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에서 준 쿠폰을 사용하려고 뭘 또 다운받아 볼까 하다가 요즘 알 파치노의 영화들을 보던 흐름도 있고 해서 검색을 했다. 알 파치노가 비교적 최근에 출연한 영화들 중에선 못 본게 몇 있었다. 그 중에서 이 영화는 제목도 처음 들어봤는데 알 파치노 외에 출연한 배우들이 다들 쟁쟁하기도 해서 다운로드 하기로 했다.

영화는 처음에는 조금씩 웃기다가 점점 마음이 짠해진다. 결국 끝에 가서는 눈물이 몽글몽글 차오르기까지 한다.
작은 단막극같은 영화지만 일단 보게되면 찡한 여운이 남는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조직 보스의 아들을 죽이고 28년을 감옥에서 살다가 출소한 발(알 파치노)을 마중나온 사람은 단 한명, 같은 조직에서 활동했던 친구 닥(크리스토퍼 월켄) 뿐이다.  28년이란 시간이 휩쓸고간 서로의 늙은 얼굴을 놀리면서 반가움을 표시하는 두 사람. 그래도 한때는 마피아 조직으로 잘나가던 갱들이었을텐데 참 초라하고 후질근한 출소 환영식이다.

 

출소한 첫날 그동안 못해본 것들, 주로 여자랑 파티하는 뭐 그런종류의 것들을 하고 싶어하는 발. 젊었을때는 꽤나 화끈한 성격에 잘 놀았을거 같은 포스를 팡팡 풍겨주신다.

하지만 어디 지금 나이에 젊은시절 놀던것처럼 할 수 있나... 결국 현대의약의 힘을 빌리기로 한다. 너무나 아무렇지도 않게 문닫은 약국의 문을 따고 들어가서 약들을 훔치는 할아버지들.

역시 왕년에 살벌한 세계에 있었던 할아버지들답게 가게 터는 것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발의 남자에게좋은약을 훔치는 김에 비싼 약이라고 고혈압약 백내장약 등등 약이름 줄줄 외우면서 주머니에 쓸어담는 닥할아버지가 너무 웃겼던 장면이었다.

 

그렇게해서 발은 원하는걸 하고 자신감이 상승해서 젊은 아가씨와 춤도 춰보고 나름 광란의 밤을 보내나 싶었는데....남자에게좋은약을 너무 많이 먹는 바람에 병원에 실려가고야 만다ㅋㅋ

 

 

 

  

그런데 하필 병원에서 발을 봐주는 간호사가 젊은시절 삼총사로 어울려 다니던 친구의 딸이었던 것이다. 성이 특이해서 바로알아본다. 거기서 친구 허쉬가 요양원에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역시 이제는 다들 그럴 나이라는 것을 다시한번 실감하는 할아버지들......ㅜㅜ

 

 

병원치료를 받고 닥의 단골 식당으로 밥을 먹으러 간 두 친구.

알렉스라는 점원은 닥과 꽤 친분이 쌓인듯 친절하게 웃어준다.

 

여기서 발은 그동안 눈치챈 심각한 이야기를 한다. 자신이 조직 보스의 아들을 죽였으니 분명 보스가 가만있지 않을거라는 걸 알았던 거다. 이미 보스의 명령을 받아 닥이 자신을 죽일 거라는 것도 눈치채고 있었다.

 

"너가 나 죽이려고 하는거 맞지?" 하고 다시한번 확인하는 발.

 

그렇다는 닥의 대답을 듣고 이런 표정을 짓는 발....ㅠㅠ 

내 가장 친한 친구가... 하지만 친구를 탓할 수는 없는 이 상황.

28년동안 감옥에서 조직에 대한 의리를 지키느라 한마디도 하지 않고 살아왔는데, 그 대가가 이런것이란 말인가.... 과거의 그 사건은 어쩔 수 없이 일어난 사고였을뿐인데....

아 내 인생.....

표정으로 그동안의 모든 감정을 말해주는 발....울컥하던 장면이었다.

 

발이 살 날은 아침 10시까지 뿐이라고 친절하게 다 얘기해 주는 닥.

닥도 마음이 많이많이 무겁다. 보스의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자신도 어떻게 될지 모르니 난처한 상황이다. 결국 보스는 발과 닥 두 사람 모두에게 복수 하려는 계획이었던 거다.

 

어차피 끝이 정해진 시간. 그안에 재밌는 걸 하자 싶은 발은 심각함을 훌훌 털고 거리에 세워놓은 멋진 스포츠카를 거리낌없이 훔친다.

