한 모험심도 내가 자라나면서 점점 사그라졌다. 비단 단어 그대로의 모험이 아닌 다른 많은 부분에서 나는 보다 안주하고 새로운 것을 찾아나가고 무엇인가 창조하고 하는 정신이 사라진 듯 하다. 이러한 것은 나뿐만이 아니라 많은 청년들이 선호하는 직업을 회사원이나 공무원을 두는 것을 보면 사회 전체가 모험을 하려는 도전정신이 사라져 버린 듯 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에 반에 이 책 속의 주인공인 간다 미치오는 확연히 다른 인물이다. 열기구라는 것을 통해서 새로운 기록에 도전하고 그 도전이 실패해도 실망하지 않고 오히려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도전하여 정복하는 그러한 우직하고 앞만보고 달려가는 붉은 기를 보고 흥분한 황소같은 인물이다.


 이시가와 나오키의 간다 미치오와의 첫만남으로 시작하는 이 이야기의 초점은 간다 미치오라는 인물에 맞춰져 있다.  이시가와 나오키는 고등학생 때 인도, 네팔을 여행했고 이후 지구 종단 프로젝트에 참가해 북극점에서 남극점까지 인력으로 정복한 꽤나 수준있는 여행가이다. 그러던 어느 날 지인을 통해서 간다 미치오를 만나게 되고 태평양을 열기구를 건너는 데 동료가 될 것을 제의 받는다.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를 저자인 이시카와 나오키가 담담한 필치로 써내려가고 있다. 


 나는 이 책의 주인공인 간다 미치오라는 인물에 대해 말하고 싶다. 요즘 많은 청년들이 선호하는 직업인 공무원이면서도 서른을 바라보는 나이에 그것도 결혼까지 했으면서 열기구에 도전을 한 간다 미치오는 참으로 독특한 인물이라는 느낌이 든다. 몇 안되는 취미는 옛날 엔카를 듣거나 수십년간 지속되온 옛날 사극을 보는 것. 그 외에는 별다른 취미도 없고 열기구에 빠진 후로는 취미를 넘어서 기록에 도전하고 몇번의 실패끝에 기록을 세운다. 열기구라는 것이 참으로 다루기 어려운 기구다. 나도 몰랐는데 이 책을 보고 알게 되었다. 기구를 띄우는 것도 여러명 동원되어야 하고 착륙하는 것도 바로 되는 것이 아니라 그 타이밍도 잘 맞추어야 한다. 또한 고도에 따라 바람의 방향, 속도도 다르기에 상당한 동물적 감각이 요구되는 기구이다. 이렇게 다루기 까다로운 것에 빠지다니 이해가 좀 가지 않기도 하다. 아날로그적인 인물이라고 하면 설명이 될지도 모르겠다. 직접 몸으로 부딫치고 역경을 극복해가고 정복하는 인물이 바로 간다 미치오이다. 


 마지막으로 제목이 주는 여운이다. 이 책의 제목은 그냥 모험가도 아니고 최후의 모험가라는 제목을 택했다. 현대에 이르러 지구의 탐사되지 않은 미지의 땅은 없다. 그리고 왠만한 도전거리는 다 정복되었거나 대서양 건너기 마냥 대중화된 사례들이 많다. 그러던 차에 간다 미치오가 직접만든 열기구를 타고 태평양을 건너겠다는 도전은 정말 무모한 도전이 아닐 수 없었다. 수많은 돈을 들여가는 것도 아니고 빵빵한 스폰서가 지원하는 것도 아닌 일개 공무원으로서 하는 이 도전은 정말 제목 그대로의 최후의 모험가의 마지막 도전이었다. 한 번의 실패를 겪고도 다시 원인을 분석하고 다시 만든 열기구를 통해서 태평양을 건너려 했던 간다 미치오의 그 장대한 모험은 여러모로 사람들의 가슴을 울린다. 그 도전이 성공하지 못했고 그 최후의 모험가가 아직도 돌아오지 못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향후 이런 모험가가 있을리는 만무하다고 생각한다. 무모했지만 뚝심있게 도전했고 열악했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았던 한 모험가의 기록은 참으로 진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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