요양원에 있는 친구 허쉬를 구출해 내어서 훔친 스포츠카를 운전하게 하고 다시 젊을때처럼 셋이 뭉치는데... 알고 봤더니 허쉬는 운전의 달인. 고속도로를 질주하며 경찰을 따돌리고 스릴 넘치는 질주를 하는 세 할아버지들.

그러던 중 트렁크에서 웬 여자가 나오는데, 알고 봤더니 스포츠카의 원래 주인이 여자를 납치해서 나쁜짓을 했던 것. 그 사연을 듣고는 정의감이 발동한 세 할아버지들은 못된 젊은 갱들을 응징해 주기로 한다.

 

폼은 좀 엉성하지만 왕년의 실력이 어디 가나.

요즘 젊은 것들은 나쁜짓하고 벌도 안 받으려고 해 적어도 우리때는 물건 훔치고 서로 총질은 했어도 여자한테 나쁜짓은 안했다 이거야!!! 하는 당당한 태도로 나쁜것들을 응징해 주는 정의의 할아버지들.

 

일을 잘 마무리하고 돌아와 보니 허쉬는 잠자듯 죽어있다.

죽기전 신나게 한판 놀아보고 평온하게 죽은 허쉬.

발과 닥은 친구의 장례를 치뤄준다. 단촐하고 쓸쓸한, 하지만 땅에 묻히는게 다 그런거지 하는 담담함으로 치루는 장례식.

 

시간은 흘러서 드디어 아침이 온다. 밤새 많은 일들을 하고 또다시 찾아간 곳은 알렉스가 일하는 식당. 최후의 만찬을 즐기는 발.

젊음을 함께하고 지금은 함께 늙어갈 단 한명의 친구를 죽일 수 없는 닥은 보스에게 전화를 걸어 일을 하지 못 하겠다고 한다. 허락할리 없는 보스. 거기에다가 닥의 가장 소중한 사람을 언급하며 협박까지 하는데......

 

최후를 위해 양복을 갖춰입는 발과 닥. 역시나 양복점 문을 따고 들어가서 훔쳐 입은 것이지만~

 

 

영화를 보고 있으면, 젊었을때는 기분파에 행동파로 외향적으로 양아치스러움을 내보이고 다녔을거 같은 발과 말없이 조용하게 발의 뒤에서 형처럼 챙기면서도 마피아짓은 역시 누구보다도 냉철하게 잘 했을거 같은 닥, 두 사람이 완전히 다른 성향의 사람들이었을 거라는 게 유추가 된다.

거기에 허쉬는 행동파 두사람 뒤에서 운전만 기가막히게 해주면서 발과 티격태격하지만 발의 말을 잘 들었던 그런 성향의 친구였던거 같고ㅋㅋ(발이 허쉬보고 바지를 벗어내라고 너무나 당연하게 요구하는걸로 봐서는~)

영화를 보면서 이 노년이 된 캐릭터들의 젊은 시절을 상상해 보는것도 꽤나 즐거웠다.

 

아무튼 발과 닥이 양복점에서 서로의 양복을 골라주면서 나누는 대화가 참 울컥했다.

거기에 발이 갑자기 감정에 복받치는 장면이 나오면서 알 파치노가 연기를 또 너무나 설득되게 잘 하니까 여기서부터 눈물이 막 눈에 맺히기 시작하는데....ㅜㅜ

 

 

닥은 마지막으로 알렉스에게 전화를 한다.

사실 알렉스가 닥의 손녀였던 것. 닥은 사실을 알리지 않고 멀리서 알렉스를 지켜만 보고 있었던 것이었다. 내가 니 할아버지다 라고 왜 말을 못해! 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럴수밖에 없겠거니 하고 예상 할 수 있지. 닥도 나름 무서운 세계 사람이었지 않은가!

 

닥이 매일 아침 그리던 일출그림.

'저 그림은 일출처럼 보이지만 실은 알렉스 너를 그린 것이란다' 라고 진심을 담은 멋진 말도 해 준다. 나도 이 대사가 참 멋지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우리 할아버지들의 최후는 이렇다.

멋있어야 하는데 캡쳐를 하고나니 조금 웃긴건 어쩔 수 없지만....아무튼 영화를 볼때는 눈물이 찔끔 나오던 장면이었다. 

두 사람은 서로 의리를 지키고 끝까지 함께한다.

 

 

 

이 영화의 특징중에 가장 큰 것은  

여기 나온 배우들의 주름자체가 하나의 캐릭터로 보일 만큼 주름진 배우의 얼굴이 화면 한가득 나올때 밀려오는 감정들이 참 가볍지가 않다는 거다. 어떻게보면 영화 내용이 그냥 얕은 소동극정도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노년의 배우들이 뿜어내는 아우라가 잔잔하게 여운을 남겨서 내게는 쉽게 잊혀지는 영화는 아닐거 같다.

 

재밌게 잘 봤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책을 샀다.

'사우스 브로드'는 중고서점에서 샀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다가 재밌어서 사서 봐야지 하고 알라딘을 검색했는데 이 책은 벌써 품절이라 살수 없는 책이 되어있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중고로 샀는데 새책같은 헌책이 와서 아주 기분이 좋다. 가격도 초초초저렴하고ㅋㅋ

 

 

 

 

 

 

 

며칠전에 "대니 콜린스"를 보고는 젊은시절의 알 파치노가 그리워서 "칼리토"를 다시 봤다.

사실 "칼리토"때도 알 파치노는 젊지 않다. 중년이지.... 아무튼

칼리토는 몇번을 봐도 질리지가 않는 이상한 영화다.

갱스터 영화이면서 드라마성이 짙고 액션도 멜로도 모두가 조화롭게 버무려져 있고, 비정한 분위기에 인상적인 대사도 많고 연출에는 제대로 멋짐이 있고 영화음악은 또 얼마나 좋아. 

알 파치노의 연기는 두말할 필요도 없고 ㅠㅠ

 

 

 

잘 가 칼리토 ㅠㅠ

 

 

 

 

마무리는 요즘 마당을 즐겨 나가시는 망고놈 사진으로~

알 파치노의 가오 부럽지 않은 늠름한 모습으로 마당 영역을 개척해 나가고 있는 돼지냥이라고ㅋㅋㅋ잔디만 뜯어먹지 말았으면 딱 좋겠구만 녀석아

 

 


댓글(2)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appletreeje 2016-04-19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망고가 저 아이로군요~
참으로 늠름하고 잘 생겼습니다!!!
뜨락에 놓인 책들도 참 좋구요.^^
편안하고 좋은 밤, 되세욤~^^

망고 2016-04-19 23:28   좋아요 0 | URL
네^^ 나름 집안의 귀염둥이랍니다 헤헷 좋은 밤 되세요 좋은 꿈 꾸시고요~
 

 

개봉했을때 보고 싶던 영화였는데 어찌어찌하다가 놓쳐버렸다.

사실 배우 알 파치노를 좋아해서 보고 싶던 영화이기도 했다.

결국 이번에 다운로드해서 봤다. 극장에서 큰화면으로 봤다면 조금 슬펐을거 같다. 내용 때문이 아니라 알 파치노님 얼굴에 주름살이 너무 많아서....ㅠㅠ 천천히 좀 늙으셨으면 좋겠다 엉엉

 

40년을 록스타로 화려하게 살아온 대니 콜린스는 매니저에게 깜짝놀랄만한 생일선물을 받게된다.

대니 콜린스가 막 데뷔했을 당시 성공과 명성과 부를 얻으면 예술성이 죽을까 두렵다는 내용의 인터뷰를 했었는데, 그것을 읽은 존 레논이 친필로 신인인 그에게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라는 내용의 다정한 편지를 써서 잡지 기자에게 전해달라고 보냈던 것이다. 그 편지를 다 늙은 지금에 와서야 생일선물로 전달 받게 된 대니 콜린스는 이 편지를 그때 당시 받았다면 자신의 인생이 달라졌을 것이라 생각한다. (여기까지는 실화라고 한다)

싱어송라이터로 데뷔했지만 성공을 하고나자 30년 동안 작곡 한곡 안 하고 히트송만 부르면서 살아온 록스타 인생. 이것이 진짜 자신이 원한 삶이 아니었다면서, 남은 인생은 다르게 살아야 겠다 다짐한다.

그래서 한번도 만난적 없던 아들도 만나고 작곡도 하고 나이 맞는 여성과 썸도 타고....

익숙한 전개가 펼쳐진다.

 

내용은 아주 익숙하지만 이 영화의 장점은 역시 대사와 그 대사를 맛깔나게 연기한 배우들 그리고 존 레논의 노래다.

능숙하고 능글맞지만 느끼하지 않는 노인과 중년여성의 밀고 당기기 대사들이 특히 좋았다.

알 파치노는 사람 많이 만나 본 연애의 고수 다운 늙은 록스타 역할도 참 담백하게 소화하더라.

대니 콜린스의 감정에 따라 존 레논의 노래들이 선곡되어 영화내내 흘러 나오는데 존 레논의 노래도 이 영화속에서 연기하고 있는 것 처럼 느껴진다.  

 

아참 그리고

마지막 장면의 아들과의 대화 장면은 이 영화가 뻔한 해피엔딩일 줄 알았다가 좀 놀랐던 장면이었다.

세련된 엔딩이었달까? 그 장면의 섬세한 대사도 뭉클했다.    

 

잔잔하지만 흐뭇한 영화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나무들이 하룻밤 사이에도 다르다

잎이 쑥쑥 자라나고 색도 점점 진해진다

전에는 못 느꼈는데 요즘은 참 이런게 이뻐보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캐나다
리처드 포드 지음, 곽영미 옮김 / 학고재 / 201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소설은 은퇴를 앞둔 60대의 고등학교 교사 델 파슨스가 50년 전 그가 열다섯살이었을때를 회고하는 형식의 소설이다.
화자가 들려주는 어린시절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엄청나게 충격적인 내용이지만 차분하고 진지하게 진실에 다가서려는 태도와 인간을 바라보는 통찰력 있는 시선에서 인생의 황혼기에 들어선 사람의 성찰이 엿보여 깊은 감동을 준다.

 

 

 

"나는 우선 우리 부모가 저지른 강도 사건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다음에는 나중에 일어난 살인 사건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강도 사건이 더 중요한 이유는 그 사건이 결국에는 나와 누나의 운명을 결정짓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를 하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13쪽

 

 

 

소설의 첫 문장이다. 앞으로 전개될 사건에 대해 처음부터 아무것도 숨기지 않는 이 대담한 도입부는 강도사건과 살인사건이라는 흥미로운 이야기 너머 다른 무언가가 더 있다는 기대감을 품게 만든다.

 

바로 이어지는 아버지 베브와 어머니 니바의 각자 다른 성장과정과 둘이 만나 결혼하기까지의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이미 늙은 자식이 과거의 젊은 부모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자 하는 시선을 느낀다.
이런 시선은 어른이 된 자식이라면 내 나이일때 혹은 나보다 젊었을때의 부모는 어떠했는지를 한번쯤은 떠올려 봤을 것이기에 낯설지 않은 느낌이 든다.

 

 

은행강도가 되는 부모의 사건에서 당시 열다섯살 소년이었던 화자가 이해하지 못했던 여백들은 현재 어른이 된 시선으로 추측해 채우면서 당시 서른일곱살, 서른네살 이었던 부모의 이야기가 재구성된다.
부모의 잘못된 판단에 대해 연민과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화자의 태도는 신랄한 냉소나 무조건적인 동정이 아니라는 점에서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어른이 된 자식이 과거의 부모를 판단하는 시선과 함께 열다섯살 소년의 당시의 시선으로 젊은부모를 느끼는 묘사도 생생하다. 부모가 세상의 전부였던 아이가 위태로운 부모의 미묘한 감정변화를 느끼고 집안의 분위기를 읽었던 기억을 회고하는 부분이 그렇다.
아버지의 잘못된 판단으로 은행을 털겠다 마음먹던 시기의 부모를 관찰하는 아이의 시점.
경찰이 집을 감시할때 어떤 안 좋은 예감은 들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그저 부모만 바라보고 있는 열다섯살 소년의 불안.
부모가 구치소에 갇히고 아이들끼리만 보낸 밤의 기억. 그 작은 일탈의 기억.
구치소에 면회가서 마지막으로 본 부모의 모습.
아이가 부모를 관찰했던 시간의 이 모든 기록들에 조용하게 아픔이 묻어나온다.

 

이 소설이 결코 가족해체와 삶의 상실이라는 비관적인 주제에 닿아있지는 않지만, 나는 이 소설을 다 읽고나서 한동안 서글픈 여운에 마음이 묶여 있었다. 아마 소년의 아픔과 불안의 기록들이 생생하게 마음속에 새겨져서일 것이고, 아이러니하게도 그 기록들이 참으로 아름다워서일 것이다.

 

 


부모가 감옥에 간 후 델은 어머니가 마련해둔 도피처인 캐나다로 가기위해 국경을 넘는다.
보통의 사람이라 여겨졌던 부모가 단 한순간에 범죄자로 바뀌어 버렸듯이 국경이라는 경계를 넘어가면서 델의 인생도 변하게 된다. 그곳에서 델은 부모의 강도행각보다 더 큰 범죄인 살인사건에 연루되게 되지만 델의 부모처럼 범죄자로 전락하는 방향으로 인생을 걸어가지는 않는다. 델은 이 모든 사건들을 겪어내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나름의 방식을 터득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삶을 위해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그러나 그 작은 상가지대 - 텅 빈 소규모 은행, 1909년산 채석장 돌로 지은 프리메이슨 건물, 신발들이 흩어져 있는 아트라스 신발 가게, 어둑어둑한 당구장, 녹슨 유리 주둥이 주유기들이 있는 주유소,(중략) - 를 둘러 볼때면 나는 언제나 버려진 삶이 아닌 그곳을 살다간 삶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자 처음에 든 생각과 달리 그 마을이 더이상 박물관처럼 보이지 않았다. 나는 보다 긍정적인 시각을 갖게 되었다. 내가 아무리 동화되지 말라고 배웠어도 사람은 모르는 사이 동화되어 버리는지 모른다고 여겨졌다. 나는 지금 동화되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동화되거나 그들을 위해 동화되는 것이 아니라 혼자 동화되었다. 동화되는건 그렇게 어렵지도 위험하지도 영구적일 필요도 없을지 모른다. 이런 생각이 들자 또다른 해방감이 들면서 인생이 다시 시작되는 것 같고, 앞서 말했듯이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가는 듯했다. 정체되어 있지 않고 계속 움직이는 사람 말이다. 움직임은 세상 만물의 섭리였다. 좋든 싫든 나를 둘러싼 세상은 내가 어떻게 느끼든 계속 변할 것이다."        330쪽

 

 

 

델이 자신의 삶의 방향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품게되는 이 대목은 캐나다에서 누구의 보살핌도 받지 못 하고 혼자서 외로움을 견디며 생활할때였다는 점이 인상깊다.
델은 황량한 자연과 폐허가 된 마을 속에서 오히려 마음의 변화를 경험하고 포용력이 자라남을 느낀다.  
사실 이러한 포용력은 델이 부모와 함께 계속 무탈하게 살았다면 생겨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을 낳는다. 델의 어머니 니바의 자식 교육은 주변사람들과 나를 구분짓고 비사교적인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이었다. 이것을 델은 어머니의 소외감, 폐쇄성, 우월의식, 도시적사고에 동화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 이라고 표현한바 있다.
캐나다 라는 곳은 이토록 부모와 살았던 곳과는 다른 곳 즉 부모가 끼친 영향에서 벗어나 델 자신만의 생각을 갖게 되는 곳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그후 50년 동안 새로운 땅 캐나다에서 델은 고난을 겪고 상실을 견디면서 새로운 삶을 살아냈을 것이다. 60대가 되어 쌍둥이 누나와 다시 재회했을때 자신은 멋진 삶을 살았다고 말해줄만큼.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기.' 이것이 캐나다에서의 델의 삶이었다. 그렇게 하면 내가 저지르지 않은 일들로 삶이 망가졌다며 좌절하지 않고 계속해서 새로운 삶을 살아낼 수 있다고 델의 인생이 말해준다.

 

 

 

이 소설은 부모의 강도사건과 뒤이어 일어나는 살인사건이라는 이야기를 던져 놓지만 그 너머에는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의 본질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어떻게보면 너무나 교훈적이고 인생의 정답같은 이야기를 궁극적으로 하고는 있지만 그럼에도 이 이야기는 깊은 울림을 준다.
감옥에서 결국 자살하고 마는 델의 어머니, 50년 동안 생사도 모르고 만난적은 더욱이 없는 델의 아버지, 델과는 너무나 다른 삶을 살다가 병으로 죽는 델의 쌍둥이 누나. 이들 모두의 이야기에 마음이 쓰인다. 고난을 딛고 정상적으로 살고자 노력했던 델과는 그저 대조적인 삶이라고 치부하지 못하겠는 이유는 작가 리처드 포드의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 때문일 것이다. 인간을 연민하는 그 시선 말이다. 형벌같은 삶에서 '우리 모두는 노력하며 산다'고 말하는 그 따스한 위로는 오랫동안 마음속에 머물